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진동 등 주변 환경 속에 숨은 에너지를 전력으로 바꿔주는 새로운 마찰 발전기술이 개발됐다.
백정민 울산과학기술원(UNIST) 신소재공학부 교수팀(이하 백 교수팀)은 번개 생성 원리를 모사한 전하펌프 기반 `고효율 마찰 발전기` 개발에 성공했다. 번개 구름에서 전하가 분리되는 원리를 인공적으로 구현해 순식간에 큰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있는 기술이다.
번개는 구름 내 수증기 분자와 얼음 결정이 마찰하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두 물질이 부딪치면서 전하들이 분리되고 축적됐다가 한꺼번에 엄청난 에너지를 지표면으로 방출하는 것이다.
백 교수팀은 먼저 구름 속에서 번개가 만들어지는 현상을 면밀히 분석했다. 이어 전하가 생성되고, 분리·축적되는 과정을 파악한 후 `전하 펌프`라는 새로운 개념을 고안했다.
전하펌프는 수증기 분자와 얼음처럼 신소재 간 마찰을 이용해 전하를 생성하는 펌프다. 백 교수팀은 여기에 접지층을 하나 더 삽입해 신소재-접지-신소재로 구성된 3층 구조의 전하펌프를 완성했다.
3층 구조 전하펌프를 장착한 마찰 발전기는 생성된 전하가 외부 회로로 이동할 때의 손실을 효과적으로 막아 기존 마찰 발전기보다 10~100배 이상 높은 출력을 나타냈다.
백 교수팀은 이 마찰 발전기를 이용해 스마트폰과 스마트워치 배터리 충전 실험에도 성공했다.
백 교수는 “바람, 진동, 소리, 걷기 등 일상 속 숨은 에너지를 거두어 전기를 만드는 새로운 기술”이라면서 “나무나 건물 등 고정된 사물은 물론 자동차처럼 움직이는 사물에도 적용해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연구에는 종린 왕 조지아공대 교수, 김상우 성균관대 교수, 강종윤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책임연구원, 최덕현 경희대 교수가 참여했다.
삼성전자 미래기술육성센터가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의 일환으로 연구를 지원했고 연구 결과는 `네이처` 자매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10월 5일자 온라인판에 실렸다.
울산=임동식기자 dsl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