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이란산 원유 도입량이 사상 처음 연간 1억 배럴을 넘어선다. 우리나라 정유, 석유화학 업계가 콘덴세이트(경질유)를 중심으로 이란산 원유 도입량을 지속적으로 늘린 결과다. 경제 제재 해제 이후 원유 시장점유율 회복에 나선 이란이 우리나라에서는 이미 주요 공급자 지위를 되찾은 것이다.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이라크 등 기존 주요 원유 공급 국가와 판매량 격차도 크게 줄었다. 콘덴세이트 시장에서 카타르 독점 구조가 깨지면서 업계 원가 경쟁력도 상승할 전망이다.
30일 석유공사 및 정유업계에 따르면, 올해 이란산 원유 도입량은 처음으로 연간 1억 배럴을 넘어설 것이 확실시 된다.
한국석유공사가 집계한 이란산 원유 9월 누적 도입량은 7801만배럴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32%나 늘었다. 원유 수입 통계를 집계한 1980년 이후 이란산 원유를 가장 많이 수입한 해는 2011년이다. 당시 8718만배럴을 들여왔는데 올해 9월까지 사상 최대치에 근접한 것이다.
현재 추세를 감안하면 이변이 없는 한 올해 1억 배럴을 넘어 역대 최대 물량이 들어올 것으로 보인다. 남은 4분기동안 월 730만배럴 이상 수입하면 1억 배럴을 넘어선다. 현재 월평균 도입량은 867만배럴이다.
이란산 원유 도입량은 올 들어 지속 늘어났다. 지난 1월 647만배럴에서 9월 1217만배럴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전체 수입 원유 가운데 이란산 비중은 같은 기간 8%에서 13%까지 상승했다. 9월 도입량은 월간 기준 역대 세번째로 많을 정도로 가파른 상승세다. 정유, 석유화학 업계가 콘덴세이트를 중심으로 이란산 원유 소비를 늘린 것이 배경이다. 콘덴세이트 시장은 지금까지 카타르가 독점해 왔다. 이란 가세로 경쟁구도가 연출되면서 우리나라 정유, 석유화학 기업 원가 경쟁력 상승 효과로 이어졌다.
SK이노베이션은 콘덴세이트로 파라자일렌(PX) 등 아로마틱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올해 9월까지 이란에서 총 2717만9000배럴을 수입했다. 한화토탈은 지난 4월 105만배럴을 시작으로 9월 6배 가까이 늘어난 600만배럴을 수입했다. 현대오일뱅크와 롯데케미칼 합작사 `현대케미칼`도 본격 가동을 앞두고 이란산 콘덴세이트를 원료로 사용할 계획이어서 상승세는 장기화될 전망이다.
원유시장에서 공급자 간 경쟁도 심화됐다. 현재 우리나라 최대 원유 도입국은 사우디아라비아다. 올 9월까지 누적으로 2억3975배럴을 수입했다. 또 쿠웨이트와 이라크가 각각 1억2069만배럴, 1억515만배럴을 공급해 뒤를 잇고 있다. 이란이 올해 1억 배럴을 넘기며 2위권 경쟁에 가세한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 정유, 석화업계의 컨덴세이트 소비가 늘면서 이란에 수혜가 돌아가고 있다”며 “기존 독점 공급자인 카타르산 대비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에 당분간 수요가 활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란산 원유 연간 도입량 (만배럴) >
최호 전기전력 전문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