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국전력, 꼼수가 통할까.

한국전력공사가 발전 자회사로부터 전력을 구매할 때 적용하는 정산조정계수를 인상했다.

정산조정계수는 발전 정산가격이 단일한 우리나라 특성에 맞게 발전 연료원별 수익차를 조정하기 위한 가중 또는 가감치다. 소폭 인상된 자회사도 있지만 전체로 볼 때 한전의 영업이익은 줄고 발전자회사의 이익은 늘어나게 된다.

최대 조정 혜택을 받는 원자력 부문 인상분은 약 20% 올랐다. 이번 조정으로 한전 발전자회사 영업이익만 3000억원가량 늘 전망이다.

조정분은 지난 9월 9일부터 소급 적용돼 연말까지 유지된다.

정산조정계수는 연료원별 상황에 따라 수시로 조정되는 부분이기 때문에 그 자체를 문제 삼을 수는 없다. 또 외형상 모회사 이익을 자회사와 나눈다는 측면에서만 보면 바람직한 조치로 풀이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정산조정계수 인상과 적용 시점이 묘하다. 현재 당·정 태스크포스(TF)가 가정용 누진제를 포함한 전기요금 체계 개편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조정에는 전기판매 독점사업자인 한전의 이익분만 반영된다. 당연히 이번 계수 인상으로 한전의 전력 구매비용이 늘면서 줄어드는 한전 단독 영업이익이 기준이 된다.

하지만 자회사 연결재무제표 상으로는 변동이 없다. 오히려 한전 자체 이익은 줄어도 발전자회사 대주주로서 받는 배당 등은 늘어난다. 이익 감소도 결국 상당 부분 만회하는 구조다. 오른쪽 주머니에서 왼쪽 주머니로 옮겨 넣은 셈이다.

결과적으로 경기 침체 속에서 폭증하는 영업이익을 줄여 전기료 인하 압박으로부터 벗어나려는 꼼수라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적용 시점도 국민들의 요금 폭탄 원성이 가장 높은 시점(9월 9일)부터 소급된다.

`참외 밭에서는 신 끈을 고쳐 매지 말고 오얏나무 밑에서는 갓을 바로잡지 말라`고 했다.

한전이 이번 조치를 아무리 유가·전력구매가격 등을 포괄 반영해 산출한 객관적 수치 조정이라고 항변해도 세간의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