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공동 백업센터 구축 사실상 `개점 휴업`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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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 테러, 전쟁, 사이버위협 등 재해로부터 금융권 데이터를 안전하게 보존하기 위해 추진됐던 지하 벙커형 금융권 공동 백업센터 구축이 사실상 무기한 보류됐다. 구축 비용 문제 등이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27일 한국은행과 금융권에 따르면 충북 보은 KT 위성센터 지하에 설립하기로 한 지하 벙커 금융백업센터 작업이 제자리 걸음 중이다.

한국은행 산하 금융정보화추진협의회와 15개 시중은행은 지난 2년간 여러차례 회의에서 올해 상반기까지 토지매입과 기본 인프라 설비 작업을 완료하고 하반기 공사에 착수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2014년 8월부터 외부자문위원단은 2회에 걸쳐 관련 법률 및 주거환경 등을 검토하고 기술 태스크포스(TF)는 여섯 차례 회의를 거쳐 공동 백업센터 기술부문 기본계획을 수립했다.

계획에 따라 구축 사업을 진행하면 되지만 금융결제원이 태도를 바꾸면서 사업이 멈췄다.

당초 구축비용은 금결원이 부담하되 운영비용은 1차로 참여를 결정한 15개 시중은행이 공동 부담하기로 했다. 1차 15개 은행에 이어 2차로 증권·카드·보험 등 제2금융권 참여도 앞두고 있었다.

금융정보화추진협의회 관계자는 “금융결제원은 (지하벙커 금융백업센터 구축에 대해) 다시 검토하자는 입장”이라며 “초기 구축비용을 금결원이 맡게 되면서 부담을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은행들이 참여를 확정했지만 제2금융권 등 모든 금융사 참여를 의무화할 수 있는 규정이 없다보니 (금결원은) 참여율이 저조할까 걱정하고 있다”며 “또 벙커형이기 때문에 차후 다른 용도 활용도 어려워 구축사업을 미루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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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로 구축되는 벙커형 금융권 공동 백업센터는 2013년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금융전산 보안 종합대책` 일환이다. 2013년 은행과 방송사를 공격한 3.20 전산대란 이후 독립된 백업센터 구축 필요성이 제기됐다.

최근 사이버테러는 금융사 IT센터와 백업센터 두곳을 모두 공격 대상으로 하는 경향을 보이면서 센터 정보를 취합해 백업해 놓는 제3백업센터(공동백업센터) 구축을 서둘렀다. 게다가 사이버 공격에 의한 데이터베이스(DB) 삭제 시도가 잇따르고 시중은행 대부분 IT센터와 제2백업센터가 서울과 경기 등에 위치해 잠재적 동일 재난 지역으로 묶여 있다. 지상에 위치한 물리적 테러에도 노출돼 있다. 지난달 5.8 규모 경주 지진으로 인해 고객정보가 유실되는 최악의 상황을 막기위해 공동 백업센터에 대한 중요성도 다시 한번 부각됐다.

금융정보화추진협의회 관계자는 “은행이 보유한 백업센터 모두가 주 전산센터와 가까운 수도권에 밀집돼 있어 원거리 백업센터는 꼭 필요하다”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재해, 전쟁에 대비한 국가적 안전망 사업인데 너무 경제성을 따져 접근해서는 안된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금융결제원 관계자는“충북 보은 KT위성센터는 우선협상대상지일뿐 아직 최종 확정은 아니다”라며 “이 사업은 검토해야할 사항이 많아서 금융사들과 논의 중으로 구체적인 세부추진 일정을 밝히기 어렵다”고 해명했다.

김지혜 금융산업/금융IT 기자 jihy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