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기획…더빙①] 개그맨&가수의 더빙 도전, 효과와 한계

출처 : '장난감이 살아있다' '드림쏭' '달빛궁궐' 포스터
출처 : '장난감이 살아있다' '드림쏭' '달빛궁궐' 포스터

[엔터온뉴스 이주희 기자] 외화나 애니메이션의 경우 배우나 캐릭터의 목소리를 그대로 들려주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 더빙도 같이 진행한다. 자막을 읽지 못하거나, 자막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이들을 위한 배려다.

올 9월에 개봉한 애니메이션 ‘드림 쏭’은 성우진들이 총출동 했으며, ‘장난감이 살아있다’에는 개그맨 컬투가, ‘달빛궁궐’엔 배우들이 출연했다.



즉 성우들만 더빙에 참여하는 것은 아니다. 더빙이 전문 성우의 영역이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더빙이라고 하면 오히려 개그맨 컬투, 신동엽, 하하 등이 떠오른다. 그들이 출연하면 TV나 지면 등에서 대대적으로 홍보를 하기 때문이다.

개그맨과 아이돌을 포함한 유명인을 쓰는 이유는 그들의 이미지와 캐릭터가 맞는 경우도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영화를 홍보하기 쉽기 때문이다. 하지만 더빙도 연기이기 때문에 입증되지 않은 사람들을 쓴다면 작품의 질이 떨어지고 만다.

출처 :  ‘쾌걸 조로리의 대대대대모험’ 포스터
출처 : ‘쾌걸 조로리의 대대대대모험’ 포스터

그 대표적인 예가 지난 2013년 국내 개봉한 애니메이션 ‘쾌걸 조로리의 대대대대모험’이다. 네이버 평점이 정확한 지표는 아니지만 평점 1점대(10점 만점)를 기록하고 있는 유명한 작품이다. 영화 자체가 문제였던 것은 아니었다. ‘쾌걸 조로리’ 시리즈는 꾸준히 수입될 정도로 인기가 많은 작품이다.

이 영화의 국내 포스터에는 개그맨 신보라와 정태호가 함께 장식되어 있다. 더빙에 이 둘만 참여한 것은 아니지만, 포스터에는 개그맨인 이 둘의 모습만 담겼다. 당시 ‘개그콘서트’에서 맹활약 중이던 신보라와 정태호와 더빙에 참여했고, 그들은 영화 속에서 ‘개그콘서트’ 유행어를 남발했다. 물론 이점은 배우가 애드리브를 하는 것처럼 개그맨의 특성을 활용한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들이 간과한 것이 있다. 더빙의 기본은 캐릭터와 목소리를 연기하는 사람의 일체감이다. 이 작품에는 신보라와 정태호 두 사람의 목소리만 만화 캐릭터와 따로 놀아 영화에 집중할 수 없게 만들었다. 때문에 일부 관객은 ‘다시 녹음해서 개봉해라’ ‘캐릭터가 이상하다며 아기가 울었다’라는 등이라고 혹평을 하며 개그맨 더빙에 대한 불신을 확산시켰다.

전문 성우로 활동하고 있는 A씨는 “모든 비 성우들이 못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한 시대에만 어울리는 유행어라든가 극과 어울리지 않는 것이 무분별하게 들어간 것은 좋지 않다. 급하게 홍보하는 차원에서 유명인들이 더빙에 참여하기도 한다. ‘쾌걸 조로리’ 사건이 일어난 시점을 기준으로 무분별하게 유명인에게 더빙을 맡기는 일이 줄어든 것 같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한 영화 홍보사 B씨는 전문 성우가 아닌 유명인을 쓰는 이유로 “인지도 면이나 화제성에서 아무래도 찾을 수밖에 없다. 작은 영화나 중소기업에서 배급을 맡은 경우엔 마케팅에서 이슈화될 만한 부분을 찾는다”라고 이야기 했다.

또 다른 영화 홍보사 C씨는 “유명인을 쓰면 처음에 영화를 대중에게 알리기 쉽다. 영화의 타이틀은 기억이 안 나더라도 그 개그맨이 참여한 영화라는 인상을 남기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입증되지 않는 유명인들이나 당시 갑자기 인기 있는 사람들을 참여시키면 안 좋은 결과를 낳기도 한다”고 말하면서 “다만 그들이 참여했다는 것만 놓고 욕하시는 분들도 있다. 인기 얹혀 가려고 한다는 부정적인 시선이 있다. 그들이 하는 모습을 보지도 않고 개봉 전부터도 보지 않겠다며 욕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물론 모든 비 성우들의 능력이 떨어진다는 것은 아니다. 꾸준히 더빙을 해왔던 개그맨이나 아이돌은 좋은 결과까지 보여주면서 흥행과 작품성 모두 잡는 경우도 있다. 특히 컬투의 경우엔 라디오 콩트로 다져진 실력으로, 하하ㆍ정준하 등은 연기를 한 경험으로 성우 못지않은 실력을 보여주고 있다.

이번에 컬투가 참여한 애니메이션 ‘장난감이 살아있다’ 홍보사는 “컬투는 워낙 더빙을 잘 하기로 유명하다. 그동안 더빙을 많이 해왔는데, 재미도 있고 인기도 있고, 실제 이번 더빙도 잘 해주셨다. 그리고 ‘장난감이 살아있다’에서 컬투는 주인공이 아닌 감초 역할을 맡았다. 해설자와 트윈-더블 트윈 캐릭터를 맡았는데, 원작에서는 해설자로 댄 패트릭이라는 배우가 참여했고, 트윈-더블 트윈은 바비 모니한이라는 성우가 했다”고 전했다.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이주희 기자 leejh@entero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