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온뉴스 대중문화부] 바람의 찬 기운이 옷장 속 숨어있던 외투를 자연스레 꺼내는 계절이 돌아왔다. 요즘처럼 날씨가 급변하는 날에는 잘 안 먹던 단음식도 찾게 되고 뜨거운 국물생각에 평소보다 조금은 과식하는 경향이 있다는 기사를 얼마 전에 본 기억이 난다.
유독 과시욕이 돋보여야만 존재할 듯 한 패션계에서는 그리 달갑지 않을 소식이지만, 언제부터 우리가 패션 앞에 먹는 것조차 자유롭지 못한 세상에 살게 된 것인가 라는 생각에 조금은 불편한 마음도 든다.
아름답다, 예쁘다, 멋지다, 세련되었다는 표현들은 어느새 슬림한 라인의 전유물이 되었고, 우리들은 아주 당연하듯 그렇게 자연스레 사이즈의 노예들이 되고야 말았다.
한국이 다른 나라에 비해 유독 패션에 사이즈를 연결하는 성향이 깊은 편 이지만, 이미 자신이 충분하게 슬림한 라인을 갖고 있음에도 더 많이 슬림해 보이는 핏에 집착한다는 것은 보는 이로 하여금 안쓰러움 마음까지 든다.
패션은 사람의 직업이나, 그사람의 성격, 그사람의 성향, 스타일에 따라 시시때때로 변화되어야하고, 내면의 스타일을 변화시킬수 있는 자기 자신에게 자부심을 갖고 자신에게 진지한 시선을 갖어야 한다.
사이즈에 노예가 되어 무조건 작고 슬림해야 핏이 산다가 아니라 내 안에 숨 쉬고 있는 감성을 있는그대로 꾸밈없이 꺼내놓을줄 알아야 패션을 입힐수 있는 것 이란 말이다.
건강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의 사이즈의 증가함은 절대 나쁜 것이라 할수 없다. 아름답지 않은 것 또한 아니며, 부끄러워 할 일도 아니다.
왜 우리가 타인의 시선까지 신경 쓰며 패션을 택하여야 하고, 왜 우리는 일면식도 없는 이에게 사이즈의 이유로 잔인한 칼날의 시선을 아무렇지 않게 던지는지 생각해야 한다.
세상은 급변하는데 아직도 비키니나 미니스커트, 오프숄더 스타일의 아이템들이 왜 작은 사이즈에만 비롯되어야 하며, 당연한 것을 당연하지 않게 받아들이게 된 것 일까.
서울연구원 조사결과, 2013년 대한민국 남성 평균키는 173.9㎝로 1965년보다 10.2㎝ 커졌으며, 몸무게도 69.6㎏으로 15.3㎏ 늘었다고 한다. 같은 기간 여성의 평균키도 156.9㎝에서 161.3㎝로, 몸무게는 51㎏에서 56.7㎏로 증가했다고 한다.
그만큼 먹는 것에 더없이 풍족한 세상에 살다보니 우리의 세대가 이만큼 서구형의 체격으로 변모되었다는 것인데, 자연스레 지금의 오버핏과 루즈핏에서 오는 범접할 수 없는 시크함에 빠져있으면서도 패션에 대한 이해도는 여전히 바닥이라는 것이 문제이다.
패션에 대한 관심이 급증된 만큼이나 패션에 대한 이해도도 변화되어야 유럽 못지 않는 감성을 우리도 가질 수 있다.
패션은 패션 그자체로 존재함에 따라 누구나 아름답게 표현할 수 있는 권리가 있고, 어떤 사이즈의 누가 입는냐가 아니라 그녀가 혹은 그가 입어서 아름답고 멋졌다라고 정의되어야 한다.
패션에 묶여있는 말도 안되는 사이즈의 족쇄가 뜯어지는 세상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