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리릭ㅣ박근철 작곡가] 뮤지션으로서의 롱런 비결 ‘끊임없는 탐구’](https://img.etnews.com/news/article/2016/09/30/article_30145442117867.jpg)
[엔터온뉴스 백융희 기자] 한 가지 분야에 있어서 실력은 시간과 비례한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묵묵히 한 길을 걸었다면, 어떻게든 태가 나는 법이다. 박근철 작곡가처럼 말이다.
과거 IMF가 터진 후 유학을 접고 한국에서 음악 공부를 한 뒤 유명회사에 두려움없이 곡을 돌렸다. 실패도 있었지만, 그 중 그의 재능을 알아본 회사를 통해 작곡가로 데뷔할 수 있었다. 그 작은 연이 또 다른 인연과 이어지고 길게 가지를 뻗어서 지금의 그가 자리잡게 됐다.
박근철 작곡가는 꾸준하게 내로라하는 가수, 작사가, 음반, 뮤지컬, 영화음악 등의 작업에 참여했다. 그만큼 다수 매체의 인터뷰 요청이 있었지만, 함께 작업했던 가수들에게 영향이갈까 인터뷰 또한 자중했었다. 하지만 최근 뮤지션을 꿈꾸는 친구들을 위해 엔터온에 그 문을 열어줬다.
엔터온은 그가 수십 년에 걸쳐 쌓아온 음악적 감성, 노하우등을 비롯해 신인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건재한 열정을 인터뷰에 담으려고 노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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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곡 작업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제목은 노래의 완벽한 얼굴이다. 정말 중요하기 때문에 곡 작업을 할 때 작사에 참여 하지는 않더라도 제목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한다. 그렇다고 심오한 제목만 좋은 건 아니다. 드라마 ‘시티헌터’에서 임재범의 ‘사랑’이란 노래를 작업했다. 이 때 제목이 없어서 많은 고민을 했다. 특히 그가 ‘나는 가수다’에 출연하던 가장 ‘핫’ 할 때 나오는 첫 음원이었기 때문에 더 중요했다. 계속 고민하고 생각했는데 ‘이건 사랑이다’ 해서 ‘사랑’으로 했다. 제목을 짓는 팁이라고 하면 가사에 나오는 단어를 제목으로 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하지만 박효신의 ‘야생화’같이 느낌을 살린 제목도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
Q. 작곡가의 입장에서 바라볼 때 작사가에게 중요한 것은?
“일차적으로 의뢰한 사람을 만족시켜야 한다. 작곡가 입장에서 보면 가사를 받고 제일 처음 하는 건 따라 불러 보는 일이다. 두 번째 문제는 내용이다. 터무니없는 가사를 보내는 작사가는 별로 없기 때문에 누구나 한 번 정도 읽으면 내용은 파악할 수 있다. 기승전결이 잘 흘러가면서 클라이맥스 부분에 딱 맞는 발음이 나오지 않으면 부르기 힘들다. 작사가라면 이 부분도 거의 해결한다. 그 다음은 얼마나 내용의 경중이 있는지를 생각한다. 예를 들면 똑같은 사랑이더라도 ‘어떻게 이렇게 표현했지?’하는 가사를 쓸 수 있는 게 중요한 것 같다.”
Q. 가사를 쓸 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작가의 개성을 열렬히 반영하되 제 3자의 입장에서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특히 첫 번째는 노래 부르는 가수의 입장에서 이해해야 한다. 그 다음은 이 가수가 이 문장을 불렀을 때 팬들이 어떻게 반응을 할까에 대해서 생각해야 한다. 사실 이 부분은 작사가가 작곡가보다 더 앞설 수도 있다. 작곡가에게 비전을 제시하는 거지. 이렇게까지 생각하고 있다면 그 사람은 이미 해내고 있는 사람이다. 특히 요즘 아이돌 음악을 소화해내는 전문 작사가들의 경우, 격렬한 안무까지 소화하는 걸 감안해서 발음부터 문장길이의 적절한 조절까지 세심한 부분을 감안해 작업 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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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가사를 잘 쓰기 위한 방법?
