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물을 전기분해해 수소를 만든 후 이를 저장, 수소연료전지로 활용하는 `수전해전지 기술`을 개발했다.
김건태 울산과학기술원(UNIST)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교수와 신지영 동의대 기계공학과 교수(이하 김 교수팀)가 수소연료전지 동작 반응을 역으로 이용, 전기에너지로 수소를 대량 생산하는 `고체산화물 수전해전지(SOEC)` 개발에 성공했다.
수소연료전지는 수소를 공기 중 산소와 결합, 전기와 물을 만든다. 반면에 수전해전지는 물을 전기로 분해, 수소와 산소를 생산하는 전지다.
고체산화물 전지는 이론상으로 연료전지와 수전해전지 기능을 함께 구현할 수 있다. 하지만 두 기능을 한데 집적화해도 동시에 안정 작동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김 교수팀은 SOEC 연료극(양극)과 공기극(음극)에 이중층 페로브스카이트 소재를 적용, 이를 해결했다.
이중층 페로브스카이트는 기존의 페로브스카이트에 비해 수소 생산력과 산소 수용력이 월등히 높다. 산소를 만드는 공기극은 산소 분압이 급격히 높아져도 전극이 떨어져 나가거나 성능이 악화되지 않고, 수소를 만드는 연료극도 변형 없이 장시간 작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중층 페로브스카이트를 적용한 SOEC를 테스트한 결과 1시간에 가로·세로 각 1㎝ 크기의 단위 면적 당 약 0.9리터의 수소를 생산했다. 기존의 수전해전지 대비 1.5배 이상 높은 수소 생산량이다. 또 600시간 이상 사용해도 성능 감소 없이 계속해서 수소 생산 효율을 나타냈다.
SOEC의 또 다른 장점은 이산화탄소(CO₂) 배출 없이 수소를 생산한다는 것이다.
현재 90% 이상의 수소가 탄화수소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CO₂ 배출을 피할 수 없다. SOEC는 물과 전기만 이용하기 때문에 CO₂가 나오지 않는다.
이에 따라서 SOEC를 태양열, 풍력 등 신재생 에너지와 연계하면 전기에너지 생산과 공급, 수소 생산까지 전 범위에서 CO₂ 없는 친환경 에너지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
김 교수는 “SOEC는 전기를 수소 에너지로 변환해 저장할 수 있기 때문에 기후 조건에 따른 신재생 에너지 생산량 변화의 단점을 극복할 수 있다”면서 “수소 스테이션 등 수소 에너지 인프라에 적용하면 온실가스 감축 부담 절감은 물론 수소경제 시대를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앙게반테 케미`의 `가장 주목받는 논문`으로 선정돼 오는 26일자에 실린다.
울산=임동식기자 dslim@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