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사태`로 집권여당 새누리당이 분당에 직면했다. 지도부 총사퇴 요구에 이어 김무성 전 대표가 박근혜 대통령 탈당을 요구하면서 급격히 분열되는 양상이다. 당 내부에서도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넜다`는 분석이 많다.
7일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의 탈당을 공식적으로 요구했다. 이날 김 전 대표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자청해 “대통령은 1호 당원으로서 `선당후사` 정신으로 당을 살려야 한다는 책임의식을 갖고 당적을 버려야 한다”면서 “지지 기반인 보수의 궤멸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전 대표는 지금 정국 상황을 `국정 붕괴`라고 규정하면서 “대통령 탄핵은 국가적으로 큰 충격이자 국민 불행으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거국중립내각으로 국정 공백을 최소화하는 것이 가장 좋은 대안”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총리 추천권을 국회로 넘기고, 야당이 전면 거부하는 김병준 총리 후보 지명을 즉각 철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누리당 현 지도부는 김 전 대표의 대통령 탈당 요구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탈당은 대통령이 판단할 문제이긴 하지만 반대한다”고 밝혔다.
비박계 새누리 의원은 이날도 △청와대 진상규명 협조 △야당과 국민이 동의하는 거국내각 구성 △당 지도부 총사퇴 등을 주장하며 현 지도부·청와대와 각을 세웠다.
야당도 이날 박 대통령을 향해 김병준 총리 후보 지명 철회와 즉각적인 2선 후퇴, 여야 추천 국무총리 수용 등을 거듭 요구했다. 대통령이 시간을 끌수록 국정 정상화를 위한 시간만 허비할 뿐이라고 압박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박 대통령이 배신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지만, 이제는 국민이 박 대통령을 `배신의 대통령`으로 여기고 있다”면서 “문제를 시급히 수습하고 국정을 정상화하는 것은 오로지 대통령의 조속한 결단에만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국회에서 추천하는 총리를 수용해 정국을 수습하지 않는다면 정권 퇴진 운동에 들어갈 수밖에 없음을 재차 경고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도 “이번 주에 부족한 사과를 실천으로 메우지 못하면 촛불이 횃불이 되고 민심의 쓰나미가 청와대를 덮칠 것을 경고한다”면서 “시간은 결코 대통령 편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고 압박했다.
청와대는 이날 대통령이 두 번째 대국민담화에서 제안한 여야 영수회담을 국회에 요구했다. 한광옥 청와대 비서실장은 여의도 새누리당사로 이정현 대표를 예방해 “어려운 때에 여야가 대화하는 장을 만들어주십사 부탁한다”고 밝혔다.
한 실장은 “김병준 총리 후보 인준 문제도 여야 영수회담에서 논의할 수 있는 것”이라며 “야당 대표가 영수회담에 당장 내일이라도, 모레라도 응해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날 더불어민주당은 한 실장과 면담 거부 의사를 밝혀 추미애 대표와 한 실장 만남은 불발됐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