“계속 해야 한다. 책, 영화, 글, 등을 많이 보면 좋은 것 같다. 평소 ‘에버노트’라는 휴대폰 어플로 관리를 한다. 좋아하는 일본 가사를 번역해서 적어놓거나 아이디어를 써놓기도 한다. 꼭 작사만 보는 건 아니다. 좋아하는 감독의 글, 인터뷰 등을 스캔해서 저장해놓는다. 나는 영화를 보면서 좋은 영감을 얻는다. 실제 경험에 상상력이라는 MSG를 넣을 수 있다. 여행지에서의 음악도 영향을 많이 준다. 거리의 냄새, 경치, 사람, 음악 등을 몸에 담거나 촬영을 많이 한다. 고프로로 촬영을 많이 하는데 TV나 휴대폰으로 다시 보면 4D로 다가오는 경험을 한다.
Q. 작사가들에게 작업 기한은 그리 길지 않다고 들었다. 단기간에 뽑아내야 할 때 팁이 있나?
“단기간에 뽑아낼 때는 작업실에서 나오지 않고 작업을 해야 하는 집중력도 필요하지만, 평소에 많은 영양분을 축적해놓는 것이 중요하다. 결과물이 한 칼에 나올 수가 있는데 그런 상황은 운이 좋아야 한다. 내 바이오리듬과 모든 것이 다 맞아떨어져야 한다. 언제 올지 모르기 때문에 항상 준비를 해야 하는 것이다.”
Q. 가사만 쓰는 전업 작사가는 많이 없다. 다른 종류의 직업과 함께 병행하는데, 일을 하고 심적으로 피폐해진 상태에서 가사를 쓴다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직장인과 마찬가지로 음악 하는 사람들도 피폐한 상태로 작업을 하는 경우가 많다. 동시에 여러 곡을 작업할 때가 있기 때문이다. 이 작업은 정말 피폐한 작업이다. 최근에는 SBS 드라마 ‘사임당 빛의 일기’에 3곡을 작업했다. 이 곡을 쓰면서 가수 더 원의 앨범과 겨울 시즌에 맞춰 제작중인 웹드라마 2편의 음악을 제작중이다. 이 부분을 알아야 하는데 뮤지션이라고 해서 작사 작곡만 하는 건 아니다. 사람도 만나야 하고, 새롭게 나오는 신인에 대한 컨설팅도 해야 하고 새 프로젝트에 대한 비즈니스미팅 또한 해야 한다. 그래서 책상에 앉아서 작업할 수 있는 시간은 많지 않다. 이 모든 것들을 잘 해내려면 자기관리가 필요하다. 아이와 놀아줘야 하고, 운동도 해야 하고 패션에 대해서도 알아야 만나는 사람들과 대화가 통한다. 난 별로 옷을 못 입지만..(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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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가사를 쓰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노력이 있다면?
“영화와 다른 사람들의 인터뷰 등을 많이 봤으면 좋겠다. 기본적인 영감의 원천은 직접적인 경험이 맞지만 스펙터클하고 수많은 시련과 아픔을 겪는 것이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영화, 다른 사람의 음악과 글을 통해 느낀 감정들을 현실을 기반으로 쓴 가사에 살을 붙여야한다.”
Q. 우스갯소리로 공장처럼 찍어내듯 빠른 시간 안에 다작을 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더라. 가능한 작업일까?
“일을 하다보면 질문의 내용처럼 공장처럼 찍어내야 하는 경우도 있다. 뮤지컬 음악, 가수 음반, 드라마 OST, 영화 BGM 작업 등이 한 번에 의뢰가 올 때가 있다. 일을 해야 한다고 판단이 들면 그건 해야 하고 해내는 편이다. 빠른 시간 내에 작업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지기까지는 오래 걸렸다. 이 부분은 욕망에서 비롯되는 거다. 마음만 먹는다면 어떻게든 해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Q. 가사를 쓸 때는 수정작업이 중요하다고 하던데?
