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경제가 끝을 알 수 없는 수렁에 빠졌다. 주요 경제지표가 일제히 하락했고 정치 이슈로 경제정책·법안 추진은 사실상 올스톱 됐다. 국책연구기관마저 “경기 회복세 약화”를 못 박았다. 경제 전문가는 일제히 “어떤 긍정적 요소도 찾을 수 없다”고 평가했다. 하루빨리 정치 이슈를 해소하고 국정운영을 정상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6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경제 상황은 최근 급격히 악화됐다. 수출 부진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그나마 경제를 떠받쳤던 내수까지 둔화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최순실 사태로 국정운영이 마비되며 전문가와 연구기관은 일제히 종전보다 비관적인 경제 전망을 내놨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는 6일 공개한 `경제동향`에서 “수출 부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내수 증가세도 둔화되면서 경기회복세가 약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KDI는 지난 9월, 10월 분석에서는 미약하나마 개선세가 유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성태 KDI 거시금융경제연구부장은 “이전보다 경제 상황이 더 나빠졌다는 의미”라며 “주요 원인은 내수 증가세 둔화”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경기가) 더 내려갈 수 있다”며 “연말까지는 (경기에 활기를 불어넣을) 별다른 방법이 없고, 내년 초 정부가 발표할 경제정책 방향과 이에 따른 예산 집행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암울한 전망의 근거는 제조업 생산과 고용 부진, 소비·투자 둔화 등이다. 9월 우리 경제는 산업생산, 소비, 투자가 모두 떨어지는 `트리플 감소`를 기록했다. 10월 이후 경제지표는 더 악화할 전망이다. 기업 구조조정 여파, 부정청탁금지법 시행, 삼성전자 갤럭시노트7 생산 중단, 현대자동차 파업, 정부의 새로운 부동산 규제 등이 경제지표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가장 큰 악재는 최순실 사태다. 정치 이슈로 국정운영이 마비되며 주요 경제정책 추진, 경제법안 처리가 모두 무기한 정지됐기 때문이다. 2017년 예산안 처리 시한이 한 달도 남지 않았지만 최순실 사태로 큰 혼란이 불가피하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최순실 사태와 관련 없는 경제법안에도 야당이 의혹을 제기해 처리가 불투명하다”며 “오해를 없애고 법안의 필요성을 설명하는 수밖에는 대안이 없다”고 말했다.
해외 투자은행(IB)들은 정치적 불확실성 때문에 4분기 경제성장률 둔화가 심화되고, 경기 회복도 늦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씨티그룹은 실물경제 부문에서 민간 심리가 위축되며 4분기 성장률 둔화 폭이 커지고 경기회복세가 지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영국 바클레이즈는 정치적 불확실성 때문에 정책 초점이 당분간 경기 안정에 맞춰질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한 경제전문가는 “우리 경제는 현재 상황을 유지만해도 다행일 정도”라며 “주요 경제지표는 앞으로 더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근 KDI 경제전망 총평(자료:KDI)>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