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국감]대기업·공기관, 구매조건부 개발 성공과제 구매 `나 몰라라`

[2016 국감]대기업·공기관, 구매조건부 개발 성공과제 구매 `나 몰라라`

대기업·공공기관이 중소기업청 `연구개발(R&D) 구매조건부 신제품 개발 사업`에 참여해 중소기업이 개발한 성공 과제 중 31%를 구매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우원식 의원(산업통상자원위원회·더불어민주당)이 중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2010~2013년 구매조건부 신제품 개발사업` 관련 성공 과제 구매 현황을 분석한 데 따르면 전체 성공과제 358개 중 111개 과제(31%)를 대기업과 공공기관이 구매하지 않았다.

미구매 111개 과제 개발에 투입된 중기청 예산은 310억원이 넘었다.

우 의원은 “실제 구매도 이뤄지지 않은 제품 개발에 정부 세금만 수백억원이 낭비됐다”고 비판했다.

나머지 실제 구매가 이뤄진 사업 또한 1000만원 미만 구매가 10건, 1000만~5000만원 미만 구매가 14건 등으로 구매 실적이 저조했다.

구매조건부 신제품개발사업은 중소기업의 기술력 향상과 판로 확보를 위해 중소기업이 제품 개발에 성공하면 수요기관(공공기관, 대기업, 해외수요처)이 제품을 구매해 주는 조건으로 중소기업의 신제품 제품개발 비용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우 의원은 “대기업과 공공기관의 미구매 사유는 전형적인 갑질에 해당한다”고 질타했다.

대표적으로 삼성전기는 최근 4년(2010~2013년)간 제품 미구매건이 12건에 달한다. 이 중 9건은 삼성전기가 스스로 시험 및 성능 인증에 참여해서 개발하거나 입회하에 진행해서 개발에 성공한 과제임에도 `신뢰성 미흡` `품질 경쟁력 부족` `현장검증 미실시` 등 중소기업에 책임을 떠넘기며 일방적으로 구매를 거절했다.

국가안전처는 지난 2012년 완료한 `산압지형 조난 구조를 위한 위치 기반 시스템 개발 과제`에 대해 기관 입회하에 시험 및 성능 인증을 거쳐 성공시켜 놓고도 구매 시점에서 `필드 테스트에서 방수 성능이 요구 조건에 충족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3개 과제 제품을 구매하지 않았다.

우 의원은 중기청의 빗나간 기부금 운영제도에 대해서도 일침을 가했다.

우 의원은 “111개 과제 수행 중소기업이 제품 개발에 성공했다는 이유만으로 중기청 성과보상제도 운영 지침에 따라 모두 기부금을 납부했다”면서 “중기청은 기술개발에 성공하고도 제품을 팔지 못한 중소기업에 기부금이라는 명목으로 돈을 걷어 대기업과 공공기관 직원에게 상품권을 주고 해외 연수를 보내줬다”고 질타했다.

이들 중소기업이 낸 기부금은 총 2억7420만원에 달한다. 358개 성공과제 수행 중소기업이 납부한 전체 기부금(7억8866만원)의 35%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우 의원은 “중소기업은 팔 수도 없는 제품 때문에 기부금까지 내야하는 형편”이라면서 “대기업과 공공기관이 중소기업의 우수 기술을 우대하겠다는 등 말로만 상생 협력을 이야기하지만 정작 중소기업이 신제품을 개발해도 갖가지 핑계를 대며 헌신짝처럼 약속을 어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우 의원은 “중기청이 당초 약정 금액만큼 구매가 이뤄지도록 제도를 개선하고, 판로를 잃은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기부금을 걷지 않는 등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중기청 관계자는 “기부금은 기술개발에 성공한 중소기업이 자발적 판단으로 기부한 것”이라면서 “대기업 등의 제품 구매 여부는 기부 다음에 이뤄지는 진행 절차이므로 판매 실적이 없는 중소기업에게 기부금을 명목으로 돈을 걷은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대전=신선미기자 sm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