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놓고 유리기판 기업들 경쟁 고조

두께 0.4㎜의 8.5세대용 `코닝 이글XG 슬림` 유리 기판.(사진=코닝)
두께 0.4㎜의 8.5세대용 `코닝 이글XG 슬림` 유리 기판.(사진=코닝)

유리기판 강자들이 `차이나 대첩`을 벌인다. 한 때 한국 액정표시장치(LCD) 시장을 놓고 격돌했던 모습과 흡사하다. 시장주도권을 쥔 코닝에 일본 일본전기초자(NEG)와 아사히글라스(AGC)가 도전하는 형국이다. 중국에서 자체적으로 유리기판을 제조하는 기업과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현지 지방정부와 손을 잡는 등 다양한 제휴 관계도 모색하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세계적 디스플레이용 유리기판 제조사인 코닝, NEG, ACG가 중국 시장을 놓고 경쟁이 고조되고 있다. 코닝이 중국 BOE의 10.5세대용 유리기판을 공급키로 한데 이어 11세대 투자 집행을 앞둔 차이나스타(CSOT)에 기판을 공급하기 위한 물밑 작전이 치열하다. 중국 현지 유리기판 제조사가 뛰어들며 새로운 경쟁구도를 형성했다.

최근 일본 NEG는 중국 동쉬광덴(Tunghsu)과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BOE가 신설하는 8.5세대 라인(B10)에 공급할 유리기판 설비 투자에 나섰다.

합작 신설법인 `푸저우 쉬푸 옵토일렉트로닉 테크놀로지(Fuzhou Xufu Optoelectronic Technology)는 일본 NEG 40%, 중국 동쉬 옵토일렉트로닉 테크놀로지(Dongxu Optoelectronic Technology) 10%, 중국 푸저우 동쉬 옵토일렉트로닉 테크놀로지(Fuzhou Tunghsu Optoelectronic Technology) 50%로 각각 구성됐다. 총 투자금액은 7억위안(약 1186억원)이다.

중국 동쉬광덴은 중국 최대 유리기판 제조사다. 지난 3월 푸저우에 총 70억위안(약 1조2000억원)을 투자해 8.5세대 기판유리 라인 3개 건설을 시작했다. BOE 8.5세대에 유리기판을 공급하기 위한 투자다. NEG가 합류함에 따라 투자비 부담은 줄이고 제품 기술력은 더 높일 수 있게 됐다.

이번 투자로 BOE의 대형 기판 공급 구조가 바뀌게 됐다. 코닝은 BOE에 유일하게 대형 유리기판을 공급했으나 새롭게 8.5세대 기판 공급에 NEG와 현지 제조사인 동쉬광덴이 합류하면서 경쟁 구도를 형성하게 됐다.

코닝은 BOE 10.5세대 라인에 유리기판을 공급할 예정이다. 과거 샤프 10세대 라인에 유리기판을 공급하며 10세대급 초대형 유리기판 양산 경험을 갖췄다.

차이나스타 11세대 라인에 유리기판을 공급하기 위한 경쟁도 치열하다. 현지 지방정부와 협력하는 등 다양한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코닝, 아사히글라스, NEG 모두 가능성을 타진 중이다. 60인치 이상 대형 TV용 패널 위주로 생산할 라인이고 삼성디스플레이에도 일정 물량을 공급키로 한 만큼 유리기판 제조사 입장에서는 반드시 확보해야 할 고객사다.

세계 기판유리 시장은 코닝이 약 50% 점유율을 차지한다. 막대한 설비 투자, 높은 기술 난이도 등의 문제로 한국은 유리기판을 국산화하지 않고 코닝, AGC, NEG로부터 제품을 공급받는다. LG화학이 유리기판을 소량 생산하지만 영향력은 미미하다.

업계는 디스플레이 설비투자가 중국에서 이뤄지고 주요 부품을 국산화하려는 중국 정부의 노력에 따라 유리기판 기술력을 확보하려는 현지 기업의 행보가 빨라질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에 진출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현지 기업과 손잡는 시도도 다양한 형태로 늘어날 수 있다.

배옥진 디스플레이 전문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