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뇌과학자 조장희 박사가 우리나라 연구 환경에서는 100년을 기다려도 노벨상이 나오지 않을 것이라며 쓴소리를 냈다. 그는 국내 연구중심 대학을 키우고, 해외 석학을 스카우트하는 것이 노벨상에 가까워지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조 박사는 “지도자가 제대로 나와서 (한국식) 정서를 바꾸지 않으면 100년이 지나도 노벨상은 못 탄다”면서 “지금 이런 식으로 연구자를 길러선 기회(Chance)는 제로에 가깝다”고 꼬집었다.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 특임연구위원을 맡고 있는 조 박사는 61세에 세계 석학 모임인 미국 학술원 정회원이 됐다. 그는 컴퓨터 단층촬영(CT), 자기공명단층촬영(MRI),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 기기를 최초로 개발해 뇌의학 분야 세계 권위자로 불린다. 40대에 미국 컬럼비아대 정교수로 재직했다. 컬럼비아대는 노벨상 수상자를 100명이나 배출한 학교다.
조 박사는 “노벨상이 나오는 환경을 만들려면 우선 연구중심 대학을 선별해 현재 전국 대학에 뿔뿔이 흩어져 있는 연구 기능을 한데 모으고, 선별한 대학에는 전폭 지원을 해야 한다”면서 “중국은 국가 차원에서 중점 대학을 선발해 집중 육성한다”고 소개했다. 조 박사는 “세계적 성과를 낸 학자를 스카우트해 그 아래에서 박사후 연구원(포스닥) 등을 키워야 한다”면서 “배우고 정보를 교환해야 노벨상을 탈 수 있는 연구도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한 예로 일본 도쿄대를 들었다. 그는 “도쿄대에서는 1880년대에 독일 교수 30여명을 고급 관료 월급 30배를 주고 스카우트해 왔다”면서 “국내 대학원생, 포스닥들이 왜 외국으로 유학 가느냐, 외국에 좋은 교수가 있으니까 그곳에서 배우고 연구하고 싶은 것이다. 우리나라는 핵심 연구 인력을 해외에 빼앗기니까 더 나빠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 박사는 오늘날 연구는 `빅 사이언스(Big Science)`가 돼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신진 연구자들은 그 분야 리더급 교수 밑에서 포스닥, 조교수를 해야 한다”면서 “한참 연구해야 할 사람들이 연구비 따려고 돌아다니지만 연구비 1억원으로는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고 강조했다. 조 박사는 “작은 현미경으로 발견해서 노벨상을 타는 것은 옛날 얘기다. 젊은 사람이 아이디어라고 가져오는데 이미 20년 전에 다 지나간 것들이고, 반짝 아이디어로 연구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고 일갈했다.
유럽 핵물리 센터, 거대 망원경 등 `빅 사이언스`를 연구하는 시대에 작은 현미경 하나로 발견할 수 있는 연구의 시대는 끝났다는 뜻이다.
`네트워크` 중요성도 언급했다. 조 박사는 “노벨상도 서로 추천해 주는 것이기 때문에 연구자들끼리 알아야 하는데 그런 연결고리 없이는 노벨상 타기는 어렵다”면서 “세계 석학 밑에서 세상 트렌드를 읽고 첨단 연구를 해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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