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온뉴스 이주희 기자] MBC 드라마 ‘쇼핑왕 루이’의 남자주인공 루이(서인국 분)은 부잣집에서 귀하게 자란 온실 속 ‘화초남’으로, 기억을 잃은 후에는 여자주인공(이하 여주) 고복실(남지현 분)에게 얹혀살고 밥도 떠먹여줘야 할 만큼 여주에게 의존적인 인물이다.
길을 걷다가 맛있어 보이는 토스트를 발견하면 돈도 내지 않았으면서 입에 케첩을 잔뜩 묻히고 신나게 먹어대 결국엔 여주가 돈을 지불하고 사과를 한 후, 일을 처리해야 한다. 집에서는 여주가 차려준 밥을 먹고, 설거지는 꼭 500원을 받아낸다. 그가 하는 일이라곤 일 나간 복실이를 기다리고 걱정하는 일 뿐. 혹시라도 마늘 까기 등 일이라도 시키게 되면 버는 돈보다 돈을 더 많이 써버린다. (쇼핑을 제외하고는) 할 줄 아는 게 없는 인물로, 사실 현실에서는 ‘놈팽이(?)’로도 볼 수도 있는 캐릭터다.
‘쇼핑왕 루이’에서 이 캐릭터는 사랑스럽게 표현된다. 마치 아기나 애완동물쯤으로 볼 수 있다. 제작진들도 CG를 통해서 루이에게 강아지 꼬리나 귀를 달아주거나 관련 효과음을 만들어 루이의 강아지스러움을 강조한다. 그래서 시청자들은 루이에게 ‘강아지’ 같다는 의미로 ‘멍뭉이’라는 별명을 지어줬고, 루이와 고복실의 커플 이름을 ‘뭉실 커플’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런 캐릭터는 영화 ‘늑대소년’의 송중기, 그리고 곧 개봉할 ‘가려진 시간’ 강동원과도 비슷하다. ‘늑대소년’은 흥행에 성공했고, ‘가려진 시간’은 현재 개봉 예정작 중 가장 기대를 모으는 작품이다. ‘쇼핑왕 루이’는 지난 11회 방송에서 처음으로 동시간대 단독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대중들은 왜 이런 남주에게 열광할까.
능력이 없고 여주의 손길을 필요로 한다는 데서 보호본능을 자극하는 것도 그 이유 중 하나지만 꼭 이것 뿐만은 아니다.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능력은 없지만, 기억을 잃었기 때문에 그 무엇보다도 청정하다. 할 줄 아는 것도 없지만, 여주만 따라다니고 여주가 하는 말만큼은 지키려고 노력하는 모습은 로맨틱 코미디의 설렘부터 판타지적인 요소까지 자아내는 것이다.
게다가 여주인 고복실마저 강원도 산골 소녀로 순수하고 마음 따뜻한 캐릭터이기 때문에 둘이 만들어내는 시너지 효과가 있다. 동화 같은 사랑 이야기로 시청자들을 힐링시키면서 마음을 움직인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쇼핑왕 루이’의 캐릭터는 현재 청춘들의 모습이 투영됐다고 본다. 루이는 굉장히 순수한 아이 같은 인물로, 어른들의 세상과 대척점에 있는 캐릭터다. 그런 그가 생존을 위해 어른들의 세계에 나온 것이다. ‘구르미 그린 달빛’의 이영(박보검 분)이 있는 궁궐도 어른들의 정치세계다. 거기서 이영과 친구들이 어른들의 세계와 맞부딪치는 것이다. ‘쇼핑왕 루이’도 원래 능력이 출중하지만 고립되는 상황에 빠져들기 때문에 현실성은 없다. 기억상실이란 설정은 그의 능력을 백지화로 만든 것이다. 백지화된 그가 사회에 나와서 그리는 모습은 오히려 어른들의 세계를 정확하게 말할 수 있는 지점이 되고, 시청자들은 루이를 지지하게 된다”며 “또한 루이와 복실이라는 관계가 집이라는 틀 안에서 서로를 위로를 해주는데, 시청자들에게도 위로가 되어 주는 것이다”고 전했다.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이주희 기자 leejh@entero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