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치비 급락으로 태양광발전이 그리드 패리티에 성큼 다가섰지만 우리나라는 금융권의 소극적 투자와 제도적 지원이 미흡해 시장 확대가 어렵다는 주장이 나왔다. 그리드 패리티는 신재생에너지, 화석 에너지 발전단가가 같아지는 균형점이다.
한국공학한림원이 5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개최한 제53회 에너지포럼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세계 다수 국가가 태양광 그리드 패리티를 달성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전력 정산 방식 문제 등으로 아직 경제성을 확보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차문환 한화큐셀코리아 대표는 “올해 태양광 시스템 설치 가격이 빠르게 떨어지면서 일부 국가는 화력발전을 뛰어넘는 경제성을 확보했다”면서 “저유가로 LNG(액화천가스) 등 화석연료 가격이 하락한 상황에서도 신재생이 자생능력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차 대표에 따르면 올해 태양광 입찰 평균 낙찰가는 ㎿h당 50달러다. 지난해 글로벌 평균 입찰 가격인 75달러 대비 30% 이상 하락 급락한 수치로 화력발전과 비슷하다. 올해 두바이에서 이뤄진 태양광 입찰에서는 역대 최저치인 ㎿h당 24달러에 계약에 체결됐다. 태양광 시스템 가격은 지난해 와트당 1.31달러를 달성했고 2020년께 0.97달러까지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세계 태양광 시장도 성장세를 지속할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68GW에 이어 내년 73GW, 2018년 82GW 수준의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차 대표는 “세계 수요 절반을 차지하는 중국, 일본 수요가 꾸준하고 인도, 미국, 유럽에서 수 GW 설비가 들어섰다”면서 “가격이 하락하면서 태양광 성장세는 다시 가파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국내 태양광 수요 확대에 대해서는 비관적 견해를 드러냈다.
차 대표는 “우리나라는 3㎿가 넘는 사업에 대해서는 REC(신재생공급인증서) 가중치를 낮게 부여하고 한전이 변동비로 전력구매계약(PPA)을 맺는다”면서 “세계적으로 이런 방식의 태양광 지원책을 구사하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하고 이로 인해 양적 성장이 어렵다”고 말했다.
김동환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태양광 사업 지원책이 미흡해 사업 변동성이 커지다 보니 신재생사업에 필수인 금융권 프로젝트 파이낸싱 참여가 어려운 환경이 조성됐다”면서 “이런 문제를 풀고 분산된 정책금융기관, 부처간 이견을 조율할 수 있는 콘트롤타워를 설립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조수봉 삼호그린인베스트 부사장은 “금융권에서 보면 우리나라 태양광 사업은 리스크를 안고 가야하는 부분이 있다”면서 “REC 가중치를 높이고 FIT(발전차액지원제도)를 다시 도입해 전력을 정산하는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호 전기전력 전문기자 snoop@etnews.com
-
최호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