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온뉴스 이주희 기자] 내가 ‘알고 있는 당신’은 ‘진짜’가 아니다. 내가 ‘알고 있는 것’이 ‘진실’이 아니듯 말이다. 하물며 다른 사람이 전달해준 이야기라면 말해 무엇 할까.
영화 ‘당신 자신과 당신의 것’에서 영수(김주혁 분)는 민정(이유영 분)을 사랑하지만, 민정이 자신과의 약속을 깨고 다른 남자와 술을 마시고 다닌다고 이야기 하는 친구(김의성 분)의 말을 듣고 민정과 싸우게 된다. 영수는 “왜 자꾸 거짓말 하니?”라며 의심하고, 민정은 “그런 일 없었다”고 주장한다. 민정은 자신을 끝까지 믿지 않는 영수에게 “앞으로 차라리 ‘약속’을 하지 않는게 낫겠다”며 잠시 떨어져 있자고 한다.
이후 영수는 연락이 되지 않는 민정을 찾아 헤매고, 민정(혹은 민정으로 보이는 누군가)은 다른 남자들 A(권해효 분), B(유준상 분)와 술을 마신다. 하지만 민정의 이름을 부르며 아는 척을 하는 A, B에게 그녀는 자신이 민정이 아니라고 주장하며 “절 아세요?”라고 묻는다. 민정은 그녀가 읽고 있던 프란츠 카프카의 소설 ‘변신’ 속에 나오는 그레고르처럼 누구도 알 수 없는 새로운 존재가 되어버린 걸까.
너무나 천연덕스럽게 자신이 민정이 아니라고 이야기하는 그의 모습은 A, B는 물론이고 관객들마저 당혹스럽게 만든다. 거짓말인지 진실인지 알 수 없지만 그녀는 매력적이고, A, B는 그녀에게 빠져든다. 이제 이들에게 그녀가 민정인지 아닌지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
영수 역시 민정을 한참을 찾아 헤맸다가 겨우 만나는데, 그녀는 그가 알고 있던 그녀가 아니라 더욱 새롭고 신비롭게 보인다. 이제 영수에게도 소문이 중요치 않다.
마치 누군가의 꿈같기도 한 이 영화는 현실인지 비현실인지, 아니면 그 가운데 지점인지도 알 수 없으나 이것마저 문제되지 않는다. 우리에게도 헷갈리고 의심스러운 순간이 올 수도 있지만, 판단은 오롯이 본인의 몫이기 때문이다. 감독은 그저 상대를, 그리고 상대를 생각하는 자신의 마음을 의심하지 말라고 한다. 해답은 오로지 ‘당신 자신과 당신의 것’이니까 말이다.
홍상수 감독이 전하는 이런 이야기는 다소 무책임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내가 알고 있던 것이 진짜가 아닐 수도 있으며, 상대방이 어떤 인물이건 간에 내가 어떻게 생각하느냐가 가장 중요하다는 말 만큼은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의 희정, ‘옥희의 영화’의 옥희 등 홍상수 감독의 ‘그녀’들은 아름답다. 이번엔 이유영이 아름다운 그녀를 맡아 뭇 남성의 찬사를 받았으며, 찌질한 남자주인공은 김주혁이 맡았다. 홍상수 감독의 전작들이 그러하듯 이번 영화도 사소한 일상에서 디테일한 감정을 나누면서 발생하는 구체적인 대사와 재치는 여전하다. 오는 10일 개봉.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이주희 기자 leejh@entero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