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집 식탁에서 공동창업자 3명이 모여 개인간(P2P) 금융사업을 시작해 1년만에 25명 식구가 생겼습니다. 외적인 성장에 연연하지 않고, 빅데이터와 알고리즘을 통한 완벽히 자동화된 대출 및 투자를 위해 더 치열하게 싸워볼 생각입니다.”
서상훈 어니스트펀드 대표는 서울대 경영학과를 수석으로 졸업한 소위 수재다. 27세인 그는 대기업이나 전문직 취업 대신 창업의 길을 선택했다.
대학 졸업 뒤 삼성SDS 개발자, 맥킨지, 벤처캐피털인 콜라보레이티브펀드 등에서 일했지만 안정적인 직장을 뿌리치고 핀테크 사업에 뛰어들었다.
서 대표는 “벤처캐피털에 있으면서 미국시장에서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P2P산업을 봤고, 우리나라에도 꼭 필요하단 생각에 망설임 없이 시작했다”고 밝혔다.
서비스 시작 1년을 넘어선 어니스트펀드는 누적대출액 105억원을 넘어서는 등 순항중이다. 최근 KB인베스트먼트, 한화인베스트먼트, 신한캐피탈 및 복수 기관투자자로부터 총 60억원 투자유치에 성공하며 시장에서 가치를 인정받기도 했다.
서 대표는 “지하방, 망한 카페 등을 전전하며 일곱 번 이사 끝에 최근 서울 여의도 63빌딩으로 회사를 이전했다”며 “회사를 운영할 안정적인 투자를 받은 만큼 이제 정말 어니스트펀드가 꿈꾸던 빅데이터와 알고리즘 기반 P2P 시스템을 구축해 갈 것”이라고 말했다.
어니스트펀드는 기존 은행, 카드사보다 축적량이 적은 데이터를 만회하기 위해 IT기업과 제휴를 서두르고 있다.
금융권은 갖고 있지 않은 더 풍부한 데이터를 보유한 IT기업 3곳과 올해 내 파트너십을 구축, 이들이 가진 빅데이터를 이용해 대출에 필요한 심사평가, 정산 등 체계를 구축할 예정이다.
또 장기적으로 P2P 과정에서 사람 개입이 없는 완벽히 자동화한 시스템을 만들어갈 계획이다. 사람이 개입하면 불필요한 심사시간과 절차가 생기기 때문이다.
서 대표는 “기존 저축은행, 대부업체들도 대출심사 자동화를 어느 정도 이뤘지만, 그들은 신용등급과 금리 세분 없이 많은 고객에게 고금리로 빠르게 대출하면서 리스크를 포기했다”며 “우리는 고도화한 자동 프로세스를 통해 고객이 빠르지만 저렴한 금리로 돈을 빌릴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더불어 최근 시장에선 부동산 담보 P2P대출이 유행하고 있지만, 소액 신용대출만 취급하겠다는 소신도 밝혔다.
서 대표는 “지난 2011년 저축은행 사태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이 터지면서 일어났다”며 “소액 신용대출 투자는 평균수익률이 조금 낮더라도 극단적인 선택으로 뛰어내리는 분이 생기진 않을 거란 믿음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내년까지 누적대출액 1000억을 목표로 자산의 질을 높이는 데 주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지혜 금융산업/금융IT 기자 jihy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