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엔터온뉴스 이주희 기자] 대부분의 영화들은 크랭크업을 하고 난 다음에 개봉일을 예상한다. 심지어 촬영에 들어가기 전부터 개봉 시기를 생각하는 영화도 있다. 이런 영화계에서 영화의 개봉이 미뤄지는 경우는 대부분 좋지 않은 상황 때문이다.
가볍게는 같은 날 개봉하는 작품이 대작인 경우가 있고, 거시적인 상황으로는 국가적인 재난이 있을 때다. 예를 들어 2014년 영화 ‘연평해전’은 메르스로 인해 영화관에 관객들이 적을 것을 예상하고 개봉을 미뤘다. 가장 곤란한 상황은 인적 재난이다. 즉 주연 배우 개인적인 논란 때문에 미뤄지는 경우다.
예를 들어 이병헌이 주연으로 출연한 영화 ‘협녀: 칼의 기억’은 2014년 12월 개봉하기로 되어 있었다. 하지만 8월, 이병헌이 동영상 관련 논란이 공개됐고, 영화의 개봉이 미뤄졌다. 그 다음해인 2015년 8월 개봉할 당시 이병헌은 “개봉 연기된 것은 내 영향이 가장 컸다. 원래 일찍 개봉할 예정이었는데 여러 가지 분위기와 상황 때문에 이제 개봉하게 됐다”며 사정을 이야기 했다.
2년 전 가장 큰 논란으로 여겨졌던 이 사건과 비슷한 사건들이 이번 해에는 쏟아지듯 알려졌다. 많은 연예인들의 물의로 인해 영화계는 개봉 문제와 관련해 골머리를 앓았다.
그리고 가장 먼저 박유천의 영화 ‘루시드 드림’이 물꼬를 튼다. ‘루시드 드림’은 지난해 6월 크랭크업해 올해 가을 개봉이 예정됐었지만, 개봉을 연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지난 28일 ‘루시드 드림’ 배급사 NEW는 “‘루시드 드림’이 1월 4일 개봉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성 스캔들을 일으켰던 박유천은 ‘루시드 드림’ 출연 배우 중 네 번째로 이름을 올렸다. 주연배우는 아니지만, 아들을 잃어버린 아버지가 꿈속에서 조력자의 도움으로 범죄의 단서를 찾아나서는 영화에서, 아버지의 주변을 맴도는 미스터리한 인물을 연기해 통편집은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이 터지고 나서 ‘루시드 드림’ 측은 박유천의 분량의 편집 가능성에 대해 “그의 분량을 빼고 스토리를 진행할 수 없다”고 말한 바 있다.

또 연예계를 뜨겁게 달군 스캔들로는 홍상수 감독이 있다. 홍상수 감독과 배우 김민희의 연애 소식은 도덕적으로 큰 충격을 안겼다. 최근 결별설까지 돌았지만, 공식적인 어떤 입장도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그들의 만남 여부를 확정하기는 어렵다.
홍상수 감독의 영화 ‘당신 자신과 당신의 것‘은 오는 11월 10일 개봉이 확정됐다. 이 작품은 화가 영수(김주혁 분)가 여자친구 민정(이유영 분)과 싸운 뒤 벌어지는 일을 그리는 작품으로, 김주혁, 이유영 외에도 유준상, 김의성 등이 출연했다.
이 작품은 제41회 토론토 국제영화제, 제54회 뉴욕 영화제, 제64회 산세바스티안 국제영화제에 출품되기도 했다. 또한 프랑스 마르세이유영화제 관객과의 대화에서 홍상수 감독은 김민희와의 관계에 대한 질문을 받기도 했지만 답변은 하지 않았다.
다만 홍상수 감독이 연출했고, 김민희가 출연한 두 편의 영화는 여전히 미지수다. 김민희는 홍상수 감독과 지난 1월에 강원도에서 한 편, 5월 칸 영화제 당시에 영화 한 편을 촬영했다. 내년 개봉 예정인 두 작품은 ‘당신 자신과 당신의 것‘처럼 단순히 홍상수 감독의 영화로만 볼 수가 없다. 두 사람에게 관심이 쏠릴 것이 당연하기 때문에 함부로 개봉하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성 스캔들, 불륜 스캔들 등 너무 큰 사건들이 끊임없이 터지는 바람에 음주 운전이 상대적으로 큰 문제가 아닌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음주 운전 역시 영화계의 골칫거리다. 배우 윤제문은 지난 음주 운전으로 징역 8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최근 그가 참여한 영화 ‘덕혜옹주’와 ‘아수라’가 개봉했지만, 이 작품에서 그는 조연 또는 특별출연으로 출연했기 때문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았다. 가장 큰 문제는 영화 ‘아빠는 딸’이다. 이 작품에서 윤제문은 배우 정소민과 타이틀롤을 맡아 영화를 전적으로 이끄는 인물로서, 만약 이 작품이 개봉한다면 윤제문의 복귀작이 되는 것이다.
지난해 11월 크랭크인, 올해 3월 크랭크업한 ‘아빠는 딸’은 작년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에 제작진들이 출연했고, 박명수가 카메오로 섭외하는 등 이미 활발하게 홍보를 해놓은 상태다. ‘아빠는 딸’의 제작사는 “후반 작업 중이다”라고 말을 아꼈다. 한 영화 관계자는(제작사 김치주식회사 정유동 대표) “개봉 날짜는 확정된 것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다 찍어놓은 영화를 개봉하지 않을 수는 없다. 들어간 제작비 문제뿐만 아니라 영화는 한 배우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논란이 됐던 배우가 주연을 맡은 영화가 개봉한다는 소식이 들릴 때 일부 대중은 “그의 영화라면 보지 않겠다”고 말하는 경우가 있지만, 영화가 개봉한 이후에는 배우의 사생활과 영화 자체를 따로 놓고 보는 경우도 있다. 대중의 반감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결국 영화 자체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다만 영화에 대한 자신감으로 영화를 내놓기보다는 영화 역시 대중문화이기 때문에 대중과 소통하려는 시도가 먼저다. 당사자의 충분한 반성과 대중과의 소통이 먼저 이뤄지지 않는다면, 해당 영화는 ‘대중성’ 없는 작품이 되고 만다.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이주희 기자 leejh@entero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