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젤게이트` 1년 맞은 폭스바겐, 수천억원 대 소송에도 리콜은 `제자리걸음`

미국에서 폭스바겐 `디젤게이트` 사건이 발생한지 1년이 지나면서 보상책과 피해자 소송 등에 대한 윤곽이 드러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여전히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다. 정부는 해당 차량을 `인증취소 및 판매금지`라는 초강수를 뒀다. 차량 환불을 요구하는 소송에만 5000여명이 몰렸고 헌법소원도 청구할 예정이다. 그럼에도 폭스바겐 측은 리콜이나 고객 보상을 위한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폭스바겐 로고
폭스바겐 로고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폭스바겐그룹,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국내 판매 대리점 등을 상대로 제기하는 `폭스바겐 및 아우디 자동차 배출가스 조작에 따른 사기로 인한 매매계약 취소 및 매매대금반환청구` 소송에 약 5000명이 참여했다.

현재 소송을 제기한 원고들은 2008년 이후 `EA189` 1.6 TDI, 2.0 TDI 엔진을 장착한 아우디·폭스바겐 차량 구매자·리스 사용자·중고차 구매자 등으로 구성됐다. 국내 디젤게이트 피해 차량은 폭스바겐 9만5581대, 아우디 2만9941대 등 총 12만5522대다.

소송인단이 5000명가량 되면서 손해배상 금액도 약 2000억원 규모로 커졌다. 이번 소송을 대리하는 법무법인 바른은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폭스바겐그룹, 판매 딜러 등 피고들에게 매매계약을 취소하고, 매매대금을 반환하라는 `주위적 청구`를 제기했다. 만약 주위적 청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피해자들에게 2000만~3000만원 손해배상을 하라는 `예비적 청구`도 한 상태다.

바른은 오는 20일 폭스바겐 소유주들이 자동차 교체 명령을 내려달라고 수차례 청원했는데도 환경부 장관이 자동차 교체 명령을 내리지 않고 있는 것과 관련, 위헌 여부를 확인해 달라며 헌재에 헌법소원심판 청구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그간 피해자들은 6월 9일, 6월 27일, 8월 1일 등 세 차례에 걸쳐 환불을 포함하는 자동차 교체명령을 내려줄 것을 건의하는 청원서를 제출했으나 정부는 관련 조처를 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 10월 1일 인천 국립환경과학원 교통환경연구소에서 아우디 차량이 주행시험을 받았다.
지난해 10월 1일 인천 국립환경과학원 교통환경연구소에서 아우디 차량이 주행시험을 받았다.

하종선 바른 변호사는 “환경부가 배출가스 저감장치 작동을 끄는 임의설정이 된 사실을 확인한 EA189 엔진 장착한 아우디·폭스바겐 차량에 대해 대기환경보전법 제 50조 7항을 근거로 조속히 자동차교체명령을 내려야 한다”며 “지금까지 세 차례 모두 아우디·폭스바겐이 리콜 방안을 제출하지 못한 것을 감안하면 향후에도 제대로 된 조치는 기대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폭스바겐그룹은 미국에선 법을 위반했다는 판정을 받아 150억 달러(16조9000억 원)의 벌금을 내고 48만대 차주에게 보상하는 것으로 결론났다. 반면 국내에서는 환경부가 조작 사실을 밝히고 해당 차량 전량을 리콜 조치하기로 했지만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가 제출한 서류가 불충분하다는 이유로 지금까지 리콜이 실시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리콜 계획서에 디젤 배출가스를 조작했다는 `임의설정` 문구 삽입을 요구하는 반면,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는 이를 거부해 문구를 넣지 않고 계획서를 제출해 왔다. 세 번째 계획마저 반려되자 리콜을 시작하려면 처음부터 다시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측은 리콜 및 국내 보상책에 본사 측과 협의해 조속히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만 내놓고 있다.

류종은 자동차/항공 전문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