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와 책]황철우 에이치앤 상민통운 대표 `볼드`

[CEO와 책]황철우 에이치앤 상민통운 대표 `볼드`

황철우 에이치앤 상민통운 대표는 올 여름 휴가기간을 앞두고 모든 임직원에게 책 한 권을 선물했다. 피터 디아만디스의 `볼드`였다. 독후감은 안 내도 좋으니 휴가기간에 단 몇 장만이라도 읽어보라는 당부까지 덧붙였다.

황 대표는 “진짜 읽었는지 확인은 안 해봤다”면서 “우리 직원들이 지겹도록 들었던 이야기지만 책으로 보면 생각이 한 번 더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에이치앤 상민통운은 대형화물 전문 물류기업이다. 2012년 설립 후 현재 보유차량 등록대수만 250대에 달할 정도로 단기간에 급성장했다. 계열사를 포함한 올해 예상 매출액은 전년 갑절인 200억원을 넘을 것으로 회사는 예상했다.

황 대표는 비결을 회사이름에서 찾았다. 서로 `상`과 민첩할 `민`이라는 뜻을 담은 `상민`이 답이다. 회사 구성원이 똘똘 뭉쳐 유기적으로 민첩하게 움직인 결과라는 것이다.

그는 책 제목인 `볼드(Bold)`, 즉 대담함에 주목했다. 사업을 `세상의 변화에서 기회를 포착하고 큰 밑그림을 그린 뒤 즉시 실행에 옮기는 것`이라고 정의한 그는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난관을 조직력을 통해 돌파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사업가는 변화의 거대한 파도를 대담하게 즐겨야 한다`는 게 평소 지론이다.

이 회사가 속한 물류산업, 특히 국내 육상화물운송 분야는 지난 수십년간 변화가 거의 없었던 업종이다. 아직도 업계 전반에는 복잡한 이해관계로 폐쇄적인 시장문화가 고착화돼 혁신이 어렵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최근 정부가 물류산업 육성을 위해 규제를 혁신하는 `화물운송시장 발전방안`을 발표했지만 업계 반응이 시큰둥한 것도 이 때문이다.

[CEO와 책]황철우 에이치앤 상민통운 대표 `볼드`

글로벌 물류시장은 다르다. 기존 물류산업이 정보기술(IT)과 접목되면서 아마존, 알리바바 같은 혁신기업이 막대한 자본을 투입하며 물류 혁신에 나서고 있다. 국내에서는 쿠팡이 출현해 유통업계 지각변동이 시작됐다. 황 대표는 “운송시장에서도 큰 물고기가 아닌 빠른 물고기가 먹이를 잡기 시작했다”며 “운송업은 향후 10년 사이 큰 변화의 소용돌이에 휩싸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책에서는 에어비앤비, 우버, 인스타그램 등 파괴적 혁신으로 성공가도를 달리는 기업들을 분석한다. 황 대표는 “다음 주자는 화물운송업”이라면서 “화물운송업은 길고 긴 잠복기를 거쳤고, 머지않아 파괴적 혁신을 맞이할 운명”이라고 강조했다.

그가 보는 운송산업 미래는 낙관적이다. 골짜기마다 굽이치는 물길도 결국 바다를 향한다는 것.

“드론, 자율주행차, 인공지능, 친환경 에너지 등 운송산업 환경이 바뀌어도 업의 본질은 변하지 않을 것입니다. 대담한 도전으로 단기적인 이익보다 장기적인 비전에 집중하고, 시장의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한다면 미래를 선점할 기회는 누구에게나 주어질 것입니다.”

김용주 통신방송 전문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