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화석연료의 종말이 본격 시작됐다.” “앞으로 경제 패권은 자원이 아닌 기술로 판가름날 것이다.”
신기후체제 발효가 석유, 석탄 등 전통 화석연료 중심으로 움직인 세계 경제 패러다임의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된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철강, 석유화학, 발전 등 그동안 성장 주역으로 활동해 온 화석연료 산업들이 앞으로는 경제의 발목을 잡는 부담 요인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미 유럽과 미국 등 선진국 중심으로 석탄을 가스와 신재생으로 대체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2012년 기준 천연가스 21%, 신재생에너지 13%를 기록한 에너지 비중은 2040년에 각각 24%, 19%로의 증가가 예상된다.
우리나라도 같은 문제에 직면해 있다. 2035년까지의 에너지 전망을 담은 2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에선 에너지 안보, 경제성과 함께 환경을 고려한 최적의 에너지믹스 도출을 목표로 한다. 석유와 석탄 의존도는 줄이고 원자력과 신재생 비중을 높이는 것이 계획의 핵심이다.
석탄 비중을 줄이기 위한 계획도 실천으로 옮겨지고 있다. 전력 수급에 예비 설비로 있던 석탄화력 계획이 취소되고, 이후 신규 건설 계획을 승인하지 않겠다는 정부의 발표도 있었다. 미세먼지와 관련해선 10개 발전소를 폐지하고 43기의 성능 개선과 함께 신규 발전소에 20기에 대한 기준을 강화했다.
이미 에너지믹스의 변화는 시작됐다. 전력 분야 관계자들은 각종 석탄 규제가 나아가 가스와의 가격 경쟁에도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본다. 지금은 저렴한 연료 원가로 급전 우선순위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환경 설비 투자가 많아지면서 총 발전 원가가 가스보다 비싸질 수 있다.
1차 에너지 부문에서 원전 다음으로 값싼 연료인 석탄이 사실상 퇴출되면서 2차 에너지인 전기의 가격 상승도 예상된다. 전기 가격의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소비감소세가 있어야 하지만 우리나라의 전기 사용량은 올 여름에도 8500만㎾를 넘어서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계속 늘고 있다. 수요는 늘고 있는데 국가 전기 생산의 한 축을 담당해 온 석탄 비중이 줄면서 에너지 세제 개편의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냉난방과 같은 에너지 사용에 1차 에너지인 가스보다 2차 에너지인 전기의 가격이 비싸야 한다는 지적이다.
전력 업계 관계자는 “국가 전원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 석탄의 역할이 사라지면서 이를 대체하는 비용 문제가 대두될 것”이라면서 “가스 화력과 신재생 비중에 따른 원가 상승, 태양광·풍력 부지 확보 과정에 소요되는 사회 비용의 반영 등 가격 신호에 의한 시장 구조가 정착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정형 에너지 전문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