수송용 액화석유가스(LPG) 가격이 10년 만에 600원대(소비자가격 기준)로 진입했지만 수입사, 충전소 업계는 울상이다. LPG 가격 경쟁력이 높아졌지만 차량 등록대수가 급감한 탓에 수요 확대 효과를 누리지 못했다.
21일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전국 충전소 LPG(자동차용 부탄) 평균 가격은 리터당 696원을 기록했다. 이달 1일 리터당 699원으로 시작해 20여일간 600원대 후반 가격을 지키고 있다. 가격 경쟁이 심한 인천 등 일부 지역엔 리터당 500원대 충전소도 등장했다. 자동차용 부탄가스 평균 가격이 600원대에 들어선 것은 지난 2006년 5월 이후 10년 만이다. 상반기에도 3월부터 급락해 700원 초반 대에 진입했다.
LPG가격 하락 이유는 수입가격 때문이다. 국내 LPG 공급가격은 아람코가 통보한 가격(CP)를 기반으로 환율·세금·유통비 등을 반영해 결정한다. 지난 8월 부탄 CP는 전달 대비 20달러 하락한 290달러다. 이는 지난 2000년대 초반 가격과 비슷하다. 국제유가가 하락한데다 최근 북미산 LPG가 유통 효과도 더해진 것으로 업계는 분석했다.
자동차용 부탄 가격이 10년전으로 돌아갔지만 수요는 오히려 부진하다. 올해 상반기 자동차용 부탄 수요는 지난해 대비 5% 감소한 172만톤에 그쳤고 하반기에도 비슷한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LPG판매 업계는 울상이다. 가격 하락이라는 최대 호재에도 별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프로판, 부탄 총 사용량은 432만3000톤으로 전년 대비 20% 가량 늘었다. 물량으로는 72만400톤이다. 이 가운데 68만9000톤은 석유화학용 증가분이다. LPG화학기업 SK어드밴스드가 출범 효과다. 이를 제외하면 수요는 사실상 크게 늘지 않았다. 가정·상업용 사용량이 8만톤 가량 늘었지만 자동차용 수요가 9만톤 이상 감소했다.
LPG차량 등록대수 감소가 직접적 원인이다. 우리나라 LPG차량 대수는 2010년 11월 245만9155대로 정점을 찍은 뒤 6년째 감소세다. 2014년 5만5000여대 줄어든 데 이어 지난해 8만대가 줄어들어 감소폭도 커졌다. 올해도 8월까지 5만6291대가 줄었다. 신규 수요도 막혔다. 우리나라는 LPG차를 택시, 장애인 등 일부 계층만 사용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LPG업계 관계자는 “7인승 이상인 RV차량은 LPG차로 제조할 수 있는데 이를 기준을 5인승으로 완화해 줄 것을 정부에 건의하고 있다”면서 “사용제한 완화에 앞서 저가 연료를 선택할 수 있는 소비자 권리를 강화하고 디젤 RV차량 증가에 따른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할 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LPG차 등록대수
국토교통부
최호 전기전력 전문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