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현희 기자의 날]대한민국, `리셋(Reset)`이 필요하다

단톡방(단체 카톡방)이 쉬지 않고 울린다. 가족, 친구, 회사동료 모바일 커뮤니티를 최순실씨 관련 이슈가 뒤덮었다. 행여 중요한 소식을 놓칠세라 인터넷 속보에 눈을 떼지 못한다. 술자리에선 온통 최순실씨가 안줏거리다.

국민으로서 참담하다. 외국이 어떻게 볼지 두렵다. `벌거벗은 임금님` 우화가 떠오른다. 나라꼴이 부끄럽다.

대통령 권위는 이미 무너졌다. 이원종 청와대 비서실장 말대로 `봉건시대에도 있을 수 없는 일`이 눈앞에서 벌어졌고 대통령 입으로 확인됐다. 국민은 충격을 넘어 기력이 빠졌다. 대통령 지지율은 10%대로 떨어졌다. 콘크리트 지지층도 무너졌다. 사과로는 안 될 일을 사과로 막으려 했던 게 화를 더 키웠다.

박근혜 대통령은 10월 25일 최순실씨 관련 의혹에 대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청와대 제공>
박근혜 대통령은 10월 25일 최순실씨 관련 의혹에 대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청와대 제공>

30일 박 대통령은 우병우 수석 등 청와대 비서진을 전격 교체했다. `측근 중의 측근`인 문고리 3인방도 경질했다. 최순실씨는 이날 귀국해 검찰 조사에 성실하게 임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향후 박 대통령이 후속 인사로 인적쇄신 카드를 꺼내든들, 최씨가 검찰 수사를 받아 진상 규명이 이뤄진들 상황은 크게 달라질 것은 없어 보인다. 의혹이 해소되더라도 혹은 더 많은 의혹이 제기되더라도 말이다. 이미 어느 선을 넘어버린 `사태의 무게` 앞에 국민은 갈피를 못 잡고 있다. 이 다음 뭘 해야 할지가 더 중요한데, 그게 떠오르질 않는다.

최순실 사건은 `완벽하게` 엎질러진 물이다. 퍼 담을 수 없다. 엎질러진 물에선 희망을 접어야 한다. 물을 닦아내고 정리해야 한다. 새로운 그릇에 새 물을 담는 것이 상책이다. 너저분해진 채로 놔둬봐야 더 큰 더러움만 생길 뿐이다.

위기에서 기회가 나온다. 이번만큼은 `대한민국 리셋`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 지금 사태가 아니더라도 경제·안보 위기만으로도 국민들은 버겁고 팍팍하다. 더 흉흉해 지기 전에 `닦을 것은 닦아내야` 한다.

박근혜 정부는 역대 정부 가운데 `개혁`이라는 단어를 가장 많이 사용했다. 핵심 국정 과제였다. 세월호 사고를 계기로 박 대통령은 `국가대개조`를 언급했으나 결국은 개혁은 실패했다. 방향을 잃었고 안에서부터 곪아버렸다.

이젠 개혁·개조 수준이 아니라 `대한민국 리빌딩, 리셋 코리아`를 해야 한다. 마지막 기회일 수 있다. 단순 참모진 개편과 내각 쇄신으로 부족하다. 또 기존 방식과는 달라야 한다. 더 과감하고 대담한 변화가 필요하다. 거국내각, 개헌도 그 방향의 끝에서 이뤄야할 하나의 답이 될 수 있다. 오직 대한민국 생존과 미래를 위해서 말이다.

박 대통령의 대한민국이 아닌, 우리 국민의 대한민국 `리셋`을 준비해야 한다.

[성현희 기자의 날]대한민국, `리셋(Reset)`이 필요하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