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액셀러레이터가 그룹의 미래 성장동력을 찾는 기구로 떠오르고 있다.

롯데 액셀러레이터는 올 2월 청년창업 지원을 위해 설립됐으며, 계열사가 투자에 참여했다. 특히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전체 자본금 중 30%를 사재로 출연하면서 관심을 모았다. 오너가 직접 액셀러레이터 운영자금을 댄 첫 번째 사례다. 신 회장은 지난해 11월 액셀러레이터 출범을 앞두고 열린 데모데이도 직접 챙겼다.
설립 목적은 롯데 전 계열사와 스타트업 간 연계 가능한 사업을 찾는 것이다.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해 사업 제휴를 맺거나 인수·합병도 추진한다.
롯데그룹은 인수·합병 시장에서 큰손이다. 30대 그룹 중 규모나 횟수 면에서 선두다. 2010년 이후 약 10조원을 투입해 28개 기업을 사들였다. 하이마트와 KT렌탈, 삼성정밀화학 등 대규모 인수·합병도 수차례 성사시켰다. 하지만 스타트업 사례는 전무하다. 경험은 물론 관련 조직도 없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롯데 액셀러레이터다.
스타트업 지원책은 다양하다. 사무 공간과 개발 인프라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법률·회계 상담도 실시한다. 강점은 멘토링 제도다. 외부 스타트업 전문가뿐 아니라 의사 결정권을 갖는 롯데 계열사 임직원과 수시로 만나 의견을 나눌 수 있다. 이를 통해 멘토링 도중 곧바로 사업 제휴 계약이 가능하다.
현재 2기 스타트업 19곳이 롯데 액셀러레이터에서 미래를 설계하고 있다. 이들은 6개월 동안 이곳에서 머물면서 아이디어를 사업화하는 작업을 진행한다. 삼성전자 벤처기업 육성 프로그램 C랩 출신 3개 팀도 2기에 합류했다.
지난 9월에는 1기 17개 팀이 졸업했다. 이 중 7개 팀이 벤처캐피털(VC)과 같은 기관투자자로부터 한 곳당 평균 3억원씩 투자금을 받았다. 6개월 만에 절반 가까이 투자자를 찾은 것이다. 나머지 팀들도 롯데그룹과 계열사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롯데 액셀러레이터 롤모델은 미국 실리콘밸리 와이컴비네이터(ycombinator)다. 이 기관은 미국 내 1000곳에 달하는 액셀러레이터 중 단연 1위로 꼽힌다. 와이컴비네이터 졸업팀이라는 것만으로도 벤처캐피털 주목을 받을 정도다. 세계 최대 숙박업체로 국내에서도 잘 알려진 `에어비앤비`도 여기서 다듬어진 팀이다.
롯데 액설러레이터 관계자는 “스타트업은 단시간에 성과를 내기 어려운 데다 전체 중 5%만 생존할 만큼 여건이 어렵다”면서 “이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도움을 줄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종희기자 choi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