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30일 최순실 비선실세 의혹과 관련해 청와대 참모진을 전격 교체했다. 이원종 비서실장과 우병우 민정수석, 안종범 정책조정수석, 김성우 홍보수석, 김재원 정무수석의 사표를 수리했다. 이재만·정호성·안봉근 비서관의 사표도 처리했다.
후임 민정수석비서관에는 최재경 전 인천지검장을, 홍보수석에는 배성례 전 국회대변인을 각각 내정했다. 이 비서실장과 나머지 비서관의 후임은 재차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후임이 채 결정도 되기 전에 인사 발표를 서두른 데는 거세지는 여론과 정권존립의 위기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30일 박 대통령은 이원종 비서실장과 수석 5명을 교체하는 청와대 개편인사를 단행했다. 또 박 대통령과 18년간 호흡을 맞춰온 문고리 3인방 이재만·정호성·안봉근 비서관의 사표도 처리했다. 최순실씨 국정농단 의혹으로 성난 민심을 달래기 위한 1차 인사 조치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춘추관 브리핑에서 “대통령께서 현 상황의 엄중함을 깊이 인식하고 각계 인적쇄신 요구에 신속히 부응하기 위해 대통령 비서실 인사를 단행하기로 했다”면서 개편안을 밝혔다.
신임 민정수석에는 최재경 전 인천지검장이 내정됐다. 정 대변인은 “최 신임 수석비서관은 대검수사기획관 법무부 기조실장, 대검 중수부장, 전주 대구 인천지검장을 역임한 수사 전문가”라고 밝혔다.
최 신임 정무수석은 검찰 재직시절 `특수수사의 최고 실력자`로 꼽힐 정도로 굵직한 사건을 도맡아 처리했다. 하지만 2007년 대선을 앞두고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의 BBK 주가조작 의혹 사건을 무혐의로 처리하면서 `정치검사`라는 오명도 얻었다.
신임 홍보수석은 KBS, SBS에서 기자생활을 한 배성례 전 국회 대변인이 내정됐다.
비서실장과 정책조정수석, 정무수석의 후임은 아직 정하지 못했다. 정 대변인은 “나머지 비서관의 후속 인사도 조속히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청와대 참모진 개편은 흔들리는 민심을 달래기 위한 인사다. 참모진 개편에 이어 내각 쇄신방안도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실상 마비 상태인 국정 동력을 회복하기 위한 후속 인사다. 하지만 대통령 본인 잘못을 참모진이 책임지는 상황이어서 성난 민심을 어디까지 잠재울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이날 새누리당은 여의도 당사에서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박 대통령에게 `거국내각` 구성을 촉구했다. 김성원 새누리당 대변인은 회의 직후 “여야가 동의하고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거국내각 구성을 강력하게 촉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거국내각 방식에 대해선 밝히지 않았다.
거국내각이란 특정 정당이나 정파를 기반으로 하지 않고 여야 추천 인물들을 중심으로 내각을 구성하는 것을 말한다. 당초 박 대통령의 대선 후보 시절 공약이기도 했던 책임총리제 실현을 새누리당이 요구할 것이란 예상은 빗나갔다. 촛불 시위 등으로 여론이 격화될 조짐이 보이면서 책임총리제보다 더 큰 변화를 줘야 한다는 여권의 엄중한 상황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비박계를 중심으로 요구돼온 거국중립내각을 박 대통령이 수용할지 여부도 주목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여론과 각종 상황들을 고려해 계속 심사숙고 중”이라며 “후속 인사를 비롯해 다양한 대응책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 중이니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한편 김종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도 이날 사표를 제출했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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