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톡방(단체 카톡방)이 쉬지 않고 울린다. 가족, 친구, 회사동료 모바일 커뮤니티를 최순실씨 관련 이슈가 뒤덮었다. 행여 중요한 소식을 놓칠세라 인터넷 속보에 눈을 떼지 못한다. 술자리에선 온통 최순실씨가 안줏거리다.
국민으로서 참담하다. 외국이 어떻게 볼지 두렵다. `벌거벗은 임금님` 우화가 떠오른다. 나라꼴이 부끄럽다.
대통령 권위는 이미 무너졌다. 이원종 청와대 비서실장 말대로 `봉건시대에도 있을 수 없는 일`이 눈앞에서 벌어졌고 대통령 입으로 확인됐다. 국민은 충격을 넘어 기력이 빠졌다. 대통령 지지율은 10%대로 떨어졌다. 콘크리트 지지층도 무너졌다. 사과로는 안 될 일을 사과로 막으려 했던 게 화를 더 키웠다.
30일 박 대통령은 우병우 수석 등 청와대 비서진을 전격 교체했다. `측근 중의 측근`인 문고리 3인방도 경질했다. 최순실씨는 이날 귀국해 검찰 조사에 성실하게 임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향후 박 대통령이 후속 인사로 인적쇄신 카드를 꺼내든들, 최씨가 검찰 수사를 받아 진상 규명이 이뤄진들 상황은 크게 달라질 것은 없어 보인다. 의혹이 해소되더라도 혹은 더 많은 의혹이 제기되더라도 말이다. 이미 어느 선을 넘어버린 `사태의 무게` 앞에 국민은 갈피를 못 잡고 있다. 이 다음 뭘 해야 할지가 더 중요한데, 그게 떠오르질 않는다.
최순실 사건은 `완벽하게` 엎질러진 물이다. 퍼 담을 수 없다. 엎질러진 물에선 희망을 접어야 한다. 물을 닦아내고 정리해야 한다. 새로운 그릇에 새 물을 담는 것이 상책이다. 너저분해진 채로 놔둬봐야 더 큰 더러움만 생길 뿐이다.
위기에서 기회가 나온다. 이번만큼은 `대한민국 리셋`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 지금 사태가 아니더라도 경제·안보 위기만으로도 국민들은 버겁고 팍팍하다. 더 흉흉해 지기 전에 `닦을 것은 닦아내야` 한다.
박근혜 정부는 역대 정부 가운데 `개혁`이라는 단어를 가장 많이 사용했다. 핵심 국정 과제였다. 세월호 사고를 계기로 박 대통령은 `국가대개조`를 언급했으나 결국은 개혁은 실패했다. 방향을 잃었고 안에서부터 곪아버렸다.
이젠 개혁·개조 수준이 아니라 `대한민국 리빌딩, 리셋 코리아`를 해야 한다. 마지막 기회일 수 있다. 단순 참모진 개편과 내각 쇄신으로 부족하다. 또 기존 방식과는 달라야 한다. 더 과감하고 대담한 변화가 필요하다. 거국내각, 개헌도 그 방향의 끝에서 이뤄야할 하나의 답이 될 수 있다. 오직 대한민국 생존과 미래를 위해서 말이다.
박 대통령의 대한민국이 아닌, 우리 국민의 대한민국 `리셋`을 준비해야 한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