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Essence]`온라인 서식자` 게이머들, 오프라인으로 돌아오다

[Culture Essence]`온라인 서식자` 게이머들, 오프라인으로 돌아오다

1990년대 후반부터 급성장했던 온라인게임이 약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그래픽이 아닌 실체감이 강조된 아날로그 게임방, 1990년대 후반 급격히 자취를 감췄던 방탈출게임방, 아케이드게임장(일명 오락실) 등이 활기를 띠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 핫이슈로 꼽히는 가상현실(Virtual Reality:VR) 접목 게임의 성장세도 영향을 주는 것으로 분석된다.

큰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는 `방탈출게임방` `아케이드게임장` `VR게임` 관련 업체를 방문, 최근 트렌드와 향후 발전 방향을 취재했다. 오프라인 기반의 이들 콘텐츠들은 모두 체감성이라는 강력한 무기로 온라인게임 속 유저들을 오프라인으로 복귀시키고 있는 것은 물론, ICT 발전을 토대로 새로운 게임트렌드 조성에 한몫을 하고 있다.

◇현실 같은 영화·게임 속 미션해결에 쾌감, 방탈출게임

방탈출게임은 일정시간 내에 퀴즈나 힌트를 이용해 현실적으로 묘사된 영화나 게임 내 공간을 탈출한다는 콘셉트의 체험게임으로, 강남·홍대 등 서울 주요 번화가는 물론, 수도권·지방 주요 도시에 자리 잡고 있다.

방탈출게임장 `비트포비아` 내부전경.
방탈출게임장 `비트포비아` 내부전경.

특히 협력이 필요한 미션을 통해 현실적인 인간관계가 돈독해질 수 있다는 장점으로 인해, 서로간의 유대를 확인하려는 커플이나 친구, 가족, 회사원들이 주로 방문한다. 지난 4일 방문했던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비트포비아`도 이 중 하나로, 이곳의 구조는 게임플레이가 이뤄지는 콘텐츠 공간 10곳과 게임플레이를 돕는 카운터, 물품보관함, 토크테이블 등 체험만을 위한 공간 등으로 구성돼있다.

주요 콘텐츠는 국내 유명게임 IP인 `화이트데이`와 좀비물 배경인 `워킹데드` 등 6개 콘셉트가 있다. 협력미션 등 이유로 인해 최소 참가인원은 2인으로 제한돼있다. 게임은 제한시간 60분 안에 탈출하는 단순한 구성이지만, 내부 배경이나 사운드를 통한 실감나는 공간묘사가 매력적이다.

미션해결을 위한 사고나 추리 등이 많이 필요한 까닭에 온라인게임과는 다른 현실적인 즐거움을 준다. 실제로 직접 가본 `방탈출` 등 아날로그적 게임공간은 온라인게임에서 느낄 수 없는 현실체험을 기반으로 온라인게임에 염증을 느낀 유저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었다.

이날 방탈출게임에 참여했던 강호정(42)씨는 “방탈출게임을 여러 번 해봤지만 온라인게임과는 다른 현실적인 재미에 할수록 빠져들게 된다”고 말했다.

오현정 비트포비아 신논현점 대표는 “친구나 연인, 가족뿐만 아니라 직장인 회식 등에도 주로 이용될 정도로 인기가 높다”며 “이용자들의 피드백과 모니터링을 통해 지속적으로 관리하면서 이용자들에게 최선의 만족을 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ICT 등에 업은 콘솔게임의 진화, 아케이드 게임장

아케이드 게임장(일명 오락실)은 과거 1990년대 중반까지 남학생들의 전유물이었다. 특히 어두운 실내 인테리어와 함께 1:1 대전격투게임만 가득했던 탓에 여성유저나 가족단위 이용자들은 쉽게 찾기 어려운 공간으로 꼽히기도 했다.

하지만 1990년대 후반부터 남성유저들이 온라인게임에 몰리면서 여성유저들을 유혹할 만한 각종 콘텐츠와 체험성 게임(펌프잇업, 인형 뽑기, 리듬게임 등)이 도입되기 시작했고 기기간 네트워크 연결이 가능해지면서 남녀노소가 찾는 공간으로 탈바꿈하게 됐다.

아케이드 게임장에서 여러 사람들이 체험형 게임을 즐기고 있다.
아케이드 게임장에서 여러 사람들이 체험형 게임을 즐기고 있다.

서울 신촌의 `짱오락실`도 그중 한 곳이다. 이곳은 지상 1층과 지하 1층의 복층구조로, 지하에는 국내외 네트워크와 연결된 대전격투게임 기기와 리듬게임 기기가 설치돼 있다. 지상에는 레이싱 게임을 위한 시뮬레이터와 인형뽑기 머신, 펌프 등 각종 체험형 게임기기들이 즐비하게 마련돼 있다.

