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공동주택엔 주민동의 없이 전기차 충전기 설치한다

제주도에서 공동주택 내 전기자동차 충전기를 설치할 경우 주민 동의 절차가 사라진다. 전기차 민간 보급에서 가장 큰 걸림돌을 제거하는 조치다. 다른 광역시·도에도 확산될 전망이다.

4일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도청 기자실에서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전기차 2.0시대 보급 전략`을 발표했다.

원 지사는 “지난달 전기차 누적 보급수가 3608대로 제주도 내 모든 차량의 1%를 넘어섰다”면서 “2017년 초 2%, 2017년 말 5% 달성을 위해 보조금 위주 정책을 사용자 중심 `오픈 이노베이션`으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4일 제주도청 기자실에서 원희룡 제주지사가 `전기차 2.0 시대`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4일 제주도청 기자실에서 원희룡 제주지사가 `전기차 2.0 시대`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우선 제주도에서는 공동주택 입주민회의 동의서 없이 전기차 보조금 신청이 가능하게 됐다. 전용 충전기 설치 공간을 확보하지 못해 전기차 구매를 망설이거나 포기한 아파트 등 공동주택 거주 전기차 수요자를 위한 파격 조치다.

일부 주민 반대가 예상되지만 이미 전기차 보급수가 1%를 넘어선 만큼 시장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판단한 데 따른 행보다.

주차 공간이나 전기 수전 용량이 충분함에도 입주민 반대로 전기차 구입이 제한 받고 있다는 전기차 사용자들의 요청이 반영됐다.

이찬진 한글과컴퓨터 창업자는 “충전기 설치 환경이 대규모 아파트 단지도 있고 아파트 한 동만 있는 곳도 있는데 무조건 동의서를 구해야 한다는 건 오히려 과잉 규제가 될 수 있다”면서 “동의서 절차가 없어짐에 따라 그동안 전기차 구매자 불편함이 확연히 줄게 됐다”고 평가했다.

제주도는 전기차 보조금을 내년부터 단계별로 축소한다. 올해 안에 제주 올레길 등 주요 관광지와 연계한 `전기차 허용로(EV Road)`를 지정하고, 전기차로 제주를 관광하는 특화 상품도 개발한다.

연말까지 급속충전기 위주 충전기 246대를 포함해 동서남북 거점에 충전스테이션 6개를 구축한다. 내년까지 급속충전기 311기를 포함한 개방형 충전소도 확충한다. 도내 공용주차장 내 전기차 전용주차면 의무화와 전기차 주차료도 50%에서 전액 무료로 전환한다.

원 지사는 “도내 주택 46% 이상을 차지하는 공동주택 도민의 전기차 구매 기회를 사전에 차단하지 않도록 입주자대표회의에 참여해야 하는 동의 절차 등 불편함을 개선하기로 했다”면서 “보조금 지원만으로는 전기차 보급 확대에 한계가 있는 만큼 오히려 보조금 축소가 전기차 제작사부터 시장 경쟁을 불러 올 것”이라고 역설했다.

원 지사는 “청정 제주를 지키고 전기차 산업을 성장 동력으로 삼기 위해 EVuff(전기차 이용자 포럼&페스티벌) 같은 전기차 이용자 포럼 행사도 장려해 정책에 적극 반영하겠다”고 덧붙였다.

4일 제주도청 기자실에서 원희룡 제주지사(가운데)가 전기차 이용자 등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4일 제주도청 기자실에서 원희룡 제주지사(가운데)가 전기차 이용자 등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제주=

박태준 전기차/배터리 전문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