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을 잘못 보필한 책임을 지겠다”고 밝힌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6일 전격 구속됐다. `비선 실세` 최순실 씨와 함께 전국경제인연합회와 대기업에 거액 기부를 강요한 혐의다. 청와대 문건 유출 의혹을 받고 있는 문고리 3인방 중 하나인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도 구속됐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도 횡령과 직권남용 혐의로 이날 검찰에 출석했다. 의혹의 핵심 인물들이 줄이어 구속되면서 검찰 수사가 박근혜 대통령의 직접 개입 여부를 규명하는 단계로 빠르게 옮아갈 전망이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6일 안 전 수석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와 강요미수 혐의로, 정 전 비서관을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각각 구속했다.
전날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한 조의연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두 사람 모두에 대해 “범죄사실이 소명되고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구속사유를 밝혔다.
검찰은 앞으로 최장 20일간 이들의 신병을 확보한 상태에서 집중적인 수사를 벌이게 된다.
안 전 수석은 청와대 경제수석 재직 때 최순실씨와 공모해 53개 대기업이 최씨가 좌지우지하는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에 774억원을 출연하도록 강요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를 받았다. 특히 K스포츠재단이 롯데와 SK, 포스코, 부영 등에 추가 출연을 요구하는 과정에 깊숙이 관여하고 최씨 개인 회사인 더블루K 이권 사업도 적극적으로 지원했다는 의혹이 더해졌다. 또 포스코 회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K스포츠재단에 거액 출연 협조를 요구한 의혹도 제기됐다.
검찰은 지난달 29일 안 전 수석의 자택과 청와대 사무실을 압수수색해 혐의를 입증할 증거를 다수 발견한 것으로 전해졌다.
안 전 수석은 전날 영장실질심사에서 “대통령을 잘못 보필한 데 대해 책임지겠다”는 뜻을 밝혔다.
정 전 비서관은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최씨에게 박 대통령의 연설문을 비롯해 북한과의 비밀 접촉 내용이 담긴 자료, 박 대통령의 해외 순방 일정을 담은 외교부 문건, 국무회의 자료 등 대외비 문서를 건넨 혐의를 받았다.
최씨 소유로 추정되는 태블릿PC의 문건 수정자 아이디 `narelo`는 정 전 비서관의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정 전 비서관이 매일 밤 청와대 보고 자료를 최순실씨 사무실로 들고 왔다”는 증언도 나온 상태다.
검찰은 수백건의 문서 유출 경로와 다른 청와대 인사의 개입 여부, 박 대통령의 지시 여부 등을 밝힐 예정이다. 필요시 직접 수사를 받겠다고 한 박 대통령의 조사에 앞서 이들을 통해 각종 의혹을 상세히 확인할 방침이다.
최순실 사태로 궁지에 몰린 검찰이 우병우 전 수석 사건은 어떻게 처분할지도 관심사다. 또 다시 소극적인 수사로 `봐주기` 논란에 휩싸인다면 검찰의 위상 추락은 물론 존립 자체를 위협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검찰은 현재 우 전 수석의 기소를 전제로 수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이 중점적으로 파헤치고자 하는 것은 우 전 수석의 횡령 의혹과 공직자 재산 신고 누락문제 등이다.
우 전 수석도 최씨 국정 개입을 제대로 파악해 처리하지 않는 등 일정 부분 역할을 한 게 아니냐는 책임론과 함께 관련 의혹도 제기됐으나 현재로선 일단 검찰 수사 선상에서 이 부분은 배제됐다. 수사 과정에서 추가 혐의가 드러나면 우 전 수석에 구속영장 청구 등도 가능하다는 것이 법조계 예상이다.
이번 주 총리 인사청문회 문제와 함께 검찰 대통령 수사 방법과 시기 결정, 그리고 대통령의 3차 사과 여부와 주말 대규모 촛불집회 등이 이어지면서 정국도 중요한 갈림길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