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G, 석유화학 연료 배 가까이 급증…車연료도 뛰어넘을까

석유화학업계는 최근 LPG 가격이 경쟁력을 회복하자 사용량을 확대하고 있다. 한화토탈이 최근 준공한 C3LPG 탱크.
석유화학업계는 최근 LPG 가격이 경쟁력을 회복하자 사용량을 확대하고 있다. 한화토탈이 최근 준공한 C3LPG 탱크.

액화석유가스(LPG)시장에 석유화학발(發) 지각 변동이 불어닥쳤다. 최근 사용량이 급증하면서 최대 수요처인 자동차용과 격차를 바짝 좁혔다. LPG차량 감소로 자동차용 수요가 급감했지만, 석화산업용 연료가 주력 시장으로 다시 떠올랐다.

4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올해 8월까지 석화용 LPG 누적수요는 총 199만톤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90.4%나 급증했다. 반면 최대 수요처였던 자동차용 연료 수요는 같은 기간 지난해 대비 5.3% 감소한 235만톤에 그쳤다. 석화용 수요는 자동차용의 84% 수준까지 치고올랐다. 지난해 같은 기간 자동차, 석유화학용 수요는 각각 248만톤, 104만톤으로 자동차용이 2배 이상 많았다.

자동차용 LPG 평균 가격이 10년만에 600원대에 들어섰지만 차량 등록대수가 줄어 수요확대로는 이어지지 못했다. 우리나라 LPG차량 대수는 2010년 11월 245만9155대로 정점을 찍은 뒤 6년째 감소세다.

석화 원료용 LPG는 각광을 받고 있다. LPG를 원료로 프로필렌을 생산하는 SK어드밴스드가 출범했고 롯데케미칼, LG화학, 한화토탈 등 국내 나프타크래커(NCC, 원유를 정제해 얻는 나프타를 분해해 화학제품을 생산하는 설비) 업체가 최근 가격이 낮아진 LPG와 나프타 혼용 비중을 높였다. LPG 사용량을 늘리면 부산물 생산 비중은 감소하지만 최근 시황이 좋은 에틸렌 산출 비중은 커진다. 일반적으로 LPG 사용량을 40%까지 높이면 에틸렌 산출 비중이 나프타 사용 대비 약 17%가 증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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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화용 LPG 수요는 당분간 증가 추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북미와 이란에서 LPG 생산량이 늘면서 사우디아라비아 독점구조가 깨졌다. 동북아시아 등 주요 시장에서 도입처를 다각화하면서 가격 하락 효과가 발생했다. 업계에 따르면 LPG가격이 나프타 대비 95% 수준이거나 나프타 대비 톤당 50달러 가량 낮으면 대체 원료로 경제성을 갖는다. 최근 LPG 가격이 하락하면서 국내 NCC 업체는 원가 측면에서 LPG 투입 비중을 늘려 마진을 늘리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롯데케미칼, LG화학, 한화토탈은 올해 설비 개조, 탱크 신설로 LPG 대체 투입 비중을 최대 20%까지 늘릴 수 있다. 대한유화도 최근 LPG 투입 비중을 언제든지 높일 수 있는 공정 개선에 나서는 등 석유화학 시장에서 LPG 수요는 당분간 호조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 자동차용 수요는 확실한 성장요인이 없는 반면에 석유화학용은 확실한 수요 성장 기반을 마련한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대 시장인 자동차용 수요가 매년 감소하고 있지만 마땅한 대안 시장이 없어 업계 고민이 많다”면서 “석유화학 시장에서 LPG가 나프타와 경쟁하고 있어 당분간 상황을 지켜봐야겠지만 글로벌 공급 확대로 인한 가격 하락 효과가 석유화학 시장에서 가장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최호 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