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년 전 내가 특허청에서 처음 공직을 시작할 당시만 해도 `특허`가 무엇인지, `특허청`이 어떤 일을 하는 곳인지 모르는 사람이 많았다. `특허` 관련 업무를 하는 `변리사`와 `병아리 감별사`를 같다고 생각할 정도였다. 하지만 이제는 특허라는 단어가 더 이상 낯선 말이 아니다.
이젠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면 누구나 특허로 보호받고 싶어 한다. 특허로 등록되면 그 기술은 20년간 자신만이 독점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 내 발명품이 제품수명이 짧아 많은 비용을 들여 20년 동안이나 특허를 유지할 필요가 없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럴 때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으로 실용신안 제도가 있다. 실용신안(Utility Model)은 사용되고 있는 제품을 좀 더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고안(考案)한 것으로 보호기간과 대상에서 특허(Patent)와 차이가 있다.
특허는 20년 동안 보호되는데 비해 실용신안은 10년 동안만 보호되며 총 유지비용도 특허 절반 수준이다. 보호대상도 특허는 모든 발명이 대상이지만 실용신안은 일정한 형태를 가진 물품만을 대상으로 한다. 방법이나 물질 발명은 특허로만 보호가 가능하다. 따라서 실용신안 대상은 특허 대상이 될 수 있지만 그 역은 반드시 성립하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어떤 기준으로 특허 또는 실용신안을 선택해야 할까. 유행에 민감하거나 수명이 짧은 기술은 실용신안으로 보호받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와 달리 실용신안 무심사 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중국에서는 우선적인 권리 확보를 위해 실용신안이 매우 유용하게 활용될 수도 있다.
최근 기업 연구개발 규모가 커지고 기술이 고도화되면서 국내에서는 실용신안보다는 특허를 더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반면에 중국에서는 특허와 함께 실용신안 출원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비슷한 듯 다른 특허와 실용신안. 보호받고 싶은 아이디어 종류와 보호기간, 보호받을 국가 등을 고려해서 선택해야 할 것이다.
최동규 특허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