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 이후 우리나라 두 번째 교역국인 미국과의 통상 환경은 크게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새 정부가 이전과는 다른 강도로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또 한국 시장 개방 요구가 더 거세질 것으로 전망됐다.
산업연구원은 최근 펴낸 `미국 대선 이후 경제정책 변화와 영향` 보고서에서 미국 차기 대통령이 대선 과정에서 보여 준 자유무역주의 후퇴 경향을 통상 정책에 그대로 또는 훨씬 강화해 반영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 철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 같은 노골화한 보호무역주의 가동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차기 미국 행정부는 자국 내 일자리, 저임금 근로자를 위협하는 협정·협상은 거부할 공산이 높아졌다. 대선 과정에서 나온 유권자들의 요구와 설령 반대편에 있다 하더라도 미국 국민들의 자국 성장 중심 요구를 거부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산업연구원은 내다봤다.
실현 가능성은 없어 보이지만 미국 TPP 협상 철수, NAFTA 재협상 등 가능성도 완전히 사라지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대선 과정에서 보호무역주의 환상과 미국 국민들의 요구가 표출됐기 때문이다. 산업연구원은 이에 대해 차기 미국 대통령이 극단 선택을 하지는 않겠지만 반덤핑이나 상계관세 같은 무역 제한 조치는 언제든 취할 수 있을 것으로 진단했다.
산업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차기 정부 내 공정무역 관련 정책 요구가 높아지면서 한국 시장 개방 요구도 거세질 것으로 전망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영향을 직접 받을 가능성은 옅지만 TPP 협상 재검토와 연계된 서비스 산업의 조기 개방 등 요구 증대가 관건이라는 지적이다.
다만 차기 미국 정부가 어떤 형식으로든 미국의 낡고 오래된 인프라·시설 투자를 강하게 밀어붙일 것이란 점은 우리 기업에 호재로 작용한다. 세제 조정을 통해 연방정부 차원에서 최소 2750억~5000억달러에 이르는 인프라 투자가 발주될 것으로 예측됐다.
미국 국민들은 이제 막 회복세를 보이기 시작한 고용률, 제조업 U턴 등이 차기 정부에서 더 안정된 경제 성장으로 이어지길 바라고 있다. 그것이 이번 대선의 표심으로 작용했다고 봐도 무관하다.
또 미국 국민 정서는 현재 어려운 경제 상황, 소비 위축 등이 미국 정부가 해외 국가에 일방으로 퍼 주었거나 필요없는 지출에 썼기 때문이라는 인식을 이번 대선 과정에 집단 형식으로 드러내 보였다. 차기 미국 정부는 이러한 국민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서라도 자국 산업 및 시장 보호, 일자리 확보, 쇄국정책에 가까운 교역 축소 등의 정책을 펼 공산이 크다.
하지만 반대 급부도 있다. 차기 정부가 감세·정부 지출 확대 등을 통한 강력한 경기 부양 정책을 펴게 되면 정부 부채는 급증할 수 있다. 또 차기 대통령 집권 첫해에 반짝 인기를 끌더라도 장기 성장 기반은 오히려 둔화될 수 있다. 반이민 정책까지 맞물리면 미국 경제의 공급 능력은 크게 떨어지고, 일자리 문제를 뛰어넘는 근본 문제에 직면하게 될 수 있다고 산업연구원측은 분석했다.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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