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조원 투입한 국산 헬기 `수리온`, 결국 서울 소방헬기 못뜨나?

한국항공우주산업(KAI)가 1조3000억원을 투입해 개발한 국산헬기 `수리온`이 결국 서울소방재난본부 소방헬기 재입찰에 참여하지 못하게 됐다. 이에 따라 서울소방본부는 지난 입찰에서 단독응찰로 유찰된 `아구스타웨스트랜드(AW)`의 `AW189`를 수의계약 할 예정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서울시가 애초에 수리온을 배제한 입찰을 진행해, 100억원 가량 비싼 수입헬기를 구입한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가 1조3000억원을 들여 개발한 국산 헬기 `수리온` (제공=한국항공우주산업)
한국항공우주산업(KAI)가 1조3000억원을 들여 개발한 국산 헬기 `수리온` (제공=한국항공우주산업)

26일 서울시 및 업계에 따르면 서울소방본부는 11월 1일 소방헬기 1대 구매 재입찰을 마감할 계획이다. 현재 재입찰에 응찰한 곳은 AW뿐이다. AW는 지난 5일 마감한 입찰에서 단독으로 참여해, 유찰된 업체다. 서울소방본부는 이번 재입찰에서도 AW만 입찰할 경우, 수의계약으로 AW189를 구입하게 된다.

서울시는 외자조달 방식으로 예산(340억원)을 확보해 소방헬기 1대를 구매한다는 계획이다. 서울소방본부 헬기 요구조건은 △항속거리(이륙부터 연료를 전부 사용할 때까지 비행거리) 800㎞ 이상 △탑승인원 18인승 이상 △국토교통부 형식증명 이다. AW189는 최대 항속거리가 907㎞에 달하고, 탑승인원도 최대 19명까지 가능해, 서울소방본부 요건을 갖췄다.

당초 국내기업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도 국산헬기 `수리온`을 내세워 입찰에 들어갈 계획이었다. 하지만 수리온은 항속거리 최대 768㎞, 탑승인원 14명 등 서울시 기준에 부합하지 않아서 응찰조차 못했다.

아구스타웨스트랜드(AW) 쌍발 중형 수송헬기 `AW189`
아구스타웨스트랜드(AW) 쌍발 중형 수송헬기 `AW189`

또 군용 목적으로 개발돼 국토부가 아닌 방위사업청으로부터 형식인증만 받은 것도 걸림돌이 됐다. 서울시는 헬기에 장착된 엔진 두 개 중 하나의 엔진이 고장 났을 경우 착륙하기에 안전한 지역까지 비행할 수 있는 `카테고리 A등급`을 기준으로 내세웠다. B등급은 한쪽 엔진이 정지하면 체공능력을 보증하지 못하고, 계획되지 않은 착륙을 할 수 있다고 정의된다. AW189는 A등급, 수리온은 카테고리 B등급에 해당한다. 다만 이 등급은 민수용 헬기에만 적용되는 것으로 군용헬기 수리온은 애초부터 카테고리 등급에 해당 사항이 없다.

일각에서는 서울시가 애초부터 AW189를 염두에 두고 소방헬기 기준을 수립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지방자치단체가 요구한 항속거리는 2010년 인천소방 730㎞, 2013년 충남소방 500㎞, 2015년 강원소방 750㎞, 제주소방 630㎞ 수준이었다. 또 KAI는 업체 의견 수렴 기간 동안 27건의 의견을 게재해 5건만 받아들여졌지만, AW가 게재한 의견 2건은 모두 수용됐다.

업계 관계자는 “AW가 세계적인 기업으로 AW189 성능이 수리온보다 뛰어난 것은 사실이다”며 “다만 100억원 가량 더 비싼 가격을 주고 구입할 만큼 AW189과 수리온의 성능 차이가 큰 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서울 소방본부가 수리온을 거부하면서 다른 지자체에서도 수리온 대신 아구스타 헬기를 염두에 둔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지난 8월 부산시 소방본부가 KAI 수리온이 응찰하지 못하도록 `카테고리A` 등급을 기준에 넣었고, 다른 지자체도 현재 수리온보다 아구스타 헬기를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안전을 위해 국제 기준에 맞는 인증을 요구한 것”이라고 일축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가 제주도에 공급하는 수리온 소방헬기 예상도
한국항공우주산업(KAI)가 제주도에 공급하는 수리온 소방헬기 예상도

한편 수리온을 소방헬기로 적용한 곳도 있다. 제주도다. KAI는 지난해 말 제주도소방안전본부와 2017년 12월29일까지 수리온 1대를 납품 받는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금액은 252억 3000만원이다. 소방본부는 2년간의 제작기간을 거쳐 2018년초 수리온을 현장에 배치할 계획이다. 수리온을 소방헬기로 도입하는 소방기관은 전국 18개 소방본부 가운데 제주가 유일하다.

1.3조원 투입한 국산 헬기 `수리온`, 결국 서울 소방헬기 못뜨나?


류종은 자동차/항공 전문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