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M 경쟁력이 연구재단 경쟁력입니다. 삼고초려(三顧草廬)를 마다하지 않겠습니다.”
조무제 한국연구재단 이사장은 국가 연구개발(R&D) 사업도 결국 사람 경쟁력에 달려있다고 강조했다. 인재가 사업을 기획하고, 잘 관리해야 성과도 좋을 수밖에 없다는 원칙을 내세웠다. 그는 지난 8월 한국연구재단 이사장에 선임됐다. 연간 4조5000억원에 달하는 R&D 예산을 집행하는 중책을 맡게 됐다.
조 이사장은 울산과학기술원(UNIST)을 사실상 만든 주인공이다. 8년간 UNIST 총장을 직접 맡아 국내 최고 수준의 연구대학으로 육성했다. 그는 UNIST가 세워지기로 결정된 2007년, 울산 울주군 허허벌판에 국립대학 건립을 성공시켰다. 좋은 사람을 직원으로 뽑고 싶다는 열망도 있었다. 그 때부터 그는 `사람`의 중요성을 알았다.
조 이사장은 “연구재단 과제를 선정하는 PM은 고도의 전문지식과 도덕성을 가진 덕망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면서 “PM 선임시 공모만 진행하면 절차가 편하고 뒤탈이 없다. 그러나 훌륭한 사람을 데리고 오려면 초빙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구재단은 PM 선임시 공모와 추천을 병행한다. 공모는 연구자가 신청해 학회 등의 추천을 받는 것이고, 추천은 후보자 발굴을 위해 재단 추천위원회에서 추천하는 방법이다. 그는 UNIST 총장 시절, 서울의 한 대학 교수를 초빙하려고 삼고초려했다.
조 이사장은 “두 번을 거절하더라. 포기하지 않고 또 찾아갔고, 울산으로 데리고 올 수 있었다”면서 “그러나 이 같은 `구애`는 마치 개인적 인연으로 누구를 데려오려는 것이라고 음해를 당할 수도 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사람을 잘 뽑은 결과는 성과로 나타난다”고 말했다. 그는 직원에게 PM 리스트를 정해 `구애`하라고 지시했다. 학회에도 전화해 전문성 있고 신뢰받는 사람을 추천하라고 설명했다.
최근 이슈가 된 기초과학 연구비 등을 둘러싸고는 과거 `장기 지원사업 실패 사례`를 설명했다. 조 이사장은 “정부 장기 프로젝트 효시가 SRC사업인데, 1990년에 1기 지원을 했고 내가 1기 수혜자다. 그러나 9년 끝나고 잘한 연구는 3년 더 지원을 해주기로 했는데, 1년 하고 끝나버렸다”면서 “대학 현장에서 교수들이 `받는 사람만 계속 받느냐`면서 들고 일어나 장기 연구를 못하게 했다. 그 책임은 교수에게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초연구는 장기적으로 꾸준히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초과학 지원 역사가 오래되지 않아 아직까지는 연륜이 더 필요하다”면서 “정부가 `한우물파기`를 시작했는데, 한 과제를 오래 지원하고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 이사장은 “노벨상에 연연하기보다는 연구와 공부가 `즐거운` 문화를 만들어 상이 자연스럽게 따라오도록 해야 할 것”이라며 “선도형 연구로 패러다임 전환, 한 주제에 장기적이고 안정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환경 조성,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적 연구문화 조성, 사회적 책임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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