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리사인(Verisign)이 지난 9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2분기에 790만 개의 도메인이 등록되어 전 세계적으로 도메인 등록 수가 3억 3천4백만 개에 이르렀다. 한 해 동안 등록된 도메인 수는 3820만 개로, 전년 대비 12.9% 성장한 수치다. 2014년 대비 2015년 도메인 등록률이 6.8%(1810만 개)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주목할만한 성장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가운데 가장 인지도가 높은 최상위 도메인인 .com의 등록은 처음으로 128만 달러 규모를 넘어선 것으로 분석된다.
이미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고 생각되는 .com의 꾸준한 성장도 놀랍지만 이번 분기에서 주목할만한 부분은 신규 최상위 도메인, New gTLD의 깜짝 성장이다. 2015년 4분기 전체 최상위 도메인의 3.5% 밖에 되지 않던 New gTLD 비중은 2016년 2분기에 6.6%로 늘어났다. .xyz, .top 등이 이끌고 있는 New gTLD의 규모는 2200만 개로, 보고서 발표 이후로도 꾸준한 증가를 보이고 있다.
New gTLD는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com에 대한 공고한 시장의 선호로 인해 등록이 저조한 편이었고, 인지도 또한 그리 높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베리사인 보고서의 통계로 인해 New gTLD가 영역을 빠르게 확장하며, .com에 집중되어 있던 도메인 산업에 새로운 바람이 불 것이 예고되고 있다.
그렇다면 New gTLD를 등록하는 것은 어떤 사람들이고, 등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New gTLD는 기존의 .com .net 등과 다르게 사용될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 사용 사례는 다른 최상위 도메인들과 별반 다를 것이 없다. 기업의 경우 자사의 브랜드를 보호하기 위한 방어 목적이나 서비스를 보완하기 위한 목적(예: slack.help)으로 New gTLD를 사용하며, 도메인 네임 선점이 쉬워 마케팅에도 자주 활용이 되고 있다.
최근 도메인 산업 동향에서 또 주목할 부분은 구글이나 아마존 같은 큰 브랜드를 소유한 기업들이 TLD에 투자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워드프레스는 .blog를 1900만 달러에 사들였으며, 구글은 .app에 2500만 달러, 아마존은 .book을 위해 1000만 달러까지 지불했다. 또한 베리사인은 .web을 1억3500만 달러에 낙찰 받았다. 이들 기업은 많은 충성 고객을 보유하고 있고 투자할 자본 또한 충분해, 앞으로 New gTLD의 새로운 시장을 열어갈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국내에서 가장 많은 도메인을 점유하고 있는 가비아의 도메인 사업부 장창기 차장은 “도메인 산업은 인터넷 환경의 변화만큼이나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라며, “지금까지 .com의 대안으로만 여겨지던 New gTLD에도 조만간 인식의 변화가 찾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최근 TLD와 관련한 기업들의 동향에 대해서도 기업이 도메인 시장을 주도하게 될 가능성이 열려 있어, 국내 기업들도 이에 대비할 필요가 있음을 지적했다.
이정민 기자 (j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