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컬럼은 기술, 표준 및 표준특허(SEP)에 대한 최신 논의를 살펴봄으로써 언론에 점점 자주 등장하고 있는 법·경제 이슈에 대한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준비된 아홉 개 논설 시리즈 중 네 번째다. 이 논설 시리즈는 전(前) 미국 특허청장이자 미국 상무 차관인 데이비드 카포스가 지난 3월 대만에서 개최된 `표준, 표준특허 및 경쟁법에 대한 국제 심포지엄`에서 발표한 연설문을 기초로 준비된 것이다.

◇ 로열티 과적이 표준 시행을 방해한다는 오해
공공정책 관련 논의에서 가장 악질적이고 광범위하게 퍼진 오해 중에는, 간명하고 상식적인 것 같아도 경험적 관찰에 노출되면 바로 허물어지는 것들이 있다. 필자는 표준특허의 세계에서 `로열티 과적`의 개념만큼 현실 앞에서 그 실체를 잃고 마는 이론은 없다고 생각한다.
특허에 대한 세 번째 오해는 마치 실존적인 위협처럼 잘못 알려진 가설적 시나리오 `로열티 과적`이다. 이 오해를 주창하는 자들은 표준특허 확산으로 인해 필연적으로 표준특허 소유자가 요구하는 로열티가 `과적`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또한 로열티가 특허 실시자가 감당할 수 없을 수준까지 증가해 이익창출과 진보, 경쟁을 위협하게 될 것이라 예견한다. 그 결과 특허를 활용한 상품에 대해 상업적 생산이 어려울 정도로 높은 누적가격이 시장에서 책정된다는 주장이다. 일례로, 10여 년 전 이와 같은 주장을 하는 사람들은 3G 무선 기술을 사용하는 제품에 그 제품가의 약 130%에 달하는 표준특허 로열티가 누적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오늘날 수십억대의 3G 관련 제품이 저렴한 가격에 존재하는 것을 보면 그런 일은 전혀 발생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사실 로열티 과적 이론은 터무니없는 이야기다. 지난 1994년부터 2013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모바일기기 평균 판매가는 매년 8.1%씩 감소했고, 판매대수는 연 20.1%씩 증가했다. 단 하나에 불과했던 모바일기기 제조사는 43개가 됐고 주요 제조사도 6개에서 9개로 증가했다. 이에 시장집중도 또한 하락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도 표준특허 소유자의 평균 매출이익은 일정하게 유지됐다. 로열티 과적을 주장하는 자들의 비관적 예상에도 불구하고, 지난 20년간 모바일 통신업계에서 로열티 과적은 전혀 발생하지 않았다. 마치 지구가 평평하다는 이론이 그랬던 것처럼, 로열티 과적 이론이 잘못됐다는 점도 경험적인 증거로 입증됐다.
로열티 과적 이론이 고려하지 못한 것은 실제 시장에는 공정하고 실현 가능한 로열티 합의가 많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한 기술을 구성하는 하위 부품에 대한 적절한 로열티 산정은, 각각의 개별적인 발명이 최종 표준기술에 기술적으로 공헌한 정도에 따라야 한다. 만약 특정 기술의 가치가 정확히 산정된다면, 이러한 각 구성 로열티 합계는 표준기술이 활용된 상품의 시장가격의 일부 될 것이다. 자유시장 경제에서 어느 상품의 시장가격은 각 개별 발명을 하나의 제품으로 통합했을 때 궁극적으로 창출된 가치의 총합이다. 요컨대 시장의 작용이 로열티 과적을 방지하는 셈이다.
게다가 표준과 관계된 모든 특허가 핵심 기능과 연계된 것은 아니며, 일부는 보조적이거나 부가적인 기능을 제공한다. 마찬가지로 모든 특허권자가 동일한 것은 아니다. 어떤 특허권자는 취약한 특허 포트폴리오를 가진 NPE일 수 있는 반면, 다른 특허권자들은 막대한 기술투자를 하고 수많은 혁신을 만들어내는 진정한 연구개발 회사일 수 있다. 강력한 특허 포트폴리오를 가진 일부 제조사들은 양방향으로 가치를 교환하는 `크로스 라이선스(Cross-License, 특허상호실시허락)` 계약을 체결하며 외형적으로는 매우 낮은 로열티를 내는 것처럼 보인다. 더 나아가, 모든 특허 실시료가 상품 가격을 기초로 한 산정방식으로 정해지는 것이 아니다. 일부는 대당 정해진 금액으로 계산되고, 다른 경우에는 미리 정해진 총액이 일시불로 지급되기도 한다. 이 모든 것이 로열티 과적에 배치되는 현상이다.
오늘날에는 가장 기본적인 성능의 스마트폰도 다수의 표준특허를 활용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는 아주 저렴한 가격에 판매되고, 그 가격은 계속 하락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볼 때 누적 로열티 총액은 제품가격의 약 5%에 불과하다. 이는 연구개발에 방대하게 투자하는 산업의 혁신기술을 사용하는 대가로는 적은 금액이다. 로열티 과적에 대한 오해가 부당하다는 사실은 역사적으로 너무나 철저히 증명된 것으로, 오늘날의 정책결정 논의에서 그 이론이 등장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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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카포스 전 미국 특허청장 dkappos@cravath.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