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는 한국 정보기술(IT) 산업 대표 선발 주자이다.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아무도 가 보지 않은 시장에 가장 먼저 뛰어든 선발(First Move) 전형 행동 양식으로, 21세기 들어와 가장 큰 성공 신화를 썼다.
네이버는 1999년 창업자 이해진 의장이 삼성SDS에서 독립하면서 벤처기업으로 출발했다. 초기 인터넷 시장에서 백지에 그림을 그려 나가듯 검색 서비스로 시작해 야후, 다음, 라이코스, 엠파스 등 포털 업체들과 생존 경쟁을 벌였다. 2000년 한게임과 합병해 수익 모델을 확보하고, 2002년 `지식iN` 서비스 출시 등으로 검색 서비스 시장에서 절호의 기회를 포착했다. 그 결과 국내 인터넷 인구 95% 이상을 확보하는 일인자가 됐다.
그러나 네이버는 IT 산업 중심이 인터넷에서 모바일로 옮겨감에 따라 새로운 변화에 직면하게 된다. 이에 대응해 국내 검색 서비스를 창조한 혁신 과정을 일본 시장에서 반복함으로써 글로벌 메신저 시장 진입에 성공했다. 그 결과 글로벌 메신저 서비스인 `라인`이 탄생하고 2016년 3월 기준 전 세계로부터 누적 고객 10억명을 확보함으로써 한국 기업으로는 유일하게 페이스북, 구글, 텐센트 등 해외 글로벌 IT 기업들과 경쟁하고 있다.
2016년 7월에는 라인을 뉴욕과 도쿄증시에 동시 상장, 세계 시장에서 가치를 인정받았다. 이러한 성공을 바탕으로 네이버 시가총액은 9월 말 기준 약 29조7000억원으로 국내 4위를 기록, 벤처기업으로 가장 큰 성공을 이뤄 냈다.
이와 같이 네이버는 창업 이후 국내와 해외에서 각각 창발 혁신에 성공했다. 그 혁신 과정을 보면 창업자 이니셔티브가 위력을 발휘했다. 이해진 의장은 이러한 혁신 과정을 다음과 같이 회고한다. “인터넷 검색 서비스를 너무나 하고 싶어서 네이버를 창업했고(창업 이후 성공과 실패를 수없이 반복했다. 늘 새로운 과제에 봉착했고 새로운 고민거리가 생겼다), 우리는 검색 시장에서 야후를 이기기 위해 100가지도 넘는 아이디어를 내고 수많은 실험과 투자를 했다. 그 가운데 하나가 바로 지식iN이다.”
라인 사업도 2000년 일본에 네이버 재팬을 설립한 이후 같은 과정을 반복했다. 2011년 스마트폰 메신저 서비스 기회 포착이 이뤄질 때까지 10년이 넘는 기다림과 끊임없는 실험이 지속됐다. 드디어 기회를 인지하고 과감한 의사결정으로 신시장 개척에 성공한다. 그런데 그 성공에는 혁신 과정을 뒷받침하는 전략 경영과 조직화가 있었다.
첫째 전혀 예측할 수 없는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실험하고 소비자 반응과 시장 변화를 고려하면서 이를 발전시키는 진화 방식으로 전략 대처를 했다. 회사에는 전략부서가 따로 없다. `전략은 현장에서 나오는 것이다`가 회사 철학이다. 이는 예측보다 실험, 기획보다 현장, 일사 분란함보다 유연성을 중시하는 진화형 전략 경영이다.
둘째 소규모 셀 조직 단위를 회사 조직의 기본으로 해 창업 기업의 절박함과 기업가 정신을 구현하고자 했다. 셀 조직은 해당 서비스 개발 및 운영에 필요한 기획, 개발, 디자인 등 제반 의사결정 권한을 부여한 소규모 자기 완결형 조직이다. 이 의장은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모든 성공이 마지막 단계에 나타난다. 절박한 순간 마지막에 터져 나오는 게 큰 성공인 것 같다. 그래서 요즘 회사를 쪼개고 하는 것들이 절박한 환경을 만들어 줘야겠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최근 네이버는 창업자 이 의장과 김상헌 대표가 일선에서 물러나 유럽 시장에 전념할 것을 발표했다. 일본에 이어 새로운 해외 시장을 대상으로 또다시 창발 혁신에 나선 것이다.
이장우 경북대 교수·전자부품연구원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