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한전 PLC(전력선통신)칩`에 대한 젤라인의 특허권 독점 행사가 정당한지를 가린다. 칩 개발에 정부예산과 한국전력·한전KDN 자금을 70% 이상 투입하고도 이들 공기업이 특허권 행사를 못 하고 젤라인이 독점한다는 논란에 따른 조치다. 한전·한전KDN도 이 과정에서 민간기업에 휘둘린 책임을 면치 못할 전망이다.
9일 정부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한전 PLC칩 특허권을 독점한 젤라인의 표준특허료 요구 부당성 조사에 착수했다. 조사는 정부 예산을 들여 공기업까지 칩 개발에 참여하고도 특허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원인 규명에 초점이 맞춰진다.
한전PLC칩은 한전전력 원격검침인프라(AMI) 구축사업에 들어가는 핵심 부품이다. 칩 개발에는 1999년부터 2005년까지 정부예산(60억원)과 한전과 한전KDN·젤라인 등 기업 부담금(37억원)을 합해 총 97억원이 투입됐다. 한전은 2014년 사업에서 젤라인이 특허권을 요구하자 AMI모뎀 1대당 1.62% 특허기술료를 제품 원가에 반영해 낙찰 사업자가 이를 부담하도록 했다.
업계 관계자는 “한전과 한전KDN은 2002·2003년 두 차례 공동특허를 획득했지만 2005년 이후 세 차례 진행된 추가 특허는 젤라인이 단독 출원했는데도 이를 방치했다”며 “AMI 사업 뿐 아니라 고속도로 LED 교체 사업 등에 앞으로도 최소 20억원 특허료를 낙찰 기업이 부담을 떠안게 생겼다”고 말했다.
젤라인은 2014·2016년 두 차례 한전 사업에서 특허료 3억원(모뎀 약 150만개분)을 수행기업으로부터 거뒀다. 한전이 2020년까지 2194만호 구축사업에 이 칩을 활용하기로 함에 따라 앞으로 최소 10억원 특허료를 얻게 됐다.
한국도로공사가 지난해와 올해 실시한 `고속도로 LED 조명제어사업`에도 약 10만개 PLC칩이 들어가면 젤라인이 얻는 특허료도 2억3000만원에 달한다. 서울시와 도로공사가 2018년까지 주요도로에 40만개 조명을 LED로 바꿀 계획이어서 여기서 나오는 특허료(조명 당 2300원)도 최소 10억원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젤라인 특허와 관련해 한전과 한전KDN을 대상으로 조사를 벌이고 있지만 조사 중인 내용은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한전은 한전PLC가 국가과제로 완성됐다는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젤라인이 주장한 특허기술이 개발 과제와 직접 연관됐다는 점은 입증하지 못해 특허료를 부담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한국형 PLC칩 분담금·정액기술료 납부 현황>
박태준 전기차/배터리 전문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