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증권사도 자금세탁방지 고도화 시스템 구축 본격화

내년부터 증권사에도 자금세탁을 막기 위한 새 국제기준이 도입된다.

기존 자금세탁방지(AML) 업무에 더해 파생상품, 옵션 및 선물거래와 증권사 직원의 불법 대리거래에 대한 위험평가 등을 적용한 새 내부통제 기준이 마련될 예정이다.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 부산 총회가 22일 신제윤 의장의 주재로 3일간의 본회의 일정을 시작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환영사하는 모습.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 부산 총회가 22일 신제윤 의장의 주재로 3일간의 본회의 일정을 시작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환영사하는 모습.

28일 정부 및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은 지난 21일 증권 및 상호금융 분야에 적용할 국가 자금세탁 위험평가시스템 구축 사업 소프트웨어(SW) 구매를 요청했다.

정부는 2014년부터 은행권을 시작으로 국가 차원 종합적 자금세탁 위험관리 시스템 구축에 들어갔다.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가 2012년 제시한 새 국제 기준을 맞추기 위해서다.

FATF가 제시한 기준의 핵심은 자금세탁 위험에 따라 차등 조치를 취하는 위험중심접근법(RBA)의 전면 도입이다. 이 시스템이 도입되면 금융회사는 고객, 상품, 서비스 등에 내재한 자금세탁 위험을 줄일 수 있는 조치를 차등 적용해야 한다. 신규 상품이 어떻게 자금세탁에 이용될지도 사전에 검토해야 한다.

FIU는 이미 지난해 은행 및 보험사에 적용할 위험평가 시스템 구축을 마쳤다. 올해 67개 증권사와 상호금융사의 시스템 구축을 마무리 짓는 것이 목표다.

FIU 관계자는 “2019년 다가올 국제기구 평가를 대비해 2014년부터 은행권을 시작으로 순차적으로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며 “올해는 증권사와 상호금융사, 내년에는 저축은행, 카드사, 선물사까지 금융회사뿐만 아니라 카지노와 환전상 등 자금세탁 전반을 들여다 볼 수 있는 평가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위험평가 기준도 새로 마련할 계획이다. 증권사는 파생상품, 옵션 및 선물 등 자금 흐름 파악이 쉽지 않은 분야와 직원의 불법 대리거래 위험평가 기준을 집중적으로 들여다 볼 계획이다. 전체 의심거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적지만 자금세탁의 중간 경유지로 증권사가 자주 활용되기 때문이다.

FIU 측은 시스템 도입으로 증권사의 의심거래 보고도 크게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FIU에 따르면 2014년 증권사에서 발생한 의심거래 보고는 8727건으로 은행 다음으로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실제로 시중은행의 의심거래 보고건수는 새 시스템 도입 이후 29만건에서 43만건으로 대폭 늘었다.

개별 증권사 단위의 자체 시스템 도입은 내년부터 이뤄질 전망이다. FIU는 시스템 구축이 마무리 되는대로 개별 증권사가 갖춰야 할 위험평가 처리 기준과 전산 연계 표준을 제시할 예정이다.

실질적인 자금세탁 위험 평가가 이뤄지는 시기는 평가를 앞둔 2018년 무렵에야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지난해 자금세탁과 관련해 증권사 시스템 업그레이드를 공동으로 발주하기 위한 업체를 물색해봤지만 마땅한 곳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가장 먼저 새 국제기준을 도입한 은행권에서도 올해 말을 목표로 시스템을 구축하는 단계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금융위로부터 새 지침을 받아 기존 자금세탁 관련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하는 단계”라며 “올해 말까지 시스템 구축을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윤석 한국금융연구원 자금세탁방지 연구센터장은 “상호평가를 앞두고 있는 만큼 금융감독원에서도 앞으로 자금세탁 시스템 미비에 대한 지적과 제재가 강하게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면서 “증권사에서도 주가조작 등 자금세탁 관련 내부통제 과정 우려를 줄여가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조언했다.


보고기관별 의심거래보고 건수 변화

(단위 :건)


*기타: 우체국, 상호저축은행, 새마을금고, 상호금융 등

내년부터 증권사도 자금세탁방지 고도화 시스템 구축 본격화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