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엔터온뉴스 이소희 기자] 많은 풍파를 겪으며 어느덧 데뷔 12년차를 맞은 먼데이키즈 이진성에게는 단단한 굳은살이 박혔다. 자신을 현실적으로 받아들이고 솔직하게 인정할 수 있는 힘이 생겼다. 그는 기회를 찾아다니기보다, 다가오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낸다.
인터뷰를 위해 멋진 플로피햇을 쓰고 모습을 드러낸 이진성은 인터뷰 일정 중 첫 타임이라 긴장된다며 웃었다. 하지만 말과 다르게 여유 넘치는 모습으로 가감 없는 대화를 나누며 연륜을 드러냈다.
이진성은 지난 6월 RBW와 전속계약을 체결하며 새 둥지를 틀었다. 먼데이키즈 데뷔곡 ‘바이 바이 바이(Bye Bye Bye)'를 작곡하고 오랜 인연을 이어온 작곡가 김도훈이 수장으로 있는 회사다. 덕분에 이진성은 더욱 마음껏 자신의 모습을 풀어나갈 수 있게 됐다.
◇ 4년 만의 방송 출연, ‘복면가왕’
새로운 모습의 시작은 방송출연이다. 이진성은 최근 MBC 예능프로그램 ‘복면가왕’에서 파리의 연인 에펠탑이라는 닉네임으로 출연해 자신의 컴백을 알렸다. 4년 만의 방송출연이었다.
“부담도 많이 됐어요. 경연 프로를 많이 해본 게 아니라, 괜히 잘못했다가 있는 팬도 떨어지는 거 아닌가 걱정도 했고. (웃음) 잘 하고 내려와야 할 텐데 제 주변 가수 중에는 1라운드에서 떨어진 친구도 있거든요”
긴장한 이진성의 모습은 그대로 전파를 탔다. 가면을 벗는데 머리가 헝클어져 있어도 전혀 인식하지 못한 채 얼떨떨한 소감을 전했다. 그는 방송 모니터를 하며 머리를 발견했다며 “스태프가 머리 정리하고 가자고 하는데도, 신경 쓸 정신이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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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라운드까지 올라갈 수 있을지 예상을 못했어요. 또 그런 거 생각하지 말고 할 수 있는 만큼 하고 오자 생각했어요. 어쨌든 준비한 곡들은 다 불렀으니까요.”
이진성은 방송에서 엠씨더맥스(M.C The Max)의 ‘어디에도’와 YB의 ‘흰수염고래’를 불렀다. 그만의 개성이 묻어나는 고음과 진정성 있는 호소력이 관객들의 마음을 울렸고 패널들이 감탄하게 만들었다.
“평소 좋아하고 많이 부르는 노래로 선곡했어요. 두 곡 다 사랑노래로 하는 게 아쉬워서, 한 곡은 내 상황을 대변할 수 있는 노래를 하자 싶었어요. 그 노래가 ‘흰수염고래’에요. 이기려고 준비했다기보다, 내가 듣고 위로를 받은 곡이라 그걸 전달하고 싶었어요.
‘흰수염고래’는 힘들어도 꿈을 찾아서 헤쳐 나가라는 내용의 가사에요. 저도 가수를 10년 넘게 했는데 힘들죠. 한 직업을 오래 한다는 게 그렇기도 하고, 가정생활도 꾸려나가야 하고, 어느 정도 위치에 올라가고 싶은데 마음대로 안 되니까요. 노래를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 싶기도 하고요. 결국엔 ‘내가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것인가’하는 원론적인 걸 많이 고민했어요.“
◇ “재지 말고 열심히 하자”
경력을 꽤 많이 쌓고 실력이 뛰어나 어려움 없을 것 같은 사람도 그에 맞는 고민이 존재하는 법이다. 이진성은 자신과 맞닿아 있는 또 다른 현실을 깨닫고 혼란스러워했다. 이진성은 답을 찾았냐는 질문에 “아직 못 찾았다”고 답했다. 그가 내린 결론은 ‘재지 말고 그냥 열심히 하자’다.
자신을 둘러싼 변화들도 이진성의 생각이 한 지점에 도달하는데 많은 영향을 끼쳤다. 최근 4년간 이진성은 결혼을 했고 군대를 다녀왔으며, 멤버들의 탈퇴와 새 소속사와 계약을 겪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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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를 옮기면서 생각한 게 있어요. 이제 오디오로만 들려줘서는 (대중과) 공감하지 어려워지는 것 같아요. 예전에는 그 생각을 못하고, ‘노래만 잘하면 되지 않나’ 싶었거든요. 이제는 팬들과 만날 수 있는 다양한 기회도 만들고, 노래하는 모습 말고도 여러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해요.”
그간 이진성은 ‘내가 이 정도 하면 다들 어느 정도 알아주겠지’라는 생각을 가졌다. 하지만 군생활을 하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다 보니 그게 아니었단다. 그의 말에 따르면 자신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초기화’됐다.
