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칼럼은 기술, 표준 및 표준특허(SEP)에 대한 최신 논의를 살펴봄으로써 언론에 점점 자주 등장하는 법·경제 이슈에 대한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준비된 아홉 개 논설 시리즈 중 여섯 번째다.
이 논설 시리즈는 전(前) 미국 특허청장이자 미국 상무 차관인 데이비드 카포스가 지난 3월 대만에서 개최된 `표준, 표준특허 및 경쟁법에 대한 국제 심포지엄`에서 발표한 연설문을 기초로 준비된 것이다.
최악의 영문 법률 약어 중 하나인 `SSPPU`(Smallest Salable Patent Practicing Unit, 최소판매가능 특허실시단위)는 여러 부품으로 구성된 기기에서 `특정 특허 기술`이 적용된 가장 작은 단위의 부품을 의미한다. 배상액 산정에 있어 SSPPU 기준이 최선이라는 오해를 주창하는 사람들은 “SSPPU가 모든 경우에 있어 특허 라이선스 로열티 기준의 확정적인 척도가 된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다른 사람들이 만들어 낸 기술에 대해 로열티를 적게 지불하거나 아예 지급하지 않으려는 특허 실시자들이다.
이들은 `배심원 재판`이라는 특수 상황에 적용하기 위해 만들어진 증거법상 원칙을 표준특허 라이선싱을 포함한 모든 특허 침해 사건에 적용하려 한다. 이는 결국 타인의 노력에 무임승차 하려는 시도일 뿐이다.
◇ SSPPU 이론의 현실적 맹점
법원에서 특허권 침해에 대한 배상액을 산정할 때는 특허권 침해가 발생하기 전, 당사자들이 `신의성실에 기반하여`(in good faith) 협상을 했을 경우 합의했을 로열티를 추산한다. 그러나 실제 라이선스는 전체 특허 포트폴리오를 기준으로, 기기 전체에 대해 계산된 로열티에 근거한다. 해당 기기의 `다양한` 부분에 `다양한` 특허가 적용되기 때문에 이 산정법이 효율적이고 현실적이기 때문이다. 협상 당사자들이 특허 포트폴리오 내 각 특허를 개별 SSPPU로 구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 통상 대규모 포트폴리오는 다수의 부품에 적용되는 수백, 수천 개의 특허를 포함한다. 여러 표준 기술에 사용되는 표준필수특허(SEP)를 포함해 많은 특허가 복수 부품에 걸쳐 적용된다.
수천 개의 개별 특허가 기기에 각각 기여하는 가치를 측정하는 이 지난한 과정 끝에 산정되는 로열티는 결국 각각의 개별 로열티를 합산한 포트폴리오 수준의 로열티 수준이다. 현재의 로열티 산정법도 이와 결과는 같으나 불필요한 헛수고가 없다. `제품 단위 포트폴리오 라이선스`(Device-level portfolio licensing)는 특허권자와 특허실시자 모두 관리의 편의를 누리면서도 특허실시자가 운용의 자유를 확보할 수 있는 공정하고 효율적인 방법이다.
그러나 SSPPU에 대한 오해를 주장하는 자들은 실제 시장 증거는 배제하고 특정 부품을 개별 특허와 연계하는 비현실적인 접근인 SSPPU라는, 법적인 허구를 택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실제 라이선스 협상은 SSPPU가 아닌 완제품을 기준으로 이루어진다. 실제 특허 라이선스 협상에 근접하고자 하는 법원으로서는 SSPPU가 아닌 최종 기기와 전체 포트폴리오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사실 SSPPU는 랜들 레이더(Randall Rader) 판사가 지난 2009년, 일회성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고안한 개념이다. 미국 코넬대학교가 HP社를 상대로 제기한 특허침해 소송에서, 특허권자인 코넬대학교는 그들이 보유한 특허기술이 중간 부품에만 적용됐음에도 HP의 전산 시스템 전체를 기준으로 로열티를 요구했다. 이 소송의 대상 특허는 HP 프로세서의 `지시 재배열 버퍼` 속도와 효율성을 증가시켰다. 이 프로세서는 독자적으로 판매되거나 CPU 모듈에 설치돼 판매될 수 있었고, CPU 모듈 또한 독자적으로 판매되거나 CPU 브릭에 설치될 수 있었다. 또 CPU 브릭도 독자적으로 판매되거나 서버에 설치돼 판매될 수 있는 특수한 상황이었다. 이 경우 합리적인 손해액 산정 범위를 벗어난다고 생각한 레이더 판사는 코넬대학교가 액수도 크고 적용키도 부적절한 `서버 전체` 판매 수익을 제시해 배심원을 현혹하지 못하도록 했다.
이 코넬대학교 사건에서 효율성이 뛰어난 프로세서가 HP 서버의 상품가치를 증가시켰을지는 모르지만, 그 프로세서는 각 서버 가치 중 `일부`만 증대시킨다는 것이 명백했다. 레이더 판사는 이 구체적 상황, 즉 배심원단이 특정 특허에 대해 판단하고, 해당 특허가 모듈형 제품에 사용되고, 그것이 순차적으로 더 큰 제품의 일부로 사용돼 이 각각의 제품들이 시장에서 독립적인 가치를 가지는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SSPPU 이론을 개발했던 것이다. SSPPU 이론은 이와 같은 특수한 상황에서는 배심원들에게 1차 제품(first-order product)의 판매액이 적절한 로열티 산정의 기준이라는 지침을 줘야 한다는 원칙을 의미한다.
