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G밸리에 바란다

◇이덕규 엠텔레텍 대표

산업단지는 수출 기업에 공장 용지를 저렴하게 공급하고 사회간접자본(SOC)을 확충, 수출 기업의 경쟁력을 크게 높였다. 2000년대 디지털산업기지로 탈바꿈한 G밸리에는 1만개가 넘는 중소기업이 입주했다. 고학력 지식노동자와 벤처기업가가 몰려들면서 새로운 문제점도 제기된다. 열악한 교통 환경, 누추한 주거 환경, 부족한 문화 인프라다.

이은실 유니닥스 주임
이은실 유니닥스 주임

G밸리를 동서로 갈라놓은 경부선 철도는 주변 환경 공해는 물론 자동차 통행을 방해한다. 출퇴근 불편과 업무생산성을 저하시키는 요인이다. 대안으로 철도 지하화가 논의된 적은 있지만 예산 부족 등 이유로 미제로 남아 있다. 하루 빨리 2공단과 3공단을 연결하는 2~3개 터널공사라도 추진되길 바란다.

10만명이 넘는 젊은이가 일하는 G밸리 주변의 주거 환경도 열악하다.

지식산업센터만 빽빽하게 들어서 있고 지식근로자를 위한 문화공간은 거의 없다. 교육 및 문화 공간 확충을 위해서는 경부선 지하화, 가산역사 개발, 가리봉동 재개발 등 대형 과제를 함께 검토할 필요가 있다.

수도권 유일의 국가산업단지인 G밸리가 경쟁력 있는 첨단산업 기지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중앙정부, 서울시, 철도공사(코레일) 등이 협력해야 한다. 가까운 미래에 원활한 교통, 쾌적한 주거 환경, 교육 및 문화 환경이 잘 갖춰진 G밸리로 거듭나길 기대한다.

◇이은실 유니닥스 주임

특정 산업 업체들이 모두 모여 있는 지역을 `단지`라고 표현한다면 나는 사회생활 이후 단지 두 곳에 머물렀다. 출판편집자로 마포구 합정에서 근무할 때는 “회사가 왜 다 가정집에 있나?” 하며 의아해 했다. 2년 전 구로디지털단지에 면접을 보러 왔을 땐 고층 건물이 가득 모여 있는 모습에 압도당한 기억이 난다.

첫 출근 이후 적응에 시간이 좀 걸렸지만 곧 “이곳에서 계속 회사 생활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집이 인천이어서 교통편을 무시할 수 없다. 회식에 최적화된 `깔깔거리`의 맛있는 음식들은 물론 있을 건 다 있는 편의시설이 많다는 점도 맘에 든다.

`구로공단` 후예(?)라는 자부심도 있다. 예전 제조업이 한국의 주요 산업이던 시절 `공순이 언니`들 대활약은 누구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현재 가장 각광 받는 산업인 정보기술(IT) 중심에 구로디지털단지가 있다.

웹툰이자 웹드라마로도 제작된 `게임회사 여직원들`을 보면 IT 회사 직원은 속칭 `덕후`들이다. 야근도 많고, IT 기기에 관심이 많다. 나만 해도 편집자 때는 뭔지도 모르던 `태블릿PC`나 대륙의 실수라 일컫는 `샤오미` 제품을 구매했다. 굳이 필요하진 않지만 편리해 보여서 샀다. IT 기기 트렌드에 민감한 부분은 IT 산업 종사자들의 공통점일 것이다.

개인 희망사항이라면 영화관 하나만 생겼으면 좋겠다. 업무 끝나고 영화 보러 가고 싶다.

◇박경수 ETRI 책임연구원

G밸리는 공장 중심의 구로공단 이미지를 버리고 새로운 미래 산업을 태동시키는 지역이다.

한국산업단지공단은 클러스터 사업의 일환으로 기업 간 네트워크를 구성, 소규모 기업들이 시너지를 발휘하도록 연구개발(R&D)을 돕는다. 중소기업의 부족한 해외 마케팅 역량을 채우려고 산업단지공단과 KOTRA 등이 협력, 해외 전시회 참가를 유도하기도 한다. 회사를 해외에 알리는 데 도움이 된다.

G밸리 내에는 LG전자 휴대폰연구소, 오스템임플란트 연구소 등 대기업 R&D의 핵심이 자리 잡고 있어 첨단산업단지라는 자긍심을 갖는데 일조한다.

G밸리는 IT 관련 유사 업종이 많다. 정보 수집, 인력 수급 등 네트워크가 일반 공업단지보다 원활하다.

마케팅과 개발, 부품, 기판설계(Arework) 등 전문 업체가 혼재한 것도 장점이다. 기업별로 필요한 부분을 주변 업체로부터 도움 받을 수 있다. 상황에 따라 협업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인근에 구로공구상가가 있어 필요한 기자재 수급도 쉽다.

빌딩마다 상가나 식당가가 마련돼 있어 근무 환경도 좋다. 배후 지역인 광명시가 G밸리 임직원 주거에 많은 기여를 한다.

물론 개선해야 할 점도 있다.

변하지 않은 교통 환경이 가장 큰 문제다. 구로공단 시절부터 변함없는 도로망 때문이다. 수출의 다리, 서부간선도로 입구 등은 악명이 높다. 경쟁 회사가 즐비해 인력 유출이나 변동이 다소 심한 것도 염려스럽다.

유창선 성장기업부(구로/성수/인천) 기자 yud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