“사람들이 제 얼굴을 잘 몰라서 혼자 군대에서 제 홍보를 하고 다녔어요. 계속 앨범만 던지고 ‘들을 사람만 들어라’ 식의 태도는 안되겠더라고요. 아끼는 제 음악을 소진시켜버리는 게 아쉬워졌어요. 팬들도 (제 인지도에) 아쉬워하시고요. ‘내가 10년 넘게 좋아한 가수인데 사람들이 왜 모르지’ 이런 거죠.”
그의 생각이 바뀐 데에는 또 다른 이유도 있었다. 그는 “특히 아기를 키우다 보면 자기 직업에 대해 할애할 수 있는 시간과 여유가 없다. 어느 정도 시간을 쓸 수 있는지도 모르고, 있는 돈으로 생활하다보니 어느 순간부터 내 삶이 없어지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아기를 키우는 건 너무 좋지만, ‘원래 내 모습은 이게 아닌데’ 그런 거다”라며 “그래서 내가 하고 싶어 하는 것들에 기회가 주어졌을 때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강해졌다”고 말했다.
◇ ‘술 먹고 노래방에서 부르면 좋은’ 노래
이런 생각의 기지개를 켠 앨범이 지난 4월 발매된 미니앨범 ‘리부트(Reboot)'다. 그리고 오는 3일 발매될 디지털 싱글 ’하기 싫은 말‘은 앞으로 보여줄 먼데이키즈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첫 번째 스포일러다.
‘하기 싫은 말’은 지금까지 들려줬던 먼데이키즈의 발라드와 차별화되면서도 이진성만의 보컬 색과 감성이 살아있는 곡이다. 사랑하는 여자를 떠나보내야 하는 안타까운 이별을 서정적이고 웅장한 스트링사운드로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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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먹고 노래방 가서 부르면 좋을 노래에요. 고급스럽게 슬픈 게 아니라 찌질하게 슬픈 느낌이거든요. (웃음) 일부러 그렇게 가사를 썼어요. 남자들이 헤어지고 ‘아휴, 어떡하냐’ 한탄할 때 부르고 싶은 노래가 되길 바라요. 저 또한 힘들 때 술 먹고 부르고 싶은 노래가 됐으면 좋겠어요.”
특히 이진성은 작사에만 참여했는데, 이에 대해 그는 “이것저것 잘하려고 하면 안 된다. 잘 할 수 있는 건 할 수 있는 대로 하고, 주변에 좋은 동료들이 있으니 함께 힘을 합쳐서 ‘윈-윈’하는 게 낫다. 다같이 블랙홀로 빨려 들어갈 필요는 없지 않냐”며 웃었다.
그의 실력에 걸맞지 않은 겸손한 말이었다. 하지만 그의 의도는 잘 알 수 있었다. 다가온 기회는 놓치지 말되, 고집부리지 않고 시야를 넓혀 그 기회를 더 나은 것으로, 자신의 것으로 만들자는 것이다.
“곡을 쓰고 안 쓰고는 중요한 게 아닌 것 같아요. 노래를 잘 하면 노래에만 충실하면 되는 거고요. 또 제가 곡을 써도 제가 판단하는 게 아니라,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사람이 봐주는 거죠. 가수 김동률도 그렇게 하신다는 기사를 봤어요. 곡은 본인이 쓰고 회사에 모니터를 맡기는 거예요.”
◇ 이진성이 만들어갈 굳은살
앞으로 먼데이키즈는 멤버 충원을 하지 않을 계획이다. 이진성이 중심이 되어 좋은 주변인들과 함께 팀을 만들고 이끌어나간다. 그러면서 강하게 박혀있는 팀 이미지를 깨고, 솔로 보컬로서 진정한 홀로서기에 나서고자 한다.
“먼데이키즈 팀 형태로는 객원보컬 느낌은 아니고, 피처링 도움을 많이 받아서 듀엣으로 부르는 트랙을 많이 싣고 싶어요. 혼자 하기엔 힘들 수도 있고 새 멤버를 들이기엔 부담도 돼요. 주변에 좋은 동료들도 많으니 협업을 해 조화를 이루면 좋겠다는 생각이에요.”
이진성은 예전부터 함께 콜라보레이션하고 싶었던 가수라며 플라이투더스카이(Fly to the sky)의 환희, 휘성을 꼽았다. 또 김필도 언급했는데, 앞선 대화에서 말했던 ‘복면가왕’ 1라운드에서 떨어진 친구가 바로 김필이라고 밝혀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그의 시간과 생각으로부터 생겨난 굳은살은 솔직하고 현실적인 흔적과 같다. 앞으로 음원발매뿐만 아니라, 다양한 방송과 공연 등을 통해 솔직한 모습으로 팬들을 찾을 이진성은 그렇게 또 하나의 단단한 살결을 만들어나가고 있다.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이소희 기자 lshsh324@entero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