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과학자에 투자해야 노벨상 나온다…초기 펀드 美 10분의 1로 `소총`과 `탱크` 경쟁

국내 과학자가 우리나라에서 노벨과학상 수상자가 나오려면 젊은 과학자에 우선 집중하고, 장기 투자를 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신진 과학자가 돈 걱정 없이 연구할 수 있는 `초기 정착금`은 필수라고 강조했다.

한국 최초 노벨 과학상 수상 예상 소요기간
한국 최초 노벨 과학상 수상 예상 소요기간

김선영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바이로메드 CSO)는 27일 한국연구재단 대전 본원에서 열린 `노벨과학상! 기다림의 미학` 주제의 정책토론회에서 “노벨상 수상 가능성을 높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엉뚱한 아이디어와 열정을 가진 젊은 과학자를 지원해야 한다”며 “이들은 대학 조교수나 선임연구원 지위에 있는 25~40세로, 노벨상 발견이 가장 많이 나오는 나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지금 연구비 환경은 논문 갖고 평가해 시니어 연구자에게 너무 유리하다”며 “조교수가 되면 방 하나 준다. 그 안에 연구 인프라를 갖추기 위해 젊은 연구자가 3~5년 동안 발버둥치다 열정이 식어버리는데, 최소 3억~5억원 스타트업 펀드를 꼭 지원해줘야 한다”고 전했다.

국내 40세 이하 연구자 수는 전체의 21%지만 이들에게 할당된 연구비는 전체의 7% 밖에 되지 않는다. 노벨상 수상이 목적이 아니더라도 국가 예산의 많은 비중을 젊은 과학자에게 더 배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인프라 우선 투자도 강조했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는 최고 대학들조차 제대로 된 동물실험실이 없고, 있더라도 운영할 예산 확보가 어렵다”며 “실험 인프라와 환경에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택환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교수(IBS 단장)도 “최근 젊은 교수 하나가 미국 톱 10위권 대학에서 초기 정착비용으로 20억원을 지원받았다”며 “서울대에서 조교수에게 주는 스타트업 펀드가 2억원이 넘지 않는데, 이는 전쟁에서 `소총`과 `탱크`로 경쟁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현 교수는 “적어도 상위 10위권 연구중심 대학에서는 초기 정착금이 반드시 지급돼야 한다”며 “이런 지원 없이는 젊은 조교수가 세계적인 대학 동료와 경쟁해 노벨상을 받을 수 있는 연구결과를 얻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박문정 포항공대 화학과 교수는 “일본 또래 교수들을 보면 그들의 걱정은 연구비가 아닌 연구의 `질`로, 30~40대의 젊은 나이에 갖는 창의성과 열정을 연구에만 쏟을 수 있는 것이 우리와 다른 점”이라며 “정부에서 신진 과학자 지원 연구비를 늘린다고 했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10대 1의 경쟁률이며 무엇이 바뀌고 있는지 체감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연구과제 평가 역시 학연과 지연이 아닌 과학적 가치를 가늠하는 정성평가가 이뤄지는지 의문”이라며 “9년짜리 장기 과제도 5년이 지나면 `기술이전, 실용화, 특허` 요구가 많은 것은 문제”라고 전했다.


한국연구재단은 자사 기초연구본부 전·현직 CRB와 RB 72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노벨과학상 수상에 근접한 한국인으로는 물리학 분야의 김필립, 임지순 교수, 화학 분야의 유룡, 현택환, 김기문 교수, 생리의학 분야의 김빛내리, 김진수 교수 등이 뽑혔다고 전했다.

한국 최초 노벨 과학상 수상 예상 소요기간
한국 최초 노벨 과학상 수상 예상 소요기간

대전=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