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권익위원회의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 유권 해석이 국감 도마에 올랐다. 상황에 따라 오락가락한데다 현실과 거리가 먼 탁상공론식 해석이 난무한다는 지적이다. 또 국민 혼란을 가중시키는데 권익위의 전담 인력 부족과 사전준비 미흡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10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권익위 국정감사에서 청탁금지법 유권해석 혼선을 놓고 여야 가릴 것 없이 질타가 쏟아졌다. 모호한 유권 해석과 함께 `일단 아무것도 하지 마라`식의 대응안이 문제가 됐다.
김선동 새누리당 의원은 이날 국감에서 “국감 중에 피감기관이 의원들에게 3만원 이하라도 식사를 제공하는 것은 직무 연관성 때문에 김영란법 위반”이라며 “권익위가 국감 기간이 아닌 일반 회기 중에는 원활한 직무수행 등 범위 내에서 3만원 이내 식사는 허용될 수 있다고 해석하는데 일반 회기 중에는 직무 연관성이 없는 건가”라고 물었다.
김용태 새누리당 의원은 “학생이 교수에게 캔커피를 주고, 교사에게 카네이션을 달아주거나, 운동회 때 학부모가 교사에게 김밥을 주는 등의 사례가 위반이 맞느냐”고 질문했다.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기업체에서 발행하는 사보도 기업 CEO들이 언론인으로 간주돼 폐간했다고 하는데, 온라인으로 사보를 전환하면 괜찮고 정기간행물이면 안되는 거냐”고 물었다.
이에 성영훈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은 직무 연관성을 이유로 “모두 김영란법 위반이 맞다”고 답했다.
이날 다수 의원들은 “김영란법은 `3-5-10만원` 규정을 통해 직무 관련이 있더라도 사회상규상 용인될 수 있는 것 아니냐. 왜 스승의날 카네이션을 달아주는 것조차 반대하는 것이냐”며 반문했다.
이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학생이 교수에게 캔커피 주는 것도 안 된다는 것에 대해 위원장과 부위원장이 처음에는 `괜찮지 않겠어요?`라고 해석했다가 다시 `안 된다`고 공식 입장을 내 놨다”며 “권익위는 청탁금지법과 관련해 궁금증을 해결해 줘야하는데, 오히려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윗사람이나 이웃을 공경하는 우리나라의 미풍양속이 `법`이라는 테두리에 갇혀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는데 공감했다. 그러면서 권익위의 역할이 그 어느 때 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역설했다.
홍일표 새누리당 의원은 “스승의날 카네이션으로 조화는 되고 생화는 안 된다고 한다. 이것을 국민이 수용할 수 있겠는가”며 “청탁금지법이 `금융실명제법`에 버금가는 파급효과를 가지고 있는 만큼, 너무 형식적이고 법문에 집착하다보면 이 법에 대해 국민들의 신뢰를 잃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법 시행 준비 부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법 시행 전 1년 6개월간 무엇을 했는지에 대한 비판이 거셌다. 권익위의 업무 병목현상 문제도 심각한 원인으로 지목됐다. 애초 권익위는 법 시행을 앞두고 5개 과 73명으로 구성된 `청탁방지국` 신설을 행정자치부에 요구했지만 2018년까지 1개 과 9명이 이 업무를 맡도록 결정했다. 고작 9명이 시행령 제정부터 6800여건에 달하는 민원·문의 처리를 도맡아 하고 있다. 유권 해석에 대한 답변이 늦는 것은 물론이고 해석이 불분명하면서 혼란을 가중시켰다는 지적이다.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부는 9명으로 구성된 태스크포스(TF)만으로 시행령을 준비하고 수천건의 민원을 처리하게 하는 등 준비에 소홀했다”며 “소관 부처의 73명 충원 요청에 5명만을 배정해주는 이 정부가 과연 청탁을 근절하고 투명한 사회를 만들고자 하는 의지가 있는 건가”라고 말했다.
이날 정무위 소속 위원들은 청탁금지법의 적용을 오락가락하는 국민권익위원회에 보다 책임있는 태도와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