이 이론을 인위적으로 확장 적용하는 것은 실행이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바람직하지 않다. 많은 법원이 그 자체가 최소판매단위인 복합 제품의 특허 침해 손해액을 산정하기 위해 SSPPU 이론을 적용하려 한 것은 이 이론이 잘못됐다는 것을 보여준다. 문제되는 하위 부품이 관련 시장에서 그 자체로 판매되지 않는 경우에는 언제나 이러한 일이 발생한다. 이 때는 전체 제품이 최소판매단위가 된다. 한 제품은 일반적으로 침해된 특허와 무관한 다른 기능들을 포함하고 있으므로, 이 상황에서 SSPPU 이론을 적용하는 것은 명백하게 비논리적인 것이다. 일례로 아이패드에 장착된 카메라의 자동초점 기능의 경우, 아이패드 제품 그 자체가 최소판매단위이기 때문에 SSPPU는 모순이 되는 것이다.
◇ 특허 가치는 고립된 채 산정될 수 없다
SSPPU 이론은 또 특허 기술이 최종 제품의 다른 부품의 기술과 결합함으로써 창출되는 시너지 효과와 하방 보완 효과의 가치를 무시한다. 태블릿 컴퓨터와 노트북이 IEEE의 802.11 와이파이 표준기술을 사용하기 위해 필요한 칩은 단 몇 달러에 불과하지만, 와이파이 표준기술 사용이 최종 제품에 기여하는 가치는 상당하다. 무선 인터넷 기능을 탑재한 노트북과 와이파이 기능이 없는 노트북의 가치 차이가 `와이파이 칩` 가격인 몇 달러에 불과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와이파이 표준기술에 사용되는 특허 가치는 고립해서 산정할 수 없다. 가치는 상황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다. 표준필수특허의 진정한 경제적 가치는 특허 기술이 사용된 최종 제품이 그 특허 기술로 인해 얼마나 더 유용해졌는지에 따라 결정된다. 와이파이 칩의 진정한 가치는 그 칩과 결합된 부가 기술이 그 칩을 어떻게 사용하고 상호작용 하는지, 그리고 기술표준이 확산되며 발생하는 네트워크 효과의 결과물이다. 최신 태블릿 컴퓨터는 점점 더 크고 높은 해상도의 화면과 더 빠른 속도의 프로세서를 갖추고 있으며, 새로운 브라우징과 게임 및 동영상 시청을 즐기기 위하여 더 빠른 무선데이터 전송 속도를 요구하고 있다. 따라서 태블릿 컴퓨터에 포함된 와이파이 연결 가치는 새 제품이 출시될 때마다 상승한다. 부가기능이 추가될 때마다 와이파이는 소비자에게 더 많은 가치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아이폰도 이와 유사한 가치 창출 사례다. 지난 2014년 초 미국에서는 `아이폰5C 32GB`가 649달러에 판매됐다. 반면 `아이팟 터치 32GB`는 249달러에 팔렸다. 아이폰에 3G LTE라는 셀룰러 통신 기능이 장착됐다는 것을 제외하고 아이폰과 아이팟 터치는 거의 동일함에도, 3G LTE 기술로 인해 시장에서 인정된 아이폰의 소비자 가치는 아이팟 터치보다 400달러나 높았던 것이다. 이 경우 SSPPU 이론은 `무선 통신 칩이 아이폰에 설치됐을 때 갖는 가치`가 아닌 `설치되기 이전 칩 자체의 가격`에 초점을 맞춘다. 결국 400달러의 소비자 가치, 즉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에 연결됨으로써 창출되는 소비자 가치를 과소평가하는 오류를 범하게 된다. 기술표준으로부터 더 많은 가치를 얻는 고가 제품에서 표준필수특허를 사용할 때는 기기 제조업체가 더 많은 로열티를 지불하는 것이 공정하다. SSPPU 이론의 가치 평가 방식은 특허권자에게 충분한 보상을 제공하지 않아 미래의 잠재적 혁신을 소실하게끔 한다.
SSPPU와 관련된 오해는 특허 실시자들이 타인의 혁신적 노력으로 개발한 기술을 부당하게 낮은 로열티로, 즉 합법적인 특허 라이선스 계약을 통한 로열티율에 비해 낮은 수준으로 기술을 사용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일 뿐이다. 이 잘못된 이론을 수용면, 혁신은 감속되고 특허 침해와 라이선스 거부를 조장하는 잘못된 정책으로 이어질 수 있다.
최근 미국 연방순회항소법원(CAFC)이 호주연방과학연구기구(CSIRO)와 시스코(Cisco) 간 특허소송에서 판시했듯, 로열티 손해액 산정에 있어 SSPPU는 절대 최선이 아니다. SSPPU이론을 본래의 목적을 넘어서 적용하면 무임승차를 부추기고 혁신을 저해하게 되며, 특허 실시자와 혁신가 사이에 존재하는 이해관계의 미묘한 균형을 무분별하게 무너뜨리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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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카포스 전 미국 특허청장 dkappos@cravath.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