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돈 환노위원 “전기차 보조금 의존 보급정책 손질”

이상돈 환노위원 “전기차 보조금 의존 보급정책 손질”

“전기차 민간 보급 정책이 거꾸로 가고 있습니다. 세계적으로 전기차 개별 구입 보조금은 줄이면서, 전체 보급 물량을 늘리는 추세지만 우리나라는 오히려 보조금을 올리고 있습니다. 누가 정부 정책을 믿고 전기차를 구입하겠습니까.”

이상돈 의원(국민의당·환경노동위원회)은 20대 국회에서 전기차 문제를 가장 깊이 들여다보고 있는 의원 중 한명으로 손꼽힌다. 이 의원은 우리나라 전기차 민간보급 정책을 시작부터 지금까지 총괄해온 환경부 정책부터 신랄하게 비판했다. 시장 경쟁과 산업 활성화라는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고 형평성만 억지로 꿰맞추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정부가 올해 전기차 구입 보조금을 대당 1200만원에서 지난 7월 돌연 1400만원으로 상향 조정한데 이어 내년도 보조금도 1400만원으로 유지한다는 정책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이 의원은 “지원 대상자가 올해 8000명에서 내년엔 1만5000명으로 두 배 늘었지만, 보조금은 유지되는 것”이라며 “대상자를 늘리고 지원금을 줄이는 보조금 정책 기본 방향성이 어긋난 데다, 가격경쟁을 일으킬 시장 경쟁 효과도 떨어진다”고 질타했다. 이 의원은 31일 시작된 환경노동위원회 예결소위에 이 같은 공식 의견을 전달할 방침이다.

정부 정책에 따라 충전인프라 부족 등 불편함을 안고 전기차를 먼저 구매한 이용자의 형평성 문제가 커질 것은 자명하다. 또 과도한 보조금 때문에 전기차 제조사도 시장 경쟁을 위해 가격을 내려야할 마땅할 이유를 찾지 못하는 등 시장 경쟁구조를 왜곡시키는 상황까지 빚을 수 있다.

전기차용 충전기 지원책도 개편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보통 가정용 충전기가 150만원가량이고, 기본 설치비(200만원)와 한국전력 불입금(52만원)까지 합치면 최소 400만원이 넘게 든다”며 “올해는 보조금(대당 400만원)으로 어떻게 맞출 수 있을지 몰라도 내년 보조금(300만원)으로는 설치가 불가능해진다”고 말했다. 이어 “시장 혼선만 일으키고, 설치비도 다 채우지 못하는 보조금을 주지 않는 쪽이 낫다”고 덧붙였다.

같은 해 전기차 보조금 대상자는 1만5000명으로 정해 놓고, 충전기 보급 대상자는 9600여명으로 정한 것 역시 시장 특성을 이해하지 못한 잘못된 예산 배정이라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대기업이 주도하는 시장인 전기차는 보조금을 유지하고, 중소기업이 맡는 충전기 보조금은 줄이는 것이 현실이고, 국회로선 이해할 수 없는 예산 배정”이라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지자체 마다 지원금이 다르고, 아파트 주민동의서 등 보조금을 받기 위한 복잡한 절차가 전기차 보급의 발목을 잡고 있다”며 “무조건 충전기 숫자 늘리는 데만 급급하지 말고 시장 눈높이에 맞춘 보다 현실적인 정책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박태준 전기차/배터리 전문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