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현희 기자의 날]내려놓아야 살 수 있다

매일 청와대를 출입하는 기자조차 참담하다. 대통령 지지율이 5% 밖에 안된다. 추세로 본다면 더 떨어질게 분명하다. 최순실 사태 이후 일주일 단위로 지지율이 10%P씩 깎여나갔다. 지지율 숫자로만 본다면 국정은 `뇌사 상태`다. 국민 마음 속에 대통령은 이미 사라졌다.

[성현희 기자의 날]내려놓아야 살 수 있다

대통령은 두 번 머리를 숙였지만, 국민 분노는 가라앉지 않았다. 지난달 25일 첫 번째 대국민 사과는 90초짜리 녹화방송이었다. 4일 두 번째 사과는 9분에 걸친 생방송이었다. 앞에 사과는 일곱 문장짜리 눈가림 사과라는 비판을 받았다. 두 번째 사과도 형식과 내용면에서 많이 달라졌지만 민심은 여전히 싸늘했다. 사이비종교 등 세간 소문에 대해서도 사실이 아니라고 분명히 했으나, 국민이 진짜 궁금해하는 문제에 대한 고백으로까지 나아가진 못했다.

`내가 이러려고 대통령을 했나…`는 표현엔 국민들의 비아냥이 쏟아졌다. 때늦은 후회이고 대통령직을 얼마나 사사롭게 여겼는지 털어놓은 것이나 다름없다.

지난 주말, 민심은 거리로 쏟아졌다. 일주일 새 촛불집회는 배 이상 커졌다. 대통령 탄핵과 하야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다. 국정 중단을 넘어 헌정 중단까지 걱정해야 할 상황이다.

박 대통령은 권력을 잃는 상황을 인정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링거 맞으며 혼신을 다했던 결과가 이거라니…` 싶을 거다. 5% 지지율도 인정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과거 `선거의 여왕` 때 처럼 어떻게든 난국을 뚫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국민 마음은 이미 떠났다. `대한민국과 결혼했다`고 말한 박 대통령에 실망했다. 결혼 생활에 있어 가장 중요한 신뢰와 믿음이 깨졌다. 실낱 같은 끈으로 부부의 연을 이어가봤자 의미없다. 내년까지 버틴들 결국 빈손으로 내려와야 한다.

진정 대한민국을 사랑한다면 이제는 놓아줘야 한다. 검찰 수사를 받기 앞서 당적 또한 버려야 한다. 여야 합의로 비상시국 탈출구를 찾아야 한다. 그것이 그나마 대통령으로서 자존심을 더 구기지 않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이 와중에도 대한민국 `경제시계`는 돌고 있다. 성장률은 마이너스를 향하고 내수 경기는 절벽이다. 기업은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온통 엉망이다. 정신 차려야 한다.


국민은 박 대통령의 결단을 기다린다.

[성현희 기자의 날]내려놓아야 살 수 있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