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이 내년부터 2021년까지 40조원을 투자하고 7만명을 신규 채용한다. 비정규직 기간제 근로자 1만명은 앞으로 3년 동안 정규직으로 전환한다. 회장 직속 `준법경영위원회`도 설치한다.
신동빈 롯데 회장은 25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그룹 경영 혁신안을 발표했다. 지난 4개월 동안 진행된 검찰 수사로 드러난 문제점을 사과하며 새로운 성장 로드맵을 제시했다. 이 자리에는 신 회장과 정책본부 주요 임원, 24개 계열사 대표가 참석했다.
신 회장은 “(롯데는) 복잡한 지배 구조와 권위주의 의사 결정 구조로 국민 눈높이와 사회의 기대를 만족시키지 못했다”면서 “사회 책임을 다하는 지속 가능한 기업으로서 질적 성장을 추진, 오는 2020년까지 매출 200조원을 달성하겠다”고 강조했다.
신 회장은 가장 먼저 회장 직속 `준법경영위원회`를 신설한다고 밝혔다. 그룹 총수 일가가 검찰에 비리·횡령 혐의로 소환된 사상 초유 사태를 감안한 것으로 경영 투명성에 중점을 둔 조치다. 법률 전문가로 구성된 위원회는 그룹과 계열사의 준법 경영 실태를 점검하고 개선하는 업무를 수행한다. 롯데는 자산 1조원 이상 계열사에 위원회를 필수 조직으로 설치할 계획이다.
신 회장은 투자와 고용을 확대, 선순환 산업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계획도 제시했다. 2017년부터 매년 전년 대비 10% 이상 채용 규모를 늘려 오는 2021년까지 7만명을 신규 채용할 예정이다. 신입 공채 채용 인원 가운데 여성 인재 비율은 40% 수준으로 유지한다.
비정규직 기간제 근로자 1만명은 앞으로 3년 동안 정규직으로 전환한다. 대상자는 △유통 계열사 5000명 △식품 계열사 3000명 △금융 기타 계열사 2000명이다.
같은 기간에 40조원을 투자할 계획도 밝혔다. 연평균 8조원에 이르는 규모로 시설, 인프라, 신사업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검찰 수사로 중단된 호텔롯데 상장도 재추진한다. 롯데는 현재 신 회장이 재판을 앞두고 있는 것을 감안, 앞으로 기소 내용 등을 주시해 가면서 상장 주관사 및 유관 기관과 협의한다. 신 회장이 실형을 받아 수감되면 호텔롯데 상장 계획 자체가 무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롯데는 앞으로 관련법이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호텔롯데를 지주사로 전환, 그룹 지배 구조를 개선할 계획이다. 세븐일레븐, 롯데리아 등 우량 계열사 상장도 검토한다.
신 회장은 “주주를 다양하게 구성해 글로벌 기업 토대를 마련할 것”이라면서 “호텔과 면세 사업에 재투자, 경쟁력을 기를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그룹 컨트롤타워인 정책본부는 설립 12년 만에 사실상 해체한다. 그동안 계열사 간 의사 결정을 조율하는 기능을 수행했지만 규모가 확대되면서 부작용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검찰은 정책본부가 인수합병(M&A) 등 과정에서 그룹 차원 횡령·배임을 주도한 것으로 보고 있다.
롯데는 현재 7개 부서와 300여명의 근무 인원으로 구성한 정책본부를 꼭 필요한 기능만 남기고 최소화할 계획이다.
신 회장은 “앞으로 외부 전문가와 경영진, 임직원과 협의해 그룹 경영 세부 로드맵을 마련할 것”이라면서 “경영권 분쟁을 더 이상 혼란 없이 빠른 시일 안에 해결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윤희석 유통 전문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