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산응용해석(CAE) 자격 제도가 본격 도입됐다. CAE는 컴퓨터를 이용해 제품 기획 단계부터 최적 설계를 찾아 개발 기간과 비용을 줄이는 산업 기반 기술이다. CAE 인력 양성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면 국산 CAE 보급 사업과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기계산업진흥회(기산진·회장 정지택)는 지난 3일 실시한 `제1회 CAE 검증사 자격시험`에 22명이 응시해 5명이 합격했다고 28일 밝혔다. 기산진은 매년 3~4회 시험을 실시할 계획이다.
CAE는 최근 제조 업계에서 각광받는 산업 기반 기술이다. 시제품을 직접 만들지 않아도 가상 환경에서 강도, 소음, 진동, 구조 등 성능 문제를 예측하고 대책을 수립할 수 있다. 자동차 분야에 도입 시 신차 개발기간을 50% 이상 단축할 정도로 효과가 높다.
최근에는 대기업과 1차 협력사를 넘어 2, 3차 협력사로까지 도입이 확산되고 있다. 국내 시장 규모는 지난해 기준 2137억원으로 전년 대비 16%나 성장했다. 제품 해석 외에 제조 공정 해석, 제어시스템 해석 등으로 영역도 넓어지고 있다.
CAE 검증사는 컴퓨터공학 시스템으로 제품을 설계한 뒤 그 설계가 목표 조건에 부합하는지 평가·검증하는 전문가다. 제품 품질 개선, 신뢰도 향상을 위한 최적 설계 기준을 제시하고 불량 진단 평가를 수행한다.
그동안 국내 CAE 시장 문제점은 크게 두 가지로 지적됐다. 우선 고가의 외산 솔루션 의존도가 높았다. 급증하는 수요를 외산에 빼앗기는 것은 물론 자금 사정이 어려운 중소·중견기업의 CAE 도입에 걸림돌로 작용했다.
전문 인력도 부족했다. 중소기업은 연구개발(R&D) 투자 역량 한계로 고학력 전문인력을 확보하기 어렵다. 연구소 인력 대부분이 다른 시험과 CAE 업무를 병행할 수밖에 없다. 기산진은 2014년 기준 국내 CAE 전문 인력이 7000~8000여명으로 추산한다.
기산진 관계자는 “중소기업은 CAE 해석 엔지니어가 부족한 상황이기 때문에 3년 전부터 온·오프라인 교육사업을 실시하고 있다”면서 “자격시험은 이 분야 종사자의 전문성을 공인하는 동시에 중소기업 종사자들의 성취를 북돋아줄 수 있는 인력 양성사업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기산진과 한국생산기술연구원(KITECH)이 추진 중인 `제조기반 설계기술 고도화 사업`과 시너지가 기대된다. 누구나 무료로 쓸 수 있는 CAE 솔루션을 클라우드 환경에서 제공한다. 고가의 외산 솔루션을 구입하지 않아도 CAE를 도입할 수 있다.
클라우드 환경이기 때문에 KITECH 슈퍼컴퓨터로 CAE 해석이 처리된다. 개별 작업자에게는 접속 프로그램만 제공되고 실제 CAE는 원격으로 이뤄지는 구조다. 사업자는 CAE 도입을 위해 고성능 워크스테이션을 따로 구입하지 않아도 된다.
기산진 관계자는 “국산 무료 솔루션을 클라우드 환경에서 쓸 수 있도록 보급·확산사업을 실시하고 있다”면서 “분야마다 차이는 있지만 성능도 유료 외산 솔루션 대비 60~90%에 이를 정도로 개선됐다”고 소개했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