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G가 미국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KT&G의 미국 담배 수출량은 지난해 역대 최고치인 28억 2000만 개비를 기록했다. 이는 미국 수출 첫 해인 1999년에 기록한 2억 2000만 개비와 비교해 1,200% 가까이 증가한 수치이다.
진출 초기, 주 정부마다 받아야 하는 까다로운 허가 절차와 다국적 기업들의 텃새 탓에 판매량이 정체되는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KT&G는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현지 법인을 설립하고 현지인들의 입맛에 맞춘 제품을 통해 시장을 적극 개척해왔다. 그 결과 KT&G는 현재 100여개의 크고 작은 담배업체들이 경쟁하고 있는 미국 담배 시장에서 시장 점유율 6위의 회사로 도약했다.
KT&G는 1999년 수출 전용 브랜드인 ‘카니발(CARNIVAL)’을 내세워 미국 시장에 처음 진출했다. 한국에서 건너온 낯선 담배는 소비자들의 입소문을 타고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하지만 외국의 낯선 담배회사가 진입해 미국 시장에 안착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다국적 담배회사인 필립모리스와 RJ레이놀즈 사(社)가 미국 담배 시장을 선점하고 있었기 때문에 현지 유통업체들이 다른 담배회사들의 입점을 꺼려해 진출 초기 판매망 확장에 어려움을 겪었다.
KT&G는 2010년 미국 오클라호마 시티에 미국 법인을 설립하고 이듬해 ‘타임’을 출시했다. 국내에도 동일한 이름의 제품이 시중에 판매되고 있지만, 수출용 타임은 이와 이름만 같을 뿐 완전히 새로운 제품이다. 풍족한 흡연량을 원하는 현지 흡연 성향을 고려해 일반적인 굵기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길이를 20% 늘리고, 진한 맛을 선호하는 입맛에 맞춰 블렌딩도 새롭게 했다. 타임 출시를 앞두고 주재원들은 미국 전역을 발로 뛰며 주 정부별로 타임에 대한 판매 승인을 받아냈다.
출시 첫 해인 2011년 판매 비중이 17%에 불과했던 타임은 지난해 총 23억 3000만 개비가 판매되며 어느새 미국 담배 수출량의 80%를 차지하는 인기 브랜드로 자리잡았다. 현지 판매량도 2010년을 기점으로 반등해 가파르게 늘며, 지난해 사상 최대치인 28억 2천만개비를 기록했다.
KT&G는 수출량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미국시장 공략을 강화하기 위해 올해 6월 초 기존 오클라호마 시티에 있던 미국 법인을 댈러스로 확대 이전했다. 댈러스가 위치한 텍사스 주(州)는 미국 50개 주 가운데 담배 판매량이 가장 많은 지역으로 KT&G는 20여 개의 담배업체들 경쟁하고 있는 이 곳에서 현재 시장 점유율 3위를 달리고 있다. KT&G는 향후 이 곳을 거점으로 사업 역량을 집중시켜 미국 내 판매량을 보다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이서현 기자 (ls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