“나에게 가장 이상적인 작업 기간은 10~14일 정도이다. 10일 동안 곡을 완성시킨다면 나머지 3~4일은 수정작업을 한다. 작사든 작곡이든 모니터링기간을 거치는 반성 기간이 필요하다. 수정할 때는 철저하게 듣는 사람이 돼야한다. 이미 앞의 과정에서 내 개성, 아이디어 등이 들어가 있기 때문에 내 마음은 이 단계에서만큼은 배제한다. 철저하게 대중이 듣기에는 어떨까, 이 가수가 부르기에는 어떨까, 가사 내용 중에 시기에 적절한 것인지 등 꼼꼼한 검토 과정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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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가사에도 유행이 있다고 하더라. 요즘 스타일의 가사?
“요즘 가사의 유행을 딱 말하기는 어려운 것 같다. 그래서 작사는 절대 혼자 하지 않으려고 한다. 최근 작업한 ‘사임당 빛의 일기’ 음악 작업도 혼자 하지 않았다. 나와 같이 프로듀싱을 같이 하는 친구들 중 젊은 친구들이 있는데 그런 친구들에게 물어본다. 전문적으로 작사를 하는 친구들에게도 물어보고 혼자만의 아이디어로 작사를 하진 않는다. 음악 산업이 너무 빨리 변하기 때문에 작곡도 점점 더 검증을 많이 해야 하는 상황이 왔다. 하지만 뭐든 적당히 해야 한다. 자신의 심지를 키우는 게 중요하다. 여기서도 영화 이야기를 하는데 영화를 많이 봐야한다. 종합 예술이거든. 시각적인 것, 음악, 대본까지. 모든 것을 느낄 수 있고, 여행하고 일맥상통한다고 생각한다.”
Q. 마지막으로 뮤지션을 꿈꾸고 있는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는?
“처음 시작하기가 힘들어 보이지만 무대포정신이 있으면 불가능한 건 없다. 어떤 형태로든 시도를 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나 역시 그랬으니까. 하지만 정식 데뷔 후가 진짜 고통의 시작이다. 아직도 나에 대해 의심하고 물음표를 던지게 된다. 일을 하다보면 어느 순간 나와 계속 일을 했던 클라이언트가 다른 사람과 일을 하고, 사람들이 내 음악을 좋아하지 않는 것 같은 순간이 있다. 그런 것을 어떻게 이겨내느냐가 관건인 것 같다. 프리랜서로서 자기 밥벌이를 넘어서 가족을 부양하고 부모를 모셔야하는 역할까지 생각하면 부담감이 올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창작이란 일로 모든 것들을 해내는 것은 정말 경이로운 것이라고 생각한다. 특히나 요즘 같은 경제상황이라면 처음부터 완전전업을 생각하는 것 보단 어느 정도의 수입을 보장할 수 있는 Job을 유지하면서 창작활동을 시작했으면 한다. 그리고 어느 정도 자리를 잡는 느낌이 들 때까진 그 Job을 유지했으면 한다. 수중에 돈이 없으면 자존감은 사라지고 당연히 자기창작물에 대한 확신도 사라진다.”
“나를 비롯해 주변에서 성공하는 사람들을 지켜보면 항상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지금보다 더 간절하고, ‘The More’라고 한다. 자신에게 일말의 재능이란 게 있다면 분명히 데뷔는 할 수 있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다. 자신의 개성과 창작적인 능력을 지탱해줄 수 있는 것들을 계속 연마를 해야 한다. 이 생활을 하다보면 불규칙한 생활을 하게 된다. 그래서 건강관리 또한 중요하다. 이런 얘기를 하면 당연한 말을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본질적인 것들이 정말 중요하다.”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백융희 기자 historich@entero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