취재 당일 게임장에는 고등학생과 대학생은 물론 성인들까지 많은 게임 마니아들이 모여 게임 삼매경에 빠져 있었다. 특히 게임장을 찾는 이용자 중 대다수가 여성유저였다는 점, `Jukebox`나 `펌프잇업` 등 체험형 리듬게임 인기가 현저하게 높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게임장에서 만난 오주환(25, 서강대 게임교육원)군은 “이곳에 있는 아케이드 게임들은 온라인게임이나 모바일게임에서 느낄 수 없는 체감 게임의 재미요소가 크다”며 “사람이 갖고 있는 기본적인 과시욕이 온라인게임보다는 오프라인 플레이로 충족되는 것이 더 많아 게임장을 찾는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재권 짱오락실 대표는 “온라인게임에 의한 남성유저 이탈에 따라 여성이용객이 증가했고 게임장을 접해본 세대들이 부모가 되면서 가족단위 고객도 많이 찾는다”며 “이들은 주로 몸을 이용해 즐길 수 있는 체험게임류를 많이 찾고 있어 이동이 편한 1층에는 이들 이용객들을 위한 기기들을 많이 설치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또 “남성유저들을 위한 대전격투 시스템에도 메모리카드와 네트워크 등 ICT가 접목되면서 과거 콘솔게임과는 전혀 다른 재미 요소 때문에 세대를 초월한 고객들이 찾는 공간으로 바뀌고 있다”고 덧붙였다.

◇“게임 속으로 당신을 초대합니다” VR 기술

VR 기술은 최근 핫이슈 중 하나다. 특히 게임분야에서는 컴퓨터나 스마트 디바이스 게임에서는 접할 수 없는 큰 현실감을 준다는 이유로 크게 주목받고 있다. 현재 일각에서는 관련 콘텐츠나 기술 발전이 부족한 까닭에 `그저 한번쯤 해볼만한 놀이` 정도로 치부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관련 기술개발을 위한 업계 자체의 노력과 타업종간 연대, 정부 차원의 노력이 이어지고 있어 `VR게임`은 향후 온라인게임의 가장 강력한 맞수 또는 조력자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 6일부터 9일까지 서울 상암동 누리꿈스퀘어에서 개최된 `코리아 VR 페스티벌` 행사장에서도 VR게임 관련 콘텐츠가 가장 인기를 끌었다. 참관객들은 VR콘텐츠 전문업체 스코넥엔터테인먼트 부스를 방문, 이 회사가 국내 최초로 선보인 `모탈블리츠 Walking Attraction`을 체험했다.

이날 실제로 체험 해 본 `모탈블리츠 Walking Attraction`은 △백팩형 PC와 센서, 모션카메라를 통한 이동성의 확대 △실제형태의 조이스틱(슈팅게임용 총) 사용 등이 눈길을 끌었다. 기자가 최근 서울 강남 모처의 VR플러스 카페에서 체험했을 때는 HTC바이브·오큘러스 리프트 등이 데스크톱 PC에 연결돼 거추장스러운 점이 있었지만 이날 체험해 본 `모탈블리츠 Walking Attraction`은 백팩형 PC와 센서, 모션카메라 등의 활용으로 인해 게임공간에서 상당히 자유도가 높았다.

VR페스티벌 참관객이 스코넥엔터테인먼트의 VR게임 `모탈블리츠 Walking Attraction`을 즐기고 있다.
VR페스티벌 참관객이 스코넥엔터테인먼트의 VR게임 `모탈블리츠 Walking Attraction`을 즐기고 있다.

실제 총기모양의 조이스틱을 들고 헤드셋과 HMD(Head Mounted Display)를 착용해 봤다. 실감나는 가상현실 게임세계가 펼쳐졌다. 현존 HMD 장비들의 특성상 2K 화질까지만 구현이 가능하다는 점과 무선데이터 전송상 문제에 따른 화면 싱크가 불안정했다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었다. 하지만 점차 발전하는 기술에 따라 범람하는 온라인게임에 대한 염증을 느낀 유저들에게 대체재로서의 가능성은 충분해보였다.

최정환 스코넥엔터테인먼트 VR사업단장은 “우리의 콘텐츠는 현재 VR 기술 선도기업으로 꼽히는 일본 소니나 국내외 기업에서도 호평을 받고 있다”며 “디스플레이와 통신분야 등 대기업을 포함한 VR 관련 전 기업들과 협업 및 기술개발을 통해 완벽한 수준의 기술구현과 함께 VR 생태계와 게임콘텐츠 발전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위기는 곧 기회` 온라인게임, 협력 통한 신규 문화콘텐츠 발돋움 필요

온라인게임 업계는 치열한 내부경쟁은 물론, 체험형 게임콘텐츠라는 강적이 등장한 상황에 직면해있다. 물론 아직까지 가시적인 모습이 크게 드러나지 않고 있지만 VR 콘텐츠 개발을 선두로 한 게임콘텐츠의 변화는 위기의식을 느끼기에 충분한 상황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각 콘텐츠별 협력을 통한 상생을 기점으로 전 세계에 한국 온라인게임의 붐을 일으키는 계기로 삼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어 눈길을 끈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유명 IP 등을 매개로 한 콘텐츠 다각화 협력으로 수익성 확대와 마케팅전략 공유 등에 한목소리를 낼 수 있을 것”이라며 “현재의 상황은 온라인게임의 위기가 아니라 게임업계 발전의 기회”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미래창조과학부·문화체육관광부·산업통상자원부 등 부처간 협력을 통해 VR산업을 장기적으로 육성할 뜻을 밝히고 있다. 정부의 이같은 방침에 따라 게임업계 전체가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전자신문인터넷 박동선 기자 (ds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