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美 대선]증시 블랙스완 공포 현실화…트럼프 당선에 아시아 증시 패닉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미국 45대 대통령 당선이 유력해진 9일 국내 증시는 패닉에 빠졌다. 이날 동시간대 장이 열린 아시아 주요국 증시도 일제히 폭락 대열에 합류했다.

이날 투자자들은 전혀 일어나지 않을 일이 일어난 `블랙스완` 공포에 시장에서 주식을 투매했다. 개인들은 특히 코스피와 코스닥 양시장에서 대량 매도에 나섰고 외국인도 매도에 동참했다.

트럼프는 자신이 당선될 경우 금융시장에 브렉시트의 10배가 넘는 충격이 올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는데 실제 시장이 받아들이는 반응은 브렉시트 때와 유사했다.

미국 대선 개표가 진행 중인 9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 KEB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한 딜러가 개표현황 생방송을 보며 업무를 보고 있다. <연합>
미국 대선 개표가 진행 중인 9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 KEB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한 딜러가 개표현황 생방송을 보며 업무를 보고 있다. <연합>

지난 6월 24일 브렉시트 투표 때도 영국이 유럽연합에 남을 것이라는 여론조사 결과를 믿고 마음을 놓고 있던 투자자들이 예상 밖의 결과가 나오자 패닉에 빠졌었다. 이번 트럼프 당선도 마찬가지로 블랙스완 공포가 현실화되자 시장은 대혼란에 빠졌다. 투자자들은 4개월여 만에 `제2의 브렉시트`를 맞았다는 반응이다.

전문가들은 승부가 박빙이긴 해도 힐러리 클린턴이 무난히 당선될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뜻밖에 트럼프가 당선되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문제는 이날 증시뿐 아니라 향후 경제전망을 예단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당장 이날 밤 개장하는 유럽과 미국 증시에 이목이 쏠린다. 만약 대폭락이 나타난다면 국내는 물론이고 세계 주요국 증시는 당분간 패닉에 빠질 확률이 높다.

코스피는 전날 뉴욕증시가 클린턴 당선 가능성이 높다는 소식에 이틀 연속 상승세를 타자 4.7P 오른 2008.08로 장을 시작해 초반에는 2010선을 넘기기도 했다.

하지만 오전 11시께 트럼프가 플로리다, 오하이오 등 경합 지역에서 선전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주가는 급락하기 시작했다.

코스피는 11시 이후 급격한 하강 곡선을 그리기 시작해 장중 1931선까지 추락했다. 코스닥지수는 581선까지 떨어졌다. 장 후반 기관이 대거 매수에 나서면서 지수를 끌어올렸지만 코스닥이 600선을 지킨 것에 만족해야 했다.

업종별로는 방산주와 금관련주를 제외하고 모든 업종이 하락했다. 코스피에서는 보합을 포함해 오른 종목이 60여개에 불과했고 나머지 종목은 모두 파란불을 켰다. 코스닥시장도 상황은 비슷했다.

미국 대선 개표가 진행 중인 9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 KEB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한 딜러가 개표현황 생방송을 보며 업무를 보고 있다. <연합>
미국 대선 개표가 진행 중인 9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 KEB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한 딜러가 개표현황 생방송을 보며 업무를 보고 있다. <연합>

원·달러 환율은 급등했다. 11시 달러당 1135.6원이었던 환율은 불과 23분 만에 14원 올라 1149.5원이 됐다. 이후에도 계속 올라 1155원선까지 상승했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아시아 주요국 증시도 일제히 폭락했다.

일본 도쿄증시의 닛케이지수는 장중 6% 이상 하락했으며, 홍콩 항셍지수는 장중 4% 가까이 급락했다. 국내 투자자들이 주가연계증권(ELS) 투자에 많아 활용하는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SCEI)는 5% 이상 폭락하기도 했다. 이밖에 대만, 인도 지수도 모두 약세를 보였다.

김유겸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당선으로 시장에 패닉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지만 충격이 중장기적으로 이어질지는 판단해야 한다”면서 “트럼프의 경제정책은 부자와 기업 위주로 가는데 이는 증시에는 긍정적이고, 채권에는 부정적”이라고 말했다.

오승훈 대신증권 연구원은 “멕시코, 중국 등 신흥국이 보호무역 우려로 주가 하락폭이 커질 수 있고 반면에 금 가격은 안전자산 선호로 급등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주식시장에서는 통신, 유틸리티 등 방어주의 상대적 선전이 나타날 것”으로 예측했다.


 

<최근 열흘간 뉴욕증시 주요지수 추이>


최근 열흘간 뉴욕증시 주요지수 추이


이성민 코스피 전문기자 smlee@etnews.com