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동일 한국표준과학연구원장 돌연 사퇴

권동일 한국표준과학연구원장 돌연 사퇴

지난 6월 선임된 권동일 한국표준과학연구원장이 18일 4개월 만에 돌연 사표를 던져 그 배경에 궁금증이 쏠리고 있다.

표준연은 권 원장이 선임되기 전 공모가 두 차례 무산되고 세 번째 공모했다. 권 원장은 세 번째 공모에서 뽑힌 인물이다. 선임 이후 최근까지 표준연을 이끌어갈 기관계획서를 작성하는 등 3년간 계획을 세우고 있었으나 갑자기 사표를 던졌다. 다시 공석이 됐다.

권 원장이 사퇴한 배경에는 그의 `벤처기업`이 문제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권 원장은 표준연에 오기 전 서울대 금속공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브라운대학에서 공학박사 학위를 받고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로 재직했다.

권 원장 연구실은 1999년 정부 지원을 받는 `국가지정연구실`에 선정돼 계장화 압입기술을 개발했다. 2000년에는 이 기술로 프론틱스라는 벤처기업을 세웠다. 계장화 압입기술은 세라믹 소재로 만든 `압입자`를 접촉시켜 다리, 건물 같은 거대 구조물의 강도를 측정하는 방법이다. 2001년부터 해외 시장을 공략한 프론틱스는 유수의 미국 기업을 고객으로 삼고 있다. 2011년 11월에는 국제표준화기구(ISO)에서 프론틱스의 기술이 표준으로 채택됐다.

과학계는 프론틱스 주식 문제로 보고 있다. 권 원장은 공직자가 되면서 재산등록을 했다. 인사혁신처는 권 원장이 신고한 프론틱스 주식이 업무와 연관성이 있는지 판단했다. 주식백지신탁제도를 담당하고 있는 인사혁신처 윤리복무과는 그의 원장직과 프론틱스가 업무 연관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인사혁신처 관계자는 “직무 관련성 판단은 법령 시행령 기준에 따라서 심사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현행 주식백지신탁제도는 공무수행 과정에서 공·사적 이해충돌 가능성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고위공직자가 보유한 주식을 매각 또는 백지신탁하도록 하고 있다. 공무집행의 공정성과 공직윤리를 확보하기 위함이다.

권 원장은 고민 끝에 자신의 벤처기업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그의 표준연 원장 임기는 2019년 6월까지였다. 표준연 관계자는 “권 원장이 어제 일부 보직자에게 사의를 표명했다”며 “선임 당시 세 번의 공모를 거쳤는데, 후임으로 적격자가 있을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표준연은 지난 3월 신용현 전 표준연 원장이 20대 총선 국민의당 비례대표 신청을 위해 사퇴하면서 공석이 됐다. 표준연은 연달아 두 번째로 원장이 임기를 다하지 못한 채 사퇴했다.

미래부는 후속 절차를 밟아서 이른 시일 내에 수장 공모에 나선다고 밝